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가족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
'한국판’ 가족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
  • 우지은 수습기자
  • 승인 2010.05.01
  • 호수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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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근대성과 개인화 이론을 통한 새로운 가족모델 찾기


성평등지수 100점 만점 환산 시 60점. 한국사회 주요 갈등유형의 심각성 측정 결과 남녀갈등 심각성 최하위.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이러한 실태는 왜 발생하며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심영희<법대ㆍ법학과> 교수는 논문 「21세기형 공동체 가족 모델의 모색과 지원방안-2차 근대성과 개인화이론의 관점에서」를 통해 위험을 감수할 새로운 가족 모델을 제시한다.

심 교수는 새로운 가족 모델을 ‘2차 근대성’과 ‘개인화 이론’을 통해 제시한다. 기존의 1차 근대성은 신자유주의의 여파로 합리성과 자유, 평등을 외치긴 했지만 현실의 가족에서 평등의 의미는 성별분업만을 의미했다.

남성은 남성의 일을 하고 여성은 여성의 일을 하는 것이 그 시대의 평등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성별분업은 가부장 제도를 더욱 더 고착화시키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여성에게 가사의 의무를 강제적으로 부과할 명분을 제시할 뿐이었다.

2차 근대성은 평등을 근본적인 가치로서 추구한다는 점에서 1차 근대성과 같다. 하지만 “2차 근대성은 성별 평등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심 교수는 전했다. 2차 근대성은 가족이라는 집단에 종속돼야만 했던 여성들을 해방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성별평등을 실질적인 의미에서 실현한 것이다. 남성 혹은 여성을 가족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한 개인으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이를 개인화라 한다. 개인화는 ‘가족 이후의 가족’이라는 개념을 정립시킨다. 1차 근대성에 기초한 전통적인 가족상에서 벗어난 의미의 가족을 뜻한다. 심 교수는 “‘가족 이후의 가족’은 공동체보다 개인에 무게중심이 쏠려있기 때문에 서구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밝혔다.

‘개인 없는 개인화’라는 개념도 정립된다. 이는 2차 근대성을 거치며 나온 것으로 개인화의 과정을 겪었지만 개인주의가 결여돼 있는 상태를 말한다. 한 예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07년 조사한 혼인 및 이혼 수에 따르면 결혼에 찬성하는 비율이 감소하더라도 그러한 현상이 개개인의 주관적인 가치관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즉 결혼을 할 만한 여건이 되질 않아 결혼에 반대하는 것이지 결혼에 대한 가치관은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저출산 문제와 이혼에서도 같은 논리로 작용 한다.

심 교수는 ‘개인 없는 개인화’를 기초로 세워진 가족 모델을 21세기형 공동체 가족이라 칭했다. 이는 구성원의 개인주의보다는 공동체 지향적이고 가족 지향적인 성향을 유지하는 가족형태를 뜻하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만 발견되는 특이한 모델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21세기형 공동체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에는 제도와 문화의 동시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제도적으로 사회통합을 위한 권리 증진을 이뤄 구성원들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해 이를 매개로 통합을 성취해야 한다. 문화적으로는 사회통합을 위해 뚜렷한 힘이 보이진 않지만 계속되는 소통을 통해 합의를 이뤄야 한다.

심 교수는 “부부간 평등한 관계를 위해 제도적차원에서 먼저 친족법을 혼인법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가부장제도로 여성들을 구속하는 친족법은 2차 근대성의 제도적 개인화 과정과는 맞지 않는 개념”이며 “일과 가족의 양립을 위해서 국가가 보육서비스 확대와 같은 가족 친화적 제도들을 만들어야한다”고 밝혔다.

문화적 동기화 차원으로는 평등이념을 개발하고 홍보해야하며 1차 근대성의 산물인 성별분업 이데올로기를 타파하고 돌봄 노동을 사회화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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