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건강음식에서 꿈을 음미하다
한국의 건강음식에서 꿈을 음미하다
  • 심소연 기자
  • 승인 2010.10.09
  • 호수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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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과 한식의 세계화를 꿈꾸는 이종임<생활대·식품영양학전공> 교수

하숙정-이종임-박보경 3대 요리연구가 집안의 기둥인 이종임 동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만찬장에서 한국의 음식을 소개한 적이 있는 그녀는 요리연구의 세계에 푹 빠져 살고 있다. 밤라떼, 파프리카김치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지닌 이 동문은 그녀 특유의 맛깔스런 말투로 SBS 이종임의 「오늘의 싱싱메뉴」 진행을 맡기도 했다. 그녀의 맛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음식세계로의 발걸음과 도약
“제 학창시절 꿈은 스튜어디스와 기자였어요.”
이 동문은 현재 대한식문화연구원 원장이자 수도요리학원 원장, 우리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다. 우리나라 제1세대 요리연구가인 모친 하숙정 여사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지만 그녀의 어렸을 적 꿈은 요리연구가가 아니었다.
“중ㆍ고등학교 때는 어머님이 집에 외국인 손님들을 많이 초대하셨어요. 함께 요리를 만들고 음식을 나르는 일을 했죠. 그때까지는 요리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그보단 반장을 하며 친구들과 여름캠프를 가고 봉사활동을 하는 게 더 즐거웠었죠.”
늘 요리와 함께였던 어머님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곧 그녀도 요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고사리 손으로 어머니를 도우며 전통음식과 상차림 등을 배워가던 그녀는 우리학교 식품영양학과로 진학을 한다. 친구들과 함께 끝없이 높은 88계단을 오르내리며 불평도 많이 했다고.
“지금 생각하면 우리학교를 다닐 때가 많은 꿈을 키울 수 있었던 시절 같아요. 추억거리도 참 많고요. 축제시절 제가 주도해 요리전시회를 연 일과 동아리 KUSA 활동 등이 있죠. 특히 요리전시회 때 학생들의 인기를 많이 끌었어요. 요즘 우리학교로 강의를 하러 갈 때는 새로 지은 건물들이 많고 발전을 많이 해서 뿌듯하고 좋아요.”
어머님께 전수받은 요리솜씨와 우리학교에서 배운 이론 등을 바탕으로 요리연구가로의 반죽을 다져 놓은 이 동문. 그 반죽으로 그녀만의 요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진정한 요리연구가로서의 길
이 동문이 처음 요리연구가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요리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 때문에 방송사와 잡지

사에서는 미리 요리사들을 섭외하지 않으면 방송진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이 동문이 잡지 담당기자의 추천을 통해 첫 방송의 길을 열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처음으로 요리프로그램을 맡은 1981년은 컬러TV가 처음 나오던 시기였다. 많지 않은 요리프로그램과 컬러TV의 등장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금은 요리가 보편화돼있고 인터넷에서 손쉽게 요리자료를 찾을 수 있지만 그때는 그럴 수 없었기 때문에 인기가 대단했죠. 시청률도 굉장히 높았고요. 그날 아침에 30분 동안 요리 방송을 하면 시장에선 소개된 재료가 동이 날 정도였으니까요. 저한테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화장 안하고는 어딜 못나갈 정도로 알아봐주시고 좋아해주셨어요.”
최선을 다한 그녀에게 주어진 행운. 그 기회를 거머쥔 그녀는 한국의 음식을 알리고 소개하는 행사에 참석하게 된다. 바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만찬장과 노르웨이 주관 월드컵개최국 홍보행사에 초청이 된 것. 그 중에서도 월드컵 홍보행사 때는 그곳의 쉐프들과 함께 한국의 음식 알리기에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의 전통음식과 노르웨이의 대표음식 연어를 이용한 요리를 기획한 것이다.
“제가 요리생활 35년 중에 가장 좋았던 일은 국제적인 행사에 참석한 거예요. 우리 한국의 음식을 세계화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기회도 아니고요. 그 중에서도 월드컵 홍보행사에 가서 한국음식을 소개했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그 곳의 유명한 쉐프들과 함께 요리를 준비했던 것이 좋은 경험이 되었거든요.”
방송과 외국행사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 동문. 하지만 그녀에게도 힘든 시기는 찾아왔다.

