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선거세칙 논란
아직 끝나지 않은 선거세칙 논란
  • 김상혁 기자
  • 승인 2010.05.01
  • 호수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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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원등록제ㆍ선거 시행 세칙 등 재발 방지책 마련 시급

서울캠퍼스 제38대 총학생회(이하 총학) 선거에서 체대 투표소의 7표가 ‘본인 아닌 자의 투표 행위’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총학 SAY는 당선 확정이 한달간 유보됐었으며 화학공학과의 한 학생은 대자보를 통해 부총학생회장 오로라<체대ㆍ스포츠산업학과 08> 양의 출신 단대가 체대인 것과 이번 대리투표 사건이 체대에서 일어난 점을 들어 총학과 대리투표 관련자 간 연관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체대 총학생회 선거인 명부 전원 무효 △체대 투표함 전원 몰수 △대리투표 사건 관련 학생의 1년간 피선거권 박탈을 조치했다. 하지만 △투표함 전원 몰수 조치의 악용 가능성 △당선 여부에 대한 전체 학생들의 의견 수렴 과정 부재 △사건과 연관된 학생의 제재 수위 등의 논란이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총학생회 개입했나
대리투표 사건이 발생한 단대가 부총학생회장 소속 단대라는 점과 대리투표 관련자가 체육국장 내정자였다는 사실은 총학이 대리투표를 종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공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A는 “총학 집행부 내정자가 대리투표 사건과 연루돼 있다면 총학이 이번 사건에 관여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총학생회장 최정인<법대ㆍ법학과 06> 군은 이에 대해 “체육국장은 관습적으로 체대 내에서 지명돼 총학에서는 자격 심사만 한다”며 “대리투표 사건 관련자가 체육국장 내정자라는 사실도 사건 발생 후에 들은 사실이며 대리투표를 종용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중선관위도 총학의 대리투표 종용 여부의 파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결론내린 상태다.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김광수<인문대ㆍ독어독문학과 08> 군은 “직접적 증거가 확보된 상태가 아니라면 총학이 대리투표를 종용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중선관위의 조사 과정에서 선거운동원등록제 시행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우리학교는 현재 선거운동원등록제를 시행하는 대신 선거운동복 착용 여부로 선거운동원을 구별하고 있다. 교육대책위원장 안승순<법대ㆍ법학과 07> 군은 “선거운동원등록제가 시행됐다면 체대 대리투표 관련자와 총학 간 관계도 명확히 밝혀 냈을 것”이라며 “공정한 선거 진행을 위해 선거운동원등록제 시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거운동원등록제 도입에 대해 김 군은 “선거 운동 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 구분이 쉬워질 것 같다”며 “도입 필요성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투표자 무효처리 예비안

제1안

투표는 인정, 표는 무효처리

제2안

투표 불인정, 사고처리로 제적인원에서 제함

제3안

투표 불인정(안한 것으로 처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검토한 투표율 무효화 처리 위한 세가지 방안이다.
이 중 제 3안이 선택돼 체대 투표함 몰수가 이뤄졌다.

제재 조치 정당했나
중선관위의 조치에 대해서 △투표함 몰수 조치의 향후 악용 가능성 △제재 수위 조정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투표함 전원 몰수의 경우 대규모 단위의 단대인 공대 등에서 해당 사건이 일어나면 당선 무효로 악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홍준모<전자컴퓨터통신공학과 석사과정 2기> 씨는 “투표함 몰수는 악용될 소지가 높은 조치”라며 “대리투표의 규모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파악해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학교 선거시행세칙에는 대리투표에 대한 구체적 세부 세칙이 없어 이번 조치는 공직자 선거법을 참고해 이뤄졌다. 성동구 선관위 측은 “후보와 선본 측의 종용이 없을 경우의 대리투표 발생은 해당 지역구 투표함 몰수, 대리투표인의 피선거권 5년간 박탈 조치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이에 관련해 김 군은 “공직자 선거법에는 투표율 조항이 없었지만 우리학교의 경우 단선이며 투표율이 중요 요소임을 고려해 선거인명부 무효처리를 추가 게재했다”고 밝혔다.

제재 수위가 낮다는 비판을 받은 체대 대리투표 관련자의 ‘1년간 피선거권 박탈’은 차기 선거까지의 피선거권 박탈을 의미한 것으로 간주해 결정된 것이다. 하지만 공직자 선거법을 학생사회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되고 있다. 박영민<성동구ㆍ선거관리위원회> 지도주임은 “학생사회와 공직자사회는 성격 자체가 다르므로 선거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 공직자 선거에는 단선 후보가 대부분 존재하지 않아 이에 적용되는 선거법 제정이 구체적으로 돼 있지 않다.

처벌 수위가 높다는 것도 학생사회와 공직자사회의 차이점이다. 박 씨는 “실질적인 처벌 조항이 없는 학생사회에서는 학생사회만의 선거 세칙을 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김 군은 “큰 틀 안에서 선거 세칙 추가 제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개별 사안마다 판단의 기준이 다르므로 해당 선거마다 중선관위의 합리적인 판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선거 세칙의 큰 틀은 정하되 세세한 부분은 중선관위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이번 조치 중 ‘투표율 무효화’의 경우 투표와 투표율에 대한 세가지 방안(위 표 참고) 중 단선인 이번 선거의 특성을 고려해 투표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투표를 안한 것으로 처리할 것’ 항을 선택했다는 것이 중선관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선거세칙 제정 범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작년 경북대의 대리투표 사건을 취재한 경북대신문의 박영순<경북대ㆍ수학과 08> 기자는 “선거 세칙은 큰 틀만 잡아두는 것보다 구체적 항목을 정해 세칙을 구성하는 것이 과정은 번거롭지만 더 효율적”이라며 “경우와 구성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이는 같은 조직의 구성원은 물론, 외적으로 봤을 때도 그 조직이 엉성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군 또한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현 선거 세칙을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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