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을 움직이는 매력적인 당신을 격려하다
열정을 움직이는 매력적인 당신을 격려하다
  • 류민하 기자
  • 승인 2010.09.04
  • 호수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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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열정멘토, 김태원<구글코리아·글로벌 비즈니스팀> Account strategist

 

알려진 이미지대로 그의 말엔 군더더기가 없다. 그의 표현은 쉽고 조리 있으면서도 참신해서 듣는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전달된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는 가장 따뜻하고 편안한 선배 같다. 대학시절 선배는 많지만 멘토는 부족한 것 같아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그는 현재 대학생이 만나고 싶은 인물 1순위다.


운 좋은 구글러가 보내는 편지
그의 첫 책 「죽은 열정에게 보내는 젊은 구글러의 편지」(이하 「구글러의 편지」) 앞날개는 그의 이력들로 빼곡하다. 동아리 활동부터 학생기자 활동, 각종 공모전 수상과 인턴활동들까지. 해외여행도 이런 활동들을 하면서 모두 공짜로 다녀왔다. 그는 국내 유수 기업들과 외국계 기업을 포함해 6곳에 합격하고 당당히 구글에 입사했다.

“전 운 좋은 구글러죠. 비교적 어린 나이에 구글에 입사해서 뛰어난 인재들을 보며 자극받을 수 있었고 또 구글이라는 회사가 만드는 세상의 변화를 옆에서 볼 수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제 성향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구글의 문화와 잘 맞는 것 같아요. 그게 제가 회사생활을 하는데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생들도 나중에 취업 준비하실 때 기업 문화를 유심히 보셨으면 좋겠어요. 자기와 맞지 않는 회사에서 일하는 건 아무래도 힘들거에요.”

그는 자신의 대학시절부터 구글 입사까지의 경험을 담아 「구글러의 편지」를 펴냈다. 그의 책에는 '젊음' 이나 '열정'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어떻게 보면 추상적이고 뻔하게 느껴지는 단어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이사는 '별 새로울 것 없는 열정이란 단어가 김태원과 화학작용을 일으켜 무시무시한 폭발력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고 그의 책을 평했다. 이토록 수많은 젊은이들의 열정을 움직이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구글러의 편지」는 선배와 후배가 편안하게 소주 한잔을 기울이면서 하는 이야기처럼 쓰고 싶었어요. ‘이렇게 해서 대학생활을 재밌게 했다'는 사례를 보여주려고 노력했죠. 제가 '열정은 무엇입니다. 젊음은 무엇입니다.’라고 정의내리는 것이 아니라 열정을 움직였더니 제 인생이 즐거워졌다고, 당신도 당신의 열정을 움직여서 또 다른 재밌는 대학생활을 하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었어요.”

24 = 16+8
4년간 수백차례가 넘는 강연. 그는 대학 등 여러 곳을 다니며 강연활동을 열정적으로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강연 후 질의응답시간이 무제한인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책을 쓸 때면 주말을 반납하고 글을 썼다. 밤새 가만히 깜박거리기만 하는 커서를 보면서 막막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그때가 눈물나게 그립다고. 심지어 그는 주말에 출근해도 즐겁다고 말한다.

“제가 주말에 책을 쓰거나 강연하러 다니면 주위에서 도대체 언제 쉬냐고 물어요. 일이라고만 생각하신 거겠죠. 근데 어떤 사람은 음악듣고 운동하는게 취미이듯 저는 이게 취미에요. 책의 한 챕터를 쓰는덴 대여섯 시간이 넘게 걸리고 때론 막혀서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기도 하지만 저는 그 시간 동안 긴 여행을 하는 기분이거든요. 강연하면서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많이 배우고 에너지를 얻어요. 제가 이런 활동들을 하는 이유는 결국 제 삶을 풍성하게 만들고 싶기 때문이에요.”

24 = 16+8. 그가 강연에서 자주하는 말이다. 24를 하루라고 봤을 때 8은 회사나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 16은 그 외의 개인적인 시간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항상 8을 어떻게 잘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요. 나중에 어디에 취업을 하지? 지금 뭘 해야하지? 하지만 24라는 하루는 8만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16에도 분명히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들이 있어요. 대학 이후의 삶을 설계할 때 8만을 고민한다면 대학생활은 결국 취업 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겠지만 저는 대학생활이 대학 이후의 24시간을 어떻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16을 행복하게 하는 노력은 8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8을 좀 더 행복하게 하기 위한거에요.”

