청춘아 판을 벌여라
청춘아 판을 벌여라
  • 우지은 기자
  • 승인 2010.10.30
  • 호수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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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홍보를 위해 지금도 뛰고 있을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성신여대> 객원교수


타 학보사들과의 공동 인터뷰가 예정됐던 어느 날 저녁. 강의를 마치고 급히 커피와 빵을 사든 서경덕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의 서 교수는 자신이 배고팠던 대학생 시절 때문에 대학생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원래 꼭 같이 식사를 한다며 다정히 말을 이어갔다.

한국홍보는 현재진행형
서 교수는 현재 ‘G20바라보기’라는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올림픽과 월드컵 다음으로 큰 행사인 만큼 우리의 좋은 이미지가 부각될 수 있는 계기라고 그는 말한다. “지난 2002 월드컵에서는 그렇게 수많은 인파가 시청 앞 광장에 몰려들었는데도 쓰레기 하나 없이 모두가 한마음이 돼 궁극적인 목표를 이뤄냈다는 점이 세계에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어요. 이와 같은 우리의 국민적 정서들을 인터넷으로부터 조금씩 알리기 위해 시작하게 됐어요.”

올해 초부터는 5대양 6대주 돌아다니면서 경술국치100년을 기리고자 ‘대한민국 100년의 꿈’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그는 과거100년을 돌아보고 미래 100년을 꿈꾸자는 취지 아래 또 ‘판을 벌인다.’

“우리나라에 들어올 500명의 외신기자들이 우리의 경제적 부분을 부각하는 건 사실이지만 이외에도 한국을 담은 이미지를 널리 알리게 된다는 점에서 세계인들이 동참한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대륙을 돌며 2만100명에게 조그만 천에 각자의 꿈을 적도록 했어요. G20이 열리는 우리나라에서 이 작은 꿈을 모아 세계인에게 더 큰 희망을 선물한다는 취지였는데 놀랍게도 평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전 세계인의 희망과 평화라는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조화를 이뤘다. 30m X 30m 천에 이 꿈들을 붙이는 과정은 현재 우리학교 올림픽 체육관을 빌려 마무리 되가는 상태로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씨가 참여해 화제가 됐으며, 11월 초 광화문일대에 공개예정이라고 한다.

세계와 대한민국, 그리고 ‘우리’ 알리기
대학교 1학년 때 ‘생존 경쟁’이라는 대학생 문화동아리를 만든 서 교수는 대학생의 문화를 바꿔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대학생 최초로 정부 주관 행사인 ‘정도 600주년 타임캡슐’ 기획 등에 참여하게 됐다.

“판이 점점 커지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좋은 아이디어는 무수히 많은데 누가 날 믿고 후원 해주냐 하는 거였어요. 몇 억이 공중에 훌러덩 날라갈 수도 있는데 한낮 대학생일 뿐인 저에게 후원을 해줄 리가 만무했죠. 후원해줄 기업을 200곳이나 다닌 적도 있어요. 그 200곳 협찬담당자 삐삐번호를 다 가지고 있을 정도였죠.”
이러한 역경 속에 뉴욕타임스에 사비로 독도광고가 처음으로 실리던 날을 서 교수는 잊을 수 없었다. 장작 5개월 만에 빛을 발한 아시아인 최초로 국가 현안을 내용으로 한 광고였다. 이러한 일들이 많이 알려지다 보니 정부기관과 네티즌 10만여명이 2억원을 모아 워싱턴포스트에 전면광고도 낼 수 있었다며 서 교수는 고마움을 표한다.

독도 동해 광고를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릿 저널과 뉴욕타임스에 꾸준히 내다보니 한 신문사에서는 드디어 한국과 일본 사이에 ‘East sea’를 병기하게 됐다. 해냈다는 뿌듯한 맘에 그날 그는 흔쾌히 광고비용을 후원했던 가수 김장훈씨와 밤새 술을 마셨다.

“뉴욕 타임스에 'Error In NYT'를, 다음 달에 'Error In WSJ'를 광고로 싣는 건 간이 배 밖으로 나온 행동이었어요. 누가 공신력 있는 일간지에 ‘너희가 실수했다’ 이렇게 광고를 내겠어요. 하지만 제가 낸 광고들이 이슈가 되다보니 AP와 같은 세계적인 통신사들이 세계 각 곳으로 기사를 송고해 오히려 해당 일간지들이 간접광고로 반사적 이익을 보게 됐죠. 그래서 이제는 서로들 광고 싣는 것을 너무 좋아해요.”

