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근로장학금인가
누구를 위한 근로장학금인가
  • 한양대학보
  • 승인 2010.09.13
  • 호수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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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0원. 올해 양 캠퍼스 학술정보관에서 모집한 휴학 근로장학생의 시간당 급여다. 현재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4110원임을 고려하면 근로장학생들의 급여는 일반 아르바이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사회대, 과기대 등 각 단대에서 뽑는 근로장학생의 시급도 4200원 가량으로 학술정보관 교내장학금과 대동소이하다.

교외 단체에서 운영하는 근로장학금은 장학금의 규모나 혜택이 교내 근로장학금보다 크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근로장학생이다. 정부가 장학예산의 80%를 지원하는 국가근로장학금은 대개 교내 근로장학금에 비해 약 50% 높은 6000원 가량의 시간당 급여를 받는다.

물론 교내 근로장학금을 받는 학생 모두가 적은 급여를 받는 것은 아니다. 감면방식에 따라 높은 수준의 장학 혜택을 누리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근로장학금의 근로조건이 일반 아르바이트와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시급조건에 비해 근로환경이 열악한 근로장학생을 뜻하는 ‘근로 노예’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근로장학을 신청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가정형편이 좋지 않거나 학교에서 일하면서 돈을 벌고자 하는 학생들이다. 등록금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자 하는 학생들이 주로 지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학교 측에선 △장학금 수혜 증명서 발급 △근로장학생 이력 게재 등의 혜택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증명서 한 장, 이력서 한 줄을 추가하기 위해 그토록 많은 학생들이 근로장학생을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학교는 모르고 있다. 학교는 이런 근로장학생들을 짧은 기간 활용하는 아르바이트생 정도로 여기고 있다.

교내 근로장학금은 또한 우리학교의 장학금 수혜율과 장학금 총액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근로여부, 장학여부와 관계없이 장학금 명목으로 지원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학교는 적은 시급에 많은 학생들을 고용하고 통계상 장학금 수혜 학생 수를 늘릴 수 있다.

학교는 기업이 아니다. 교육에 관한 전반적인 부분을 신경써야 하는 만큼 수치나 지표 하나하나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배움의 의지를 가진 학생들을 바르게 교육시키고, 의지는 있으나 여력이 없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이 학교 본연의 임무다. 학교는 장학금이라는 명목으로 온갖 생색을 내가며 학생들의 근로장학 의지를 교묘히 이용하는 것은 당장 그만둬야 할 허울뿐인 장학사업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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