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인의 내면적 성장을 위해
한양인의 내면적 성장을 위해
  • 한양대학보
  • 승인 2010.07.25
  • 호수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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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인문대ㆍ국어국문학과> 교수
한 사람의 정체성이나 본질은 불변의 실체로‘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다양한 타자들과 맺는‘관계’에 의해 형성되고 변화된다. 따라서 어떤 사람을 두고, 그에 대한 이러저러한 확고한 규정을 내리는 일에는 신중한 판단과 더불어 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여백을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에 따라 자신의 가치관이나 꿈을 단호하게 견지하고 실천해갈 수도 있지만, 때로는 상황과 관계의 변화에 의해 그것들이 굴절되고 바뀌기도 하고 갈등에 노출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 확립도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회적 요구를 자신의 생의 지표에서 중요시해야하는 이중의 부담을 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대학생들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직업적 전문인으로서의 사회적 요구와 교양을 갖춘 민주 시민으로서의 개인적 요구가 맞물려 우리의 젊은 시절의 긴장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자가 비교적 효율적인 전문적 기능을 요구하는 반면, 후자는 자신을 향해 쌓은 시간과 열정의 몫이 중요하다. 이 두 가지가 온전히 결합할 때, 바람직한 대학인으로 우리의 생이 완성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학의 현실은 전문적 기능인으로서의 교육만 강화되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교양 교육에 대한 상대적 홀대가 두드러지고,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서의 기능에 온 시간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이 보인다. 우리 한양인 역시 자신의 내면적 성장, 이를테면 전공 외적인 책을 섭렵한다든가, 문화적 체험의 부피를 늘려간다든가, 오랜 시간을 쌓아온 인간관계에 좀 더 많은 애정과 헌신의 시간을 보탠다든가, 별로 효율적이지 않아 보이는 자기 모험을 감행해본다든가 하는 일에는 점점 인색해지고, 정해진 행로를 따라 평균적 자격증에 만족하고 더러는 남에게 비쳐지는 외적 모습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도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 대학 여기저기서 건물 신축이나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학교의 주체인 학생들 역시 학교의 외형이 발전하는 정도에 비례해 대학인으로서의 내면적 리모델링에도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하리라고 본다. 최근 과거에 비해 수업 시간의 집중도나 성실성이 많이 감소돼 지적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학교가 외형적으로 발전하는 만큼, 그 안에 있는 학생 또한 자신의 내면적 성장을 꾀하여 학교와 함께 같이 발전해가야 할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그저 평균적으로 살아가는 데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치열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몸짓에는 그 열정과 시간이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는 그 모습을 보고 그의 생이 스스로와 싸워온 오랜 시간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평범하게는 살아도 하찮게는 살 수 없지 않은가.
우리 한양인이 전문인으로서의 유능한 기능과 더불어, 성의 있고 성실한 대학인으로서의 위상을 겸비하는 길로 나아가기를 다시 한 번 바란다. 그 점에서 이번 여름방학에 가질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충전 노력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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