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번역, 해결 과제 많아
한국어 번역, 해결 과제 많아
  • 최혜윤 객원기자
  • 승인 2005.12.04
  • 호수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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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에 대한 체계적 시스템 부족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던 고은 시인
문학작품의 번역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베스트셀러인 댄 브라운의 ‘다빈치코드’ 한국어판 또한 오역시비로 인해 작품전체를 개역한 개정판을 냈다. 오역을 지적한 코리아헤럴드 어학원 영한번역전문반 학생들과 교사는 지난해 미디어다음에서 “다빈치코드의 오역들 중에는 책의 복선(伏線)자체가 사라진 경우도 있어 독자들의 흥미를 반감시켰다”며 “소설 속 배경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비단 문학뿐 아니라 동서양 고전 번역, 실용서, 심지어 가장 기본인 영한사전조차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영미문학연구회의 조사에 따르면 총 5백27종의 책 중 신뢰도가 매우 높은 최고등급은 단 6종에 불과했고 추천서는 62종(11%)뿐이었다. 결국 완역본 10권 중 1권 정도만 믿을 만한 번역인 셈이다. 기술서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컴퓨터서적 전문출판사인 S출판사의 경우, ‘스프레드 시트’를 ‘스프빨간 시트’, ‘더블 클릭한다’를 ‘두 번 딸깍 소리 나게 한다’고 표기하는 등 웃지 못할 오류가 발견되기도 했다. 

국내 번역서 오역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잘못된 출판문화를 꼽는다. 실력 있는 전문번역가를 찾기 힘들고, 대부분 출판사에서 대학원생이나 검증이 되지 않은 이에게 편의상 번역을 맡기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때문에 실제로 표절시비에 휘말리거나, 표절을 하지 않았어도 번역의 정확성이나 가독성에서 신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영석<인문대·영문> 교수는 “번역은 직역과 문학적 의역 사이에서 끊임없는 고민의 산물이다. 해당언어를 모국어수준으로 구사하고 내용에 대한 전문지식, 우리말 구사능력이 조화돼야한다”고 말했다.

좌 2005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한국관 전경 <출처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홈페이지> 우 2005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우뚝 선 자랑스런 한국작가들 사진 : 장선주<인문대, 독문 03>
한국작품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것도 풀어야 될 숙제이다. 지난 10월 열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한국작품은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독일 언론은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책의 번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그 수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최병은<고은 선시집(禪詩集) 스웨덴어 번역>씨는 지난 11월 매일경제에서 “고 시인이 올해 노벨문학상후보로 거론되자 스톡홀름의 대형서점 세일즈매니저들이 번역된 한국문학 작품을 찾았으나 딱히 내놓을 만한 게 없었다”며 번역본 부족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두 번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경우, 정부가 1945년부터 1990년까지 2만여 종의 해외출간을 지원해 일본작가의 해외인지도를 높이고 해외 유력출판사 출간을 도왔다. 반면 한국은 한국문학번역원을 통해 79년부터 현재까지 25개국 7백96건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현재 통역대학원에서는 번역과 통역학과로 나눠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이 중 번역학과를 정부와 출판계가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등 전문번역가 양성에 노력해야한다. 외국처럼 번역가가 인세를 받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10%의 인세계약을 맺고‘셜록홈즈전집’(전 9권·황금가지 펴냄)을 번역한 백영미씨(38)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4억원이 넘는 인세를 받았다.

인세는 번역가도 출판사와 함께 책을 기획하고 만들고 판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이 생겨 시너지 효과가 있다. 오역논란이 없는 번역, 국내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의 꿈이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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