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한 울타리가 될 수 있는 ‘가족의 탄생’
모두 한 울타리가 될 수 있는 ‘가족의 탄생’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0.06.06
  • 호수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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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 중심 벗어난 가족 형태 나타나

영화 「가족의 탄생」은 소녀 같은 누나와 사고뭉치 남동생, 그리고 그의 20살 연상의 연인이자 시 어머니뻘 올케가 구성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이들이 만들어가는 가족의 이야기는 단지 스크린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결혼으로 맺어진 두 남녀와 아이들이 혈연으로 맺어진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을 유지했던 것과 달리 최근엔 이러한 모습을 탈피한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혈연주의를 거부하는 대안 가족을 살펴봤다.

가족, 이제 운명이 아니라 선택이다
통계청에서 2007년에 발표한 「인구 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부부와 미혼 자녀로 이뤄진 전통적 핵가족 형태가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80년엔 부부와 미혼 자녀의 가족 형태가 전체 가구 수 중 56.5%였던 반면 25년이 지난 2005년에는 53.6%를 기록했다. 이와 반대로 △1세대 가구 비율 △부부 가족 및 한 부모 가족 비율 또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전남대 여성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차선자<전남대ㆍ법학과> 교수는 “전통적 핵가족 형태가 여전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1세대 가구의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2세대 이상가구의 수는 감소하고 있다”며 “보편적인 가족의 틀이 변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최근 뚜렷하게 나타나는 혼인율 감소와 이혼율 증가 또한 우리사회가 전통적 가족관에서 탈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996년엔 약 43만5천여 쌍이 혼인하고 약 8만여 부부가 이혼했다. 지난 2006년엔 10년 전보다 혼인 건수가 약 10만여 건 줄어들었고 이혼 건수는 약 5만 여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재혼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성년 자녀를 둔 부부의 이혼과 재혼의 증가함에 따라 성이 다른 자녀로 구성된 새로운 형태의 ‘패치워크 가족’이 나타난다. 패치워크란 자투리 조각보를 이어 만드는 수공예 제품을 말하는 것으로 색깔도 모양도 다른 조각보가 하나로 연결되듯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 가족을 형성했다는 의미다.

이에 차 교수는 “과거와 달리 여성의 경제적 능력이 성장하고 이에 따라 개인의 선택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천부적 혈연관계를 바탕으로 구성된 가족관계 보단 정서적 유대를 바탕으로 구성된 인간관계가 더 강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차 교수는 “좁게만 인식했던 가족의 개념을 깊은 유대감을 바탕으로 생활공동체를 영위하는 집단으로 확대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의 모습을 모두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안양육공동체, 세상 모든 아이를 품다
조은진<안산ㆍ경일고> 양은 5명의 또래 친구들과 함께 산다. 엄마가 집을 나간 후 친척집을 전전하다 청소년관련 사회단체에서 운영하는 그룹홈에 들어오게 됐다. 그룹홈은 △가정폭력 △생계곤란 △방임 등의 이유로 아이가 자라기에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부모 대신 아이를 양육하되 최대한 일반 가정과 같은 환경을 제공해 안정된 정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조 양이 생활하는 그룹홈 역시 학교 근처에 위치한 일반 가정집이다. △대학 진학을 위한 교육비 지원 △자립을 위한 실업 교육비 지원 등 일반 가족 안에서 이뤄지는 경제적ㆍ정서적 지원이 모두 제공된다. 가족 간 유대감 형성을 위해 정기적인 여행과 나들이도 행해진다. 생활 교사들은 상주하면서 아이들에게 고민ㆍ진로 상담 등 아이들에게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정기적인 가족회의를 통해 가족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규율을 정한다.

천지영<들꽃 청소년세상ㆍ그룹홈> 생활 교사는 “처음 그룹홈에 들어올 때에는 가족들로부터 상처받은 아이들이 많지만 자신과 상황이 비슷한 또래들과 생활하고 새로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줌으로써 스스로 치유해 간다”며 “아이들이 각기 다른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갈등이 자주 발생하지만 원가족보다 서로를 더 가깝게 여긴다”고 전했다. 이에 차 교수는 “전통적 가족체계가 모든 아이들에게 안정적인 양육을 제공하진 못한다”며 “아이들에게 가족의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는 대안양육공동체 또한 가족의 범주에 포함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룹 홈뿐만 아니라 가족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또 다른 가정을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지 못할 때에 아이의 친권과 유대관계는 유지하되 원 부모가 아이를 맡을 수 있을 때까지 대신 양육해주는 위탁가정이 있다.

아이와 원부모의 격리기간이 짧을수록 아이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위탁 기간은 보통 2년이내다. 짧은 기간 동안 위탁되지만 위탁 부모와 아이는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한다. 원가족을 대신해야 하기 때문에 위탁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애정 또한 일반 가정의 아이들과 동일하다. 위탁가정에서 지냈던 아이가 원가정으로 돌아갈 때에는 충분한 적응과정을 거쳐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힘들어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다.

2명의 아이를 입양하고 8명의 아이들의 위탁모가 돼준 김명희<대안가정운동본부> 사무국장은 “가족은 혈연으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공유하고 역사를 만들어가면서 형성되는 것”이라며 “짧은 기간이지만 위탁 대상 아이 또한 마음으로 낳은 자식”이라고 전했다.

비혼 여성공동체, 자유와 안정을 공유하다
서로의 생각과 가치를 공유하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가족은 또 있다. 연희동의 한 빌라에서 살고 있는 이 세 여성들은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는 의미인 미혼을 거부하며 독신이라는 말보단 단지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나타나는 비혼 여성들이다.

이들은 가부장 중심의 전통적 가족관에 의문을 제기하며 결혼은 필수가 아닌 하나의 선택으로 결혼하지 않고 결혼 너머의 다양한 가족 공동체를 추구한다. 같은 생활공간에서 전통적 가족의 역할을 대신해 주는 이들과 형성하고 사는 비혼 여성공동체 또한 이들에겐 가족이다. 하지만 이들이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혼 여성들은 가족에게 주어지는 제도 밖으로 밀려난다.

이에 이 세 여성들은 여성주의 의료생협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여성주의 의료생협을 준비하고 있는 추혜인<여성주의 의료생협ㆍ가정의학과> 의사는 “비혼 여성뿐만 아니라 제도권 밖에서 보호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여성주의적인 시선으로 다가가기 위해 기획했다”며 “조합원이 직접 설립하고 운영하며 생활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가자는 뜻을 담은 생협은 서로 연대하며 살아가는 비혼 가족을 비롯한 새로운 가족공동체와 닮았다”고 말했다.

또 비혼 여성 단체에서 일하는 위성은<언니 네트워크ㆍ편집팀> 팀장은 “비혼 여성들이 일반 가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주택 대출, 세금 공제와 같은 가족 관련 제도로부터 보호 받지 못한다”며 “비혼 여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받아들이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
 사진제공 : 들꽃 청소년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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