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한대신문 문예상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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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부
  • 승인 2005.12.06
  • 호수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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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검정 우산

                                                       곽영신 <사회대 사회 01>

1.
  요사이 두어 달은 유난히 가물어서, 우리는 토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가 오지 않을 때에는, 검정 우산의 삶이 어떻게 증명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였다. 어떤 이는, 녀석이 지금은 현관문 앞쪽인지 옆쪽인지에 쳐 박혀있어도, 내일이나 비가 오면 스파이더맨 거미줄처럼 쫘악, 몸을 필 수 있을 테니 괜찮다고 하였다. 다른 이는, 비가 오지 않아도 우산은 그 단단한 뼈마디를 굽히고 싶지 않을 거라 하였다. 전에 비가 그칠 때, 우산이 검은 울음을 뚝뚝 떨어뜨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단다. 푸른 모체에서 벗어나 낚시 바늘에 걸린, 슬픈 몸뚱이 마냥. 
  이런 이도 있었다. 그는 맑은 날에는 검정 우산을 양산으로 쓰면 되지 않느냐고 하였다. 조카들 칼싸움하기에도 좋고 말을 잘 안들을 때는 때리기도 좋다나. 할머니 지팡이로도 괜찮겠다고 얘기할 때쯤, 마침 TV에서는 어여뿐 아나운서가 내일도 소풍가기 딱 알맞은 화창한 날씨라며 생글거렸다.

2. 
  침묵하던 검정 우산은 온 몸을 짜 비틀었다. 다들 모르는군. 두려워하는 거겠지. 노아의 비, 이제는 영원히 그치지 않을. 그리고는 아무도 모르게 감추어둔 한 방울의 눈물을 하늘에 올려, 사막 한복판에 한 땀의 작은 구멍을 뚫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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