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지 않는 대학의 심장
뛰지 않는 대학의 심장
  • 유병규 기자
  • 승인 2010.10.02
  • 호수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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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예산·비양심적인 행태로 인해 장서량 부족
우리학교 서울캠퍼스에 재학 중인 철수(가명)는 샌델 마이클의 저서「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어보려고 
한다. 백남학술정보관에 있는 4권이 모두 대출중이라 철수는 책을 빌릴 수 없었다. 예약마저 초과돼
마음 편히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ERICA 캠퍼스에는 7권의 책이 있지만 서울캠퍼스에 같은 책이 있어 상호대차도 불가능하다. 결국
철수는 예약 후 70일 뒤에나 책을 빌릴 수 있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따르면 우리학교 재학생 1인당 소장자료수는 54.6권이다. 수치로만 보면
서울대생은 우리학교 학생보다 약 3배 많은 책을 소장한 셈이다. 이는 홍익대 72.7권, 인하대
67.7권, 성균관대 65.7권에 비해서도 적은 숫자다.
뉴스위크에서 선정한 100대 글로벌 대학, 매년 발표되는 QS 세계 대학순위 등 수많은 대학평가
기관에서는 도서관 장서량과 예산이 평가기준의 하나다. 우리학교 학술정보관에는 약 180만권의
책이 있다. 고려대는 260만권, 서울대는 400만권의 책을 가지고 있다. 세계로 나가면 수치는 더
초라해진다. 베이징대에는 800만권이, 하버드대에는 약 1560만권이 있다. 장서량순위는 대학순위와
비슷하다.
작년 우리학교 양 캠퍼스에선 도서구입비로 58억을 썼다. 재작년 61억에 비해 3억 줄어든 금액이다.
한 도서관 관계자는 “매년 책값이 5~10%정도 오르지만 예산은 그만큼 못 따라가고 있는 게 사실”
이라며 “예전엔 국내 대학 중에서 예산상 높은 위치에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경쟁대학들에 뒤쳐져버
렸다”고 밝혔다. 인상은 고사하고 동결되는 경우, 삭감되는 경우도 꽤 있다고 씁쓸히 덧붙였다.
학생들이 신청하는 희망도서는 매년 늘고 있지만 도서관의 선정기준은 매년 엄격해진다.
결국은 예산문제다.
올해 백남학술정보관에서 제본된 단행본은 약 3천권이다. 제본이란 훼손된 책에 검정색 하드커버를
채워 내구성을 높이는 일을 말한다. 종이의 재질 특성상 많은 사람이 이용하다보면 닳거나 표지가
떨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도서관 측에선 학생들이 함부로 다뤄서 제본을 해야 하는
경우도 꽤 된다고 전했다. 4천원에 구입한 책을 제본에 재제본까지 하면 7천원이 든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실정이다. 심지어 전공서적의 중요한 부분을 뜯어 가거나 예술책의 그림을 잘라
가는 일도 있다. 이때는 제본마저 불가능해 새로 구입해야 한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한 사서는 “책을 정리하다보면 300번대 책이 700번대 책장에 꽂혀있기도 하고
분실신고된 책이 책장과 여러 책 사이에서 발견되기도 한다”며 “도서관의 책장 전부를 검사하지
않는 이상 찾아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영호<공대ㆍ토목공학과 04> 군은 “홈페이지에선 분명히
있는데 막상 도서관에 오면 책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경우 예약마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호소했다. 이외에도 보안태그를 뜯고 책을 훔쳐가는 경우, 책에 낙서와 필기를 하는 경우 등 천태
만상의 일들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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