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유쾌한 수업을 이끌고 있는 제리 크잘네키<국문대ㆍ영미언어문화학과> 교수
높게 솟은 코만큼이나 높게 삐쳐 올라간 눈썹은 그의 첫인상을 만든다. 그러나 제리 크잘네키 교수를 알고 나면 학생들은 쉽게 그의 매력에 빠져든다.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듯한 그의 문학수업과 인생이야기,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의 문학사랑, 그리고 대학생활
천성이 책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대학에 진학해서도 장학금을 받으며 다녔다는 크잘네키 교수. 그는 미국 대학에서의 사제지간이 한국과는 다른 것 같다고 했다. 특별한 목적이 없이도 쉽게 교수님께 찾아가 묻고 이야기 나누는 게 그에게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저는 대학시절 연세가 지긋하신 교수님들과 더 친하게 지냈어요. 오랫동안 교직에 계신 교수님들일수록 차분히 자신만의 지식을 알려주실 수 있다는 매력이 있어요. 저는 아직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나이든 교수님같이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4년간의 대학생활을 마치고 크잘네키 교수는 문득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너무 열심히 해온 그였기에 지칠 법도 했을 것이다. 어디로 가야할까 생각하다가 1995년 그는 한국으로 향했다. 연세어학당을 다니며 1년 반 동안 공부를 했고, 부산에서는 학원 선생님으로도 생활했다. 이것이 한국과의 첫 인연이었다.
“저는 폴란드에서 태어나 열한 살까지 어린 시절을 보냈고 나머지를 미국에서 생활했으니 좀 특별한 곳으로 떠나고 싶었어요. 그게 아시아였죠. 당시 중국은 너무 크고 공산주의 때문에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일본은 너무 많은 사람이 가는 곳이었죠. 그래서 한국을 선택하게 됐어요.”
한국에서 번 돈을 조금씩 모아 그는 진짜 여행을 떠났다. 유럽의 발칸반도에서 출발해 터키, 이란, 파키스탄을 거쳐 인도로 갔다. “이 때 여행을 다니며 참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인도에서는 두 달간 산골마을에 머물기도 했고요.”
그는 대학생들에게 여행을 떠날 것을 권한다. “학생들은 많은 돈이 들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는 것 같아요. 진짜 문제는 티켓을 끊기 전까지만 이에요. 우선 떠나고 보는 것이 좋아요. 싼 여행이라면 인도를 정말 추천해요.”
그에게 있어 대학이란 감사한 곳
그래서 그는 독립을 배울 수 있고 자유로움을 주장할 수 있는 대학을 사랑한다. 그에게도 대학시절 문제아였던 때가 있었다. 책읽기를 즐겼지만 남이 시켜서 읽는 책은 왠지 읽기가 싫었던 것. “교수님이 추천해 주시는 책은 안 읽고 다른 것들만 골라서 읽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많은 것을 놓쳤던 것 같아요. 무조건 시키면 반항하던 시절이었죠.”
그런 그에게 학과 교수님이 큰 도움을 줬다. 그 교수님은 대학생이던 크잘네키 교수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대학생활이라는 것이 지금은 힘들고 괴롭게 보이지만 되돌아보면 참 재미있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이제 그 또한 교수가 돼 자신의 제자들을 걱정한다. “한국 대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고민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 걱정이에요. 물론 직업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지만 바꿀 수 없는 미래라면 조금 여유를 갖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죠. 다 잘될 것이라는 믿음과 자세가 어느 정도는 필요할 것 같아요.”
크잘네키 교수는 최근 영문학토론학회를 개설해 지도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할 말이 항상 많다고 말하는 크잘네키 교수, 그의 오래된 스승처럼 좋은 교수로 남기위해 그는 오늘도 책을 읽는다.
사진 박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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