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위한 독존
취업을 위한 독존
  • 하동완 기자
  • 승인 2010.10.02
  • 호수 13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살아남기 위한 자발적 아웃사이더들의 몸부림
민수(가명)는 서울의 한 학교에 다니는 대학생이다. ‘대학에 가지 못하면 사람취급을 받지 못한다’는 말에 열심히 공부해 소위 서울 상위권 대학에 합격한, 전형적인 공부 잘하는 학생이다. 대학에 합격하기만 하면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취업이라는 더 거대한 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학 입시 공부를 할 때 책상위에 대학가면 하고 싶은 것들 50가지를 적어놓고 위안 삼으며 공부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까지 한 것은 별로 없네요. 학과공부 하랴, 영어공부 하랴 너무 바빠서 그런 것 같아요.” 민수의 하루일과는 단순하다. 아침에 일어나 주로 오후 두시까지는 학교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영어학원을 간다. 남는 시간은 밥을 먹거나 과제를 한다.학업 스케줄의 연속이다. 그러다보니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은 거의 없다. 식사도 거의 혼자 하는 편이고 여가시간도 혼자 컴퓨터나 독서를 하며 보낸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는 셈이다. “학교에 와서는 정말 수업만 듣고 가는 편이에요. 딱히 과 친구들이랑 어울리지는 않아요. 동아리활동도 안하고요. 외롭긴 하죠. 하지만 견뎌야 해요 졸업 뒤 취업을 해야 하니까.” 민수의 집은 학교에서 지하철을 타고 40분 거리다. 지하철을 타는 동안에도 민수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영어 단어장을 보고 외우거나 전공서적을 펼치고 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한다. 민수는 왜 그토록 열정적으로, 모든 것을 버려가면서 까지 열중하는 것일까. 무엇을 위한 공부일까? “나중에 하고싶은 것을 찾지는 못했어요. 앞으로 무엇을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아직 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적이 없어요. 지금까지 그럴 틈이 없었죠.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몰라요. 근데 취업하라니 공부할 수밖에요 일단은 스펙을 열심히 쌓고 그 다음에 생각해 보려고요.” 민수는 고등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11시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했다. 딱히 목표가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꿈에 대해 생각해 본적도 없고 그럴 시간도 없었다. 다달이 집으로 배달되는 모의고사 성적표와 인생을 결정한다는 대학입시의 압박, 선생님들의 충고 아닌 협박이 그를 공부하도록 만들었다.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압박, 교실안의 숨 막히는 분위기, 남을 딛고 일어서야 승리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1시간 늦게 자고 1시간 일찍 일어나며 공부했다. 지금 그토록 심하게 공부하는 이유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 대학입시 대신 취업이 들어와 앉았을 뿐이다. “확실히 미래가 불안하긴 해요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스펙을 쌓는 것 뿐 이에요. 그래서 남들보다 경쟁에서 유리한 여건을 만드는 게 목표에요. 일단은 여건을 만들어 놓고 대기업에 취직 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게 지금의 계획이에요.” 더 이상 민수의 마음속에 ‘다른 것’은 없다. 사회나 정치, 스포츠, 게임 혹은 그 흔한 이성 친구도 민수의 안중에는 없다. 오직 자신과 취업이 가득 차 있을 뿐이다. “사회나 친구 혹은 이성 같이 취업 외 다른 문제를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그런 문제들은 일단 제 앞가림이나 다 한 뒤에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