듣다보니 ‘24시간 내내 쉬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실제로 책 겉표지에서 그의 이력만 읽고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책은 읽어보지 않아도 뻔하다거나 스펙쌓기와 성공주의에 물든 청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놓음이다. 다시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 그도 가끔씩은 일탈을 즐기기도 한다고. 씨름선수가 경기중에 샅바를 고쳐쥐는 것처럼 우리가 무엇인가를 놓는 이유는 결국 다시 잘 잡기 위해서라는 그의 설명이다.

“많은 분들이 제가 늘 열정적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지만 사람이 항상 그렇게만 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자동차가 왜 빨리 달릴 수 있을까요. 좋은 엔진이 있어서? 운전자가 운전을 잘해서? 제가 생각하기에 차가 빨리 달릴 수 있는 이유는 브레이크 때문이에요. 브레이크는 세우기 위해 존재하잖아요. 하지만 브레이크가 없다면 이 차는 장애물이 나타나도 멈출 수 없어서 절대 빨리 달릴 수 없어요. 흔히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는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운전을 잘하려면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잘 잡고 놓을 줄 알아야해요. 우리 삶도 마찬가지 일거에요.”

열정으로 두드리고 방황하라!
대학생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고 싶은 그에게 대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하나 더 생겼다. 지난해 가을부터 PBC(평화방송)에서 ‘열정으로 Do Dream’ 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것.

“중·고등학교 때 라디오와 함께 학창시절을 보냈어요. 야자시간에도 항상 라디오를 들으면서 공부했었죠. 라디오는 공감대가 잘 형성되는 매체같아요.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대학생활의 고민을 함께하고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같이 다가간다면 충분히 만족해요. 취업이나 미래도 같이 고민해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한창 학생들의 고민이 더 많아질 하반기 공채시즌이다. 이맘때쯤 되면 캠퍼스마다 공개채용 포스터가 나붙고 곳곳에서 열리는 취업박람회엔 발 디딜 틈도 없다. 오랜시간 가슴 졸이면서 취업을 준비한 대학생들은 사회로 첫발을 내딛기 위한 시작을 할 것이다. 결국 어떤 이는 불합격의 고배를 마시고 어떤 이는 합격의 희열을 느끼게 되겠지만 누구나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취업이라는게 저에게도 힘들었어요.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대학교 4학년 2학기에 청계천을 진짜 많이 갔었어요. 청계천 주변에 우리나라 대기업 본사들이 많이 있거든요. 거길 수도 없이 오가며 '과연 저중에 하나라도 갈 수 있을까' 하고 마음 졸였어요. 저뿐 아니라 정말 많은 우리 선배들이 이 과정을 거쳤을거고 또 그렇게 잘들 해냈잖아요. 만약 이 과정이 괴롭기만 한거라면 의미가 없겠지만 충분히 힘들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이란 생각이 들어요.”

원래 대학생들의 궁극적인 꿈은 취업이 아닐지도 모른다. 취업이라는 지상목표에 가려져 잠시 잊고 있었지만 사실 각자의 품에 간직한 꿈 너머 꿈이 있을 것이다. 그에 의하면 중요한 것은 취업을 통해 이뤄낼 꿈이다. 맥킨지와의 면접에서 그는 꿈 너머 꿈인 토크쇼 진행자가 되기 위해서 맥킨지에서 일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결국 떨어졌지만 맥킨지 인사관계자는 맥킨지와 맞지 않는다고 해서 김태원씨의 목표를 수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해줬다. 그는 확신이 생겼다고 한다.

“항상 꿈 너머의 꿈이 무엇인지를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전 취업이 결승점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진짜 출발점에 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분들이 저의 구글 입사를 일종의 도착점으로 보셨지만 저에게는 출발점이었어요. 공모전 수상이나 책을 낸 것도 마찬가지였고요. 이런 시각으로 취업을 바라본다면 조바심도 좀 덜 할 거에요. 항상 새로운 출발점에 서려는 저도 여러 가지 미래계획들을 놓고 고민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저도 방황하고 있답니다.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아요. 고민이 있다는 게 살아있다는 증거겠죠.”

글·사진 류민하 기자 rmh719@hanyang.ac.kr
사진 심소연 기자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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