청춘은 열정의 다른 말
본격적으로 대한민국 홍보에 나서기 시작한 계기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서 교수는 대학생이 되고 처음으로 유럽배낭여행을 떠났을 때 한국이 생각보다 너무나 덜 알려져있다는 것에 충격을 먹었다고 말한다. “저보고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 묻는 거예요. 88올림픽도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개최했고 세계 11위 경제대국이라 배웠는데 막상 나갔더니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홍보물을 가득 담은 트렁크를 하나 더 갖고 다녔죠.”

어릴 때부터 ‘일을 벌이기’좋아했던 서 교수는 ‘열정’을 지금까지 자신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 표현했다. 그는 우리에게 무조건 들이대라고 권한다. “단순하게 생각하세요. 앞 뒤 재려 하지 말고 그냥 판을 벌이세요.

이것이 백 프로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판을 벌이고 수습은 나중에 생각하는 것, 그게 바로 청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에요. 제가 월드컵 개막식 선언 때 대통령께 잔디 자켓을 입혀 우리나라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목적만으로 아무런 정보 없이 무작정 뉴욕으로 떠나 방방곡곡 찾아다녔던 경험도 오직 학생의 마인드일 때만 가능한 일이였어요. 이러한 열정이 청춘에겐 가장 중요합니다. 나가서 부딪혀 보세요. 아이디어만 있으면 뭐합니까. 미친 실행력이 있기에 가능한 겁니다.”

뉴욕의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강익중 씨도 그가 무작정 ‘쳐들어가’ 친해진 예다. 지인을 통해 강익중씨의 연락처를 알게 된 그는 무조건 그를 만나러 갔다. 30분도 간절했던 그를 ‘배짱 크고 용기 만빵’으로 본 강익중 씨는 무려 6시간이나 대화했다고 한다. 이렇게 친해진 그들은 이라크와 레바논 등의 분쟁지역의 세계 어린이들 그림을 받아 평화의 벽을 설치함으로써 이제 더 이상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알리고 있으며, ‘한글 세계의 전파 프로젝트’를 통해 유네스코빌딩에 한글작품을 상설전시도 하고 있다. 무작정 ‘들이 대지 않았으면’ 이러한 일들을 어떻게 해냈을까 생각한다는 서 교수는 이러한 부분들이 대학생들에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열정의 원동력은 직접 경험을 했다는 점이였어요. 제가 우리나라에 가만히 앉아 아 우리나라가 그냥 그저그런 나라구나, 사회과 부도만 펴고 앉아 여기 가보고 싶다고 탁상공론만 했다면 그냥 넘어갔겠죠.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세계 유명 박물관, 미술관에 한국어 서비스를 하게 된 계기도 다른 나라 언어로는 다 번역된 브로슈어들을 직접 봤기에 가능한 일이였어요. 그 경험은 정말 마음이 부패되는 기분이었거든요.”

대한민국 홍보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하는 대학생들에게 서 교수는 각자 맡은 직업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짜 국력이 세지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홍보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대학생들의 메일이 하루 평균 20~30통이 와요. 한국홍보전문가가 많아지면 좋지만 무조건 ‘홍보’만 많아진다 해서 홍보가 되는 것은 분명 아니에요. 각자 맡은 위치에서 정말 열심히 할 때 국가 브랜드는 올라가게 돼요. 요즘 학생들은 좋은 직장을 가지려 하는데 ‘직장’이 아니라 ‘직업’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젊었을 때 월화수목금금금 일하면 어때요. 돈 좀 적게 벌면 어때요. 자신의 평생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직업’을 찾으세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글로벌 시민의식
구상중인 프로젝트가 궁금하다는 물음에 서 교수는 글로벌 시민 의식을 한 단계 끌어 올릴 수 있는 프로젝트를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가 몇 년 전에 유럽의 유스호스텔에 간 적이 있어요. 조식으로 빵을 먹으려 하는데 한글로 ‘싸가지 마세요’라는 글씨가 붙어있는 거예요. 매니저를 불러 이유를 물으니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빈 통에 가득 싸간다고 하더라고요. 또한 세계 주요 관광지에 가보면 한글을 세계에 전파하려는 분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입장 바꿔 복원된 광화문에 그런 짓을 하면 좋을까요. 기본적으로 인사를 하는 에티켓도 중요해요. 이태원의 외국인들 500명에게 조사했더니 Excuse me! 하면 말은 안 통해도 어떻게든 의사소통하려는 자신감이 필요한데 한국 사람들에게선 기피하는 듯 한 인상을 받는다고 해요. 즉 인사를 먼저 하는 것도 우리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바꿀 수 있는 수단이에요.”

마지막으로 서 교수는 당부했다. “학생 한명 한명이 국가브랜드이자 경쟁력이에요. 이들이 글로벌 에티켓 하나만 지켜도 국가이미지는 더욱 좋아질 것입니다.” 늘 듣던 말이지만 그였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야기였다.

사진 심소연 기자
일러스트 김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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