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영혼들, 함께할 이를 찾아 헤매다
고립된 영혼들, 함께할 이를 찾아 헤매다
  • 하동완 기자
  • 승인 2010.10.02
  • 호수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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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붕괴와 경쟁 사회 속 방황하는 20대
최근 화장실에서 밥을 먹는 일본 대학생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점심시간 식사를 같이할 친구가 없어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기 싫어 외진 곳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다. 일본 국영방송 NHK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대학생 400명 중 9명이 화장실에서 식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질문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그 외에도 미니 홈페이지 접속자 수를 신경 쓰고 하루 종일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는 증상 등으로 나타나는 대학생들의 대인관계 집착이 일본에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학생 대인관계 그리고 스트레스 한국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알바천국’과 ‘파인드 잡’이 공동으로 전국의 남녀 대학생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대학생 스트레스 요인 중 인간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23.1%다. 경제와 취업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또 박웅기<숭실대ㆍ언론홍보학과> 부교수의 논문 「대학생들의 이동전화 중독증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대학생의 73%정도가 휴대전화 금단증상을 겪고 있다. 한승수<성균관대ㆍ신문방송학과> 강사는 논문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회피적이고 고립적인 유형의 학생일수록 휴대전화에 대한 강박증상을 보인다”며 “휴대전화 강박 증상을 겪는 학생이 많다는 말은 그만큼 대인관계에 고립적인 학생이 많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우리학교 학생 중 상당수도 고민 상담을 받기위해 상담센터를 찾고 있다. 조민경<학생처ㆍ한양상담센터> 연구원은 “매일 8명 정도의 학생들이 상담을 받으러 오고 있고 한 학기에만 천여 명의 학생들의 심리검사를 받기위해 상담센터를 방문한다”며 “그중 절반 정도가 대인관계 관련 상담이다”고 전했다.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기위해선 평균 1달 정도를 기다려야한다. 그만큼 많은 수의 대학생들이 대인관계 때문에 스트레스, 심한 경우 우울증을 겪고 있다. 대학생들이 대인관계에 집착하거나 어려움을 토로하는 주원인은 사회 전반적으로 퍼진 개인주의다. 송재룡<경희대ㆍ사회학> 교수는 “공동체 붕괴가 가속화 되는 한편 개인주의는 더욱 사회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며 “8,90년대 이후 개인주의는 빠르게 공동체 주의를 밀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이 현대화 되고 서구화 되면서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점점 더 개인 중심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말이다. 더욱이 지금의 20대는 본격적인 입시교육을 받은 세대다. 어렸을 때부터 원인도 목적도 모른 체 대학입시를 위한 줄 세우기를 하느라 청소년기를 보냈다. 송 교수는 “입시교육 때문에 20대의 내면에 순위경쟁주의가 깊숙이 자리 잡았다”며 “여기에 취업이라는 절박한 경쟁이 이어지면서 남을 바라볼 틈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사이 ‘내 앞가림이나 하지’ 혹은 ‘나만 잘살면 돼’라는 생각이 20대 정서 깊은 곳에 깔렸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답을 구할 곳도 기댈 곳도 없다 개인주의 확산과 함께 가족 공동체 쇠퇴가 20대 대인관계 문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 연구원은 “사람이 최초로 겪는 대인관계는 가족관계”라며 “가족관계에 불안함이 있었다면 그 이후 겪는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인주의와 경제위기로 가족 공동체의 쇠퇴가 본격화됨에 따라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송 교수는 “7,8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가족 공동체는 삶의 가치관과 목적의식을 주는 등 개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하지만 90년대 이후 개인주의가 확산되고 경제위기로 가정의 여력이 쇠퇴하면서 상대적으로 가족 공동체의 영향력이 축소됐다”고 전했다. 또 “이에 따라 대인관계 경험이나 가치관 확립의 부재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공동체도 생기를 잃은 지 오래다. 예전과 달리 요즘의 대학에서는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동아리나 학회, 모임을 찾아보기 힘들다. 모두가 학업과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욱<인문대ㆍ영어영문학과 10> 군은 “모두들 취업준비에 바쁘다보니 과 활동이나 동아리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 같다”며 “대학 분위기가 점점 개인주의화 되고 삭막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20대가 공유하는 가치관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있다. 송 교수는 “지금의 6,70대가 한강의 기적을 일군 ‘기적의 세대’이고 4,50대가 민주주의를 지켜낸 ‘민주혁명 세대’라면 2,30대를 나타낼 수 있는 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20대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20대가 가진 공통점, 공유하는 가치관이 없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같이 공감하는 가치관이 없기 때문에 뭉치지 않고 각기 따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20대 사이에 함께하기 위한 가치관은 존재하지 않고 남을 이기기 위한 목표만 존재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송 교수는 “공동체가 주는 교육, 가치관은 사라진 상태에서 개인주의는 확산돼 개인이 가지는 자유와 책임이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전했다. 또 대학생들이 대인관계 우울증을 겪는 이유에 대해 “믿고 따를 공동체적 가치관도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모든 선택의 책임을 지게 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이다”며 “그러한 불안감과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대인관계에 집착하는 유형과 철저하게 개인주의화 돼 혼자지내는 유형으로 나뉘어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러한 대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주기적인 상담이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대인관계 때문에 우울증을 겪고 있는 학생들은 상담센터를 찾기 거북해 한다. 자신이 상담센터를 찾는다는 사실이 알려져 남들로부터 낙인 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조 연구원은 “학교마다 상담센터를 열어 운영은 하고 있지만 일부 용기 있는 학생이 아니면 이용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며 “상담센터를 찾지 않는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찾아내기 위해선 주기적으로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전문 상담인력을 대폭 늘려 누구든지 대기시간 없이 쉽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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