가족의 도움으로 다시 찾은 행복
방송활동이후 이 동문은 많은 스케줄과 요리학원일로 열심히 뛰며 살았다. 자연스레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기회는 줄어들어만 갔다.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고 놀러도 가고 싶었지만 맡고 있는 일들이 그녀를 가로막았다. 개인을 위한 시간뿐만 아니라 가족과의 시간도 많이 가지지 못한 그 시기가 그녀의 마음에 아쉬움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 둘째 딸이 81년 1월에 태어났어요. 그런데 그 해 4월부터 방송을 시작해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가장 엄마의 손길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 시기에 같이 있어주지 못한 거죠. 지금도 아이들한테 미안해요. 일에 열중하느라 신경을 많이 못써줬거든요. 그래도 남편이 내조를 잘해줘서 아이들이 지금까지 잘 자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가족들에게는 항상 고마운 마음뿐이죠.”
가족들의 도움으로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된 이 동문은 고려대 대학원에 들어가게 된다. 당시 지도교수의 제안으로 그녀는 45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요리연구가 최초로 박사학위에 도전하게 된다.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 수업을 들으며 실험 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었던 그녀를 막을 수는 없었다. 7년 동안 방송과 잡지활동 없이 공부에만 전념한 이 동문은 2001년 고려대학교 식품영양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박사학위를 따고나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것에 도전을 했어요. 와인감정과 푸드 스타일링 등 다른 것들을 연구하고 배워갔죠. 그러다 처음으로 경기대에서 대학 강의를 하게 됐어요. 이후 우리학교로 오게 됐고요. 쉬운 과정은 아니었죠. 그래도 제가 열심히 한 결과로 이뤄낸 것이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아요. 참 잘했다 싶어요.”
일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 그 소중한 보물을 지닌 그녀는 최근엔 웰빙과 한식의 세계화에 힘을 쏟고 있다.

웰빙과 한식을 세계에 알리다
박사학위를 따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식문화를 연구해가며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맛보다 건강의 중요성을 인지한 그녀는 저서를 통해 웰빙음식을 알리기 시작한다.
“요즘 제가 내는 요리책의 내용은 모두 건강에 대한 거에요. 이전까지책의 주제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자’였다면 지금은 ‘인스턴트 음식을 피하자’는 내용이죠. 요즘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제 남편이 육류를 좋아하고 외식을 즐기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건강음식의 장점을 알려서 즐겨 먹을 수 있도록 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건강음식 연구를 계속하던 그녀는 작년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40가지의 기능성 저염김치를 개발하게 된다. 나트륨이 많은 김치의 염도를 줄여 삼색무쌈보쌈김치, 파프리카김치 등 건강김치를 만든 것이다. 이후로도 그녀는 조미료를 넣지 않은 담백한 음식, 제철나물 음식 등 웰빙음식과 건강음식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하고 있다.
“지금 대학 강의를 할 때도 건강음식관련 강의를 많이 다녀요.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건강이거든요. ‘사람은 먹는 대로 된다’는 말도 있잖아요. 학생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고칼로리 식품을 지양했으면 좋겠어요.”
이 동문이 하고있는 것은 웰빙음식만이 아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도 계속 진행 중이다. 한식세계화를 위한 정기적인 외국인 교육프로그램과 앞으로 있을 미국 CIA 요리학교의 학생들 초청행사 등 한국을 알리기 위한 그녀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인생을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온 이종임 동문. 그런 그녀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도전정신을 가져라’이다.
“학생들이 일을 할 때 4가지만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요. 꿈, 노력, 열정, 행동이요. 높은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어요.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행동에 옮기는 자세가 필요하죠.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피땀 흘려서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받는 거잖아요. 거저 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힘들게 땀 흘리며 노력을 해보고 그러다 안되면 좌절도 해보고. 또다시 일어서고. 저는 이런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봐요.”         

심소연 기자 nadahaha18@hanyang.ac.kr
사진 류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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