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는 걸음이 중요합니다”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는 걸음이 중요합니다”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0.05.16
  • 호수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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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결 같이 노력하는 아나운서 이재홍<관광학과 91> 동문

깔끔한 흰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걸어오는 그는 누가봐도 아나운서 이미지였다. 그러나 KBS 스포츠 9시 뉴스를 10년 동안 진행했다는 이재홍 동문에게는 아나운서라는 딱딱함보단 친근함과 익숙함이 느껴졌다. 1998년 KBS에 입사 이후 13년 동안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아나운서 이재홍 동문을 만나봤다.


젊은 시절 아나운서, 한대방송국

▲ 이재홍<관광학과 91> 동문
‘KBS 대표 아나운서 이재홍’의 인연은 한대방송국에서부터 시작됐다. 13년 동안 KBS에 몸담으며 매끄러운 진행 능력을 쌓아갔지만 그 기반에는 대학시절에 이 동문이 열정을 쏟았던 한대방송국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대학시절 한대방송국 아나운서로의 생활이 지금의 KBS 아나운서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당시에 한번 방송하려면 몇 번이고 반복해 연습해야만 했어요. 더운 여름날 좁은 부스 안에 동기들 전체가 다 들어가서 부대끼기도 하고 소리 지르면서 운동장을 몇 바퀴씩 돌기도 했어요.”

‘공중파 방송국에서도 다 이렇게 한다’는 선배들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면서 했던 일이 지금보니 아닌 것도 많다고. 그는 젊었을 때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활동을 해보라고 말한다. 당시 함께하던 방송국 사람들 모두 20살 무렵의 아마추어들이기 때문에 무모하게 몸으로 부딪혀야 했고, 또 그래서 깨달았던 것들이 많았다. 특별한 방송기술 보다는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조직 사회를 경험했던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됐단다.

“그때를 떠올리면 점심은 무조건 자장면만 먹어야 한다는 등의 말도 안 되는 규칙도 많았어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가장 열정적이고 순수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근래 학교에서 그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작년 개교 70주년 행사에서도 이 동문이 사회를 맡았다.
“한양대 출신 KBS 아나운서가 백승주 아나운서를 포함해 4명 정도밖에 없어요. 사회가 인식하는 학교의 이미지는 점점 좋아지는 데에 비해 아직까지 우리학교 출신 아나운서가 많이 부족해요. 제가 학교일에 관심을 많이 갖는 만큼 후배들도 아나운서에 관심을 많이 갖고 많이 지원했으면 하네요.”    

아나운서, 너는 내 운명
이 동문은 아나운서를 ‘아이와 놀아줄 수 없을 정도로 바쁘고 매일 긴장 속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전 국민에게 아나운서라는 이유만으로도 좋게 평가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아나운서의 매력에 푹 빠져 방송을 즐기지만 처음부터 목표가 아나운서는 아니었다고.

“저는 사실 아나운서가 꼭 돼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외환금융위기가 찾아왔던 해에 아내와 함께 근무하던 회사를 그만둬야 했어요. 그래서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게 된 셈이죠.”

지원서를 쓸 때에도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남들은 나중에 눈치를 봐서 지원서를 제출한다던 아나운서 시험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1번으로 지원서를 제출했다고.

 “제가 입사한 98년에는 채용인원이 남자 아나운서 1명, 여자 아나운서 1명뿐이었어요. 실력이 비슷비슷한 사람 중 1명만 뽑는다는 건 능력 외의 것이 많이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1번 응시자가 합격하는 경우는 드물꺼예요. 운이 좋았죠.”

꾸준한 노력과 책임감이 이룬 결과

이 동문은 인터뷰 내내 아나운서가 된 것도, 남들보다 9시 스포츠 뉴스를 일찍 진행할 수 있었던 것도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동문이 ‘KBS대표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었던 것은 꾸준한 노력과 일에 대한 남다른 애정 때문이었다. 프로그램과 뉴스를 진행하기 전에 이를 위해 매일 하루에 3시간 정도 준비한다.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주시청자가 누구인지, 어느 정도 톤과 어떤 단어를 사용해서 시청자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항상 고민해요. 아나운서는 자신을 드러내는 직업이 아닌, 자신이 맡은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이끌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가 스포츠 관련 방송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스포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학시절엔 농구를 좋아했기 때문에 지방경기까지 관람할 정도로 스포츠 마니아였다. 그래서 그는 스포츠 방송을 진행하게 됐다.

“모든 건 관심과 흥미에서 시작해요. 빠르고 박진감 넘치며 매순간을 놓치면 안 되는 스포츠가 좋아서 방송사에 입사한 후 줄곧 스포츠 분야에서 진행을 맡았어요. 이게 많은 사람들이 저를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로 기억하게 만들었죠. 좋아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즐겁게 할 수 있었고 인정받을 수도 있었어요.”

이 동문에게 있어 아나운서 일도 마찬가지다. 높은 노동 강도와 계속되는 긴장감을 견디기 위해선 방송이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된다. 이 동문은 아나운서의 화려함만을 좇는 젊은이들에 대한 걱정을 남겼다.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스스로에게 진짜 이 일이 하고 싶은지에 대해 끊임 없이 되물어봐야 합니다.”      

 사진 박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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