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친구와 술을 마셨어요. 더는 못가겠다고 해서, 의심 없이 여관을 잡아 주고 나오려는데 갑자기 끌어당기고는…. 분하고 억울해서 신고를 했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저를 ‘꽃뱀’으로 몰아요. 억울해요!”

데이트 성폭력이란 데이트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성폭력을 의미한다. 그 범위는 단순 언어폭력에서 경제적ㆍ성적 폭력, 극단적으론 신체적 폭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여성운동단체 ‘한국 여성의 전화’의 조사에 따르면 접수된 성폭력 신고 954건 중 애인에 의한 데이트 성폭력 관련 사례가 241건(25.3%) 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해 그 정도가 심각했다. 또 이는 전체 연령대 중 20대에 49.1%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트 성폭력은 흉악성의 강도가 심하다. 같은 조사 결과에서 954건의 데이트 성폭력 피해사례 중 강간이 305건(32.0%), 성추행 222건(23.3%), 스토킹 217건(22.7%)이다. 범행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는 문제도 있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이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 하지만 또 다시 갈등이 빚어지면, 피해자를 다시 폭행한다.

이런 악순환은 관계 종료 후에도 ‘성관계 사실을 알리겠다’는 등의 협박과 폭행으로 반복돼 이어진다. 또 피·가해자간 이중적인 감정양상을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고통을 주고받지만 데이트 관계는 인정해 피해자가 관계에 얽매여서 성폭력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

현정<한국여성의전화ㆍ성폭력상담소> 상담가는 이러한 데이트 폭력이 지속되는 원인으로 가부장적 사회풍토를 우선 꼽았다. 우리 사회에는 ‘남성은 성에 자연스럽고, 여성은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잔존한다. 이러한 의식은 가해자의 협박에 힘을 실어준다. 그리고 여성이 각종 성문제에 대한 대응, 신고를 주저케 한다.

신고 후에도 관련법의 부재로 가해자의 처벌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관계가 애매해 다른 법의 적용도 어렵다. 피해자를 배려한 보호 제도도 마련돼 있지 않아 가해자로 부터 각종 위협을 받는다. 심지어 피해자가 가해자 취급을 받기도 한다. 이에 현정 상담가는 “보호는 고사하고 담당 신고기관으로 부터 ‘사랑싸움이니 둘이 알아서 합의하라.’, ‘좋아서 만날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헤어지겠다고 하면 안 때릴 남자가 어디 있나?’, ‘혹시 꽃뱀 아닌가?’라는 답변을 받은 사례도 있다.”고 언급했다.

개인적 측면에서도 사랑과 성폭력을 구분 못하는 분별성의 부재는 문제의 심각성을 증폭시킨다.

현정 상담가는 “범죄사실에 대한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는 성폭행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당하고만 있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국 여성의 전화는 데이트 성폭력에 대한 관심 증대와 해결 방안 모색을 목적으로 지난 해 11월 ‘달콤한 연애의 이면-데이트폭력 토론회’를 개최한 바가 있다.

이 토론회는 사회적 차원의 방안으로 △관련 법적 장치의 마련 △피해자 보호 장치의 마련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제시했고 개인ㆍ교육적 차원의 방안으로 △교육과정에의 체계적인 성교육 확대 △대학 내 각종 성폭력 예방 프로그램의 도입 △전문 상담사의 도입 의무화 등을 언급했다.

이에 앞서 현재 우리학교 양성평등센터는 ‘데이트 성폭력’ 코너를 별도로 운영 중에 있다.

구체적으로 △데이트 성폭력의 정의 △예방 및 대처법 △자가진단 테스트 △온라인 상담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김은경<양성평등센터> 책임연구원은 “데이트 성폭력의 심각성을 사전에 인지해 이미 온라인상으로 각종 관련 콘텐츠를 제공 중”이며 “향후 학생들에게 오프라인 상에서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임채영 수습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