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있는 국민을 위해서
권위있는 국민을 위해서
  • 김규범 편집국장
  • 승인 2010.05.15
  • 호수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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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자주 쓰는 표현 중 하나가 ‘권위’라는 단어입니다. 너무 자주 쓰여 그 의미가 퇴색되고 변질됐지만 진정한 권위는 바라보는 이의 머리가 자연스럽게 숙여지도록 자신의 일을 충실히 다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칭호입니다.

세상의 큰 인물들이 우리 곁을 떠나갈 때마다 머리를 조아리고 애도하는 이유도 명성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충실히 할 일을 다 하고 떠났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간 유독 많은 별들을 떠나보내면서 문득 다음 세대들도 현 세대를 보며 권위를 느낄지 걱정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려가며 노력하고 있을 분들에게는 실례되는 말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를 보면 그렇게 순수하게 노력하는 분들마저 잊히도록 세상이 흘러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걱정이 기우일까요?

자신의 의무는 다하지 않은 채 권리만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기우가 아닌 듯합니다. 요즘은 바야흐로 선거철입니다. 각 정당에서 후보를 공천하기 바쁘고 공식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면 선거운동이 정신없이 휘몰아 칠 예정입니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이미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의 비리수준이 상당한 수준입니다. 그리고 구의회는 그 실효성을 의심받아 2014년부터는 폐지되기로 결정됐습니다. 구의회 폐지에 대해선 아직 반발이 있지만 중요한 사실은 구의회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주민들이 구의회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여기저기서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있었겠지만 외면 받는 걸 보면 구의회의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지자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비리의 온상이 됐다면 누군가 책임을 지고 사죄해야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지자체 정치인 중 그 누구도 반성하지 않고 있습니다. 각 후보를 심사하고 공천하는 정당에서 자성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데 지자체에서 직접 나서서 반성할 리 만무합니다.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선거를 위한 정치 공세만 지속하는 그들을 볼 때면 우리 사회에 권위가 존재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들만 문제일까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유권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인들이 왜 국민에게 사과는 커녕 선거운동만 할까요. 바로 국민에게 권위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권위가 없으니 정치인들이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 것이며 정치가 그들 마음대로 굴러가는 것이지요. 국민이 권위를 되찾기 위한 첫 걸음은 바로 투표입니다. 투표라는 국민의 의무를 다할 때 권위는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며 정치인들이 스스로 머리를 조아릴 것입니다.

이번 주 화요일인 5월 18일은 광주민주화운동이 있던 날입니다. 누군가는 역사라 칭하지만 광주시민들에게는 아직 피부로 느끼는 현실입니다. 그 날 이후 채 한 세대가 지나지 않았으며 당시 운동 참여 시민들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으니까요. 그들은 5.18을 국민들이 기억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국민이 살아있음을 알리기 위해, 국민의 권리를 얻기 위해, 국민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몸 바쳤던 자신들을 추모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누군가 또다시 국민들을 우습게 본다면 꼭 싸워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리고 총으로 무장해 지킬 수밖에 없었던 자신들보단 좀 더 민주적인 투표를 통해 싸워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 뜻에 공감한다면 정치인들이 5.18묘역에 열 번 헌화하기보다 국민 앞에 한 번 머리 숙이는 광경을 보고 싶다면 투표하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여러분께 권고해보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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