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 뿌리 깊은 성매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 뿌리 깊은 성매매
  • 하동완 기자
  • 승인 2010.09.20
  • 호수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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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지만 멀지 않은 그 곳, 청량리 홍등가를 가다
밤 11시 서울 청량리역, 깨끗하게 정비된 역사 주위를 사람들이 분주히 오간다. 역 앞에는 과일, 머리빗 따위를 파는 노점상들과 수없이 오가는 환승버스들이 보인다. 바쁜 걸음으로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과 가격을 흥정하는 상인들 뒤쪽으로 가로등조차 켜지지 않은 어두운 거리가 눈에 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성매매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재, 선분홍색 불빛만이 어둠을 밝히는 거리, ‘청량리 홍등가’를  찾았다.

우리 일상 속 만연한 성매매
2007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전국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간 성매매 거래액은 14조원에 이른다. 연간 성 구매자 수는 9만 명을 넘으며 확인된 성매매 업소만 4만 6천 여개다. 전국에 대략 2천 100여개의 동이 있으니 동네마다 스물 한 개씩 성매매업소가 있다는 말이다. 음성적으로 행해지는 성매매 까지 더한다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성매매 경험 빈도도 그만큼 높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실시한 ‘2009 성문화실태 온라인조사’에 따르면 남성 응답자의 45%가 성매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규은 관동대 교수가 영동지역 대학생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3분의 1이 성매매를 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그 중에서 죄책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5.3%에 불과하다.

청량리 사창골목 입구에서 만난 대학생 A도 성매매에 대한 죄책감이나 단속 위험은 없냐는 질문에 “딱히 두렵다거나 죄책감이 들지는 않는다”며 “다들 하는 일이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 하는데 잘못된 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관대한 의식’속에 성매매는 여전히 성업 중이다.

정부는 지난 2004년 성매매 근절을 위해 성매매 특별법을 발효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성매매는 위축되지 않고 있다. 단속을 통해 ‘눈에 보이는’ 성매매는 줄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성매매는 오히려 늘었다. 성매매가 단속을 피해 음성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줄었다는 성매매 업소도 일부는 버젓이 정상영업하고 있다. 청량리에서 만난 성매매 업소 주인 B씨는 “한 달에 몇 번 씩 관례적으로 단속을 하긴 한다”며 “하지만 경찰내부에 연락통이 있으니 단속하기 전에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매매 그리고 성매매 여성
B씨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갔다. 선분홍 빛을 내뿜는 가게들이 줄지어 서있고 그 안에 속옷 하나만 걸친 여성들이 앉아있다. 쇼윈도 안쪽으로 백화점 옷들 마냥 진열돼 있다. 그 옆을 시시덕거리며 지나다니는 사내들을 붙잡기 위해 쇼윈도 안의 여성들이 손짓한다. 일부는 가격을 흥정하고 누구는 여성을 고르고 또 몇몇은 손짓을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B의 안내에 따라 한 업소로 들어섰다. 간단한 신분증 검사조차 없다. 몇 만원을 쥐어주니 안쪽으로 안내한다. 회색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건물 안쪽으로 개미굴처럼 이어진 복도와 수많은 방들이 보인다.
첫 번째 방에서 윤희(가명)를 만났다. 올해 스물아홉인 윤희는 벌써 7년째 이 일을 해오고 있다. 집안이 그리 넉넉지 못했던 윤희는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레스토랑과 편의점, 주유소를 전전했다. 그러던 중 쉽게 많은 돈을 벌수 있다는 어느 삼촌(성매매 관련 조직폭력배)의 설득으로 이 일을 하게 됐다. 그때는 빨리 벌고 나올 생각이었다. 집에는 바를 운영한다고 말해 놓았다.

“그랬던 게 벌써 7년 전이야”라며 말하는 윤희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7년 벌어 천 만원 밖에 모으지 못했다. 성매매 금액의 반 이상을 업주에게 떼어주는 대다가 화장, 성형수술 등 ‘잘 팔리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방을 돌아보니 2평 남짓한 공간에 침대 하나와 TV, 냉장고가 구비돼 있다. 화장대 옆으로 책장도 보인다. 이곳에서 ‘일’과 ‘생활’을 같이 한다고 한다. 책장 위로 일본어 회화, 영단어, 여행 수필 책들이 눈에 띈다. “돈 많이 모으면 이 일 끝내고 커피숍 하나 차릴 거야 그리고 가끔씩 해외여행도 다닐 거야”라며 웃으며 말하는 윤희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돌아올 수 밖에 없는 현실
대부분의 성매매 여성들은 저학력에 가난하며 이렇다 할 기술도 없다. 고등학교 졸업 후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관이나 쉼터의 도움을 통해 탈 성매매에 성공한 여성들 중 상당수가 다시 성매매 업소로 돌아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숙이<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연구원은 “정부에서 시설을 통해 숙식제공이나 재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때문에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을 받고도 생계유지를 위해 다시 성매매 업소로 귀환하는 여성들이 많다”고 전했다. 현재 탈 성매매 여성은 여성가족부의 지원 정책에 따라 1인당 총 760만원 한도로 의료, 자활 등의 지원을 받는다. 또 생계유지비 명목으로 한 달에 48만 5천원 씩 6개월 동안만 지원 한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생활을 유지해 나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전했다.

업주들은 성매매 여성들의 이러한 사정을 악용한다. 욕설은 기본이고 폭행에 머리카락이 뜯기기도 한다. 설령 불만을 품고 나간다 하더라도 결국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손님’들도 마찬가지다. 불법 성매매 여성이라 경찰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잦다. 불법 성매매 여성이라는 딱지까지 짊어지고 다니는 그들은 누군가에게 맞아서 피를 흘려도 어디 하소연 할 데가 없다. 성매매 여성이라는 낙인 아래 아무도 그들을 반기지 않는다.

이제 성매매 여성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권익을 찾기 위한 행동에 나서고 있다. 5년 전 전국 성노동자연맹(전성노련)이 결성돼 성 노동자 인권운동을 펼치고 있다. 성매매 여성의 비 범죄화와 차별의식 개선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그들은 “성매매 여성들도 노동자”라며 “성 노동자들도 일반 노동자와 같은 인권과 복지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윤희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약속한 시간이 끝나 방을 나섰다. 골목을 떠나기 전 주변을 돌아 봤다. 선분홍빛 조명이 거리를 비추고 윤희는 쇼윈도 뒤에 앉아 다음 손님을 기다린다. B씨는 행인을 붙잡고 또다시 흥정을 하기 시작한다. 그 옆을 사내 여럿이 시시덕거리며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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