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과 ‘반전’: ‘반복’은 어느 순간 위대한 ‘반전’을 일으킨다.
‘반복’과 ‘반전’: ‘반복’은 어느 순간 위대한 ‘반전’을 일으킨다.
  • 한양대학보
  • 승인 2010.04.03
  • 호수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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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만<사범대ㆍ교육공학과> 교수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매일 하는 일이 바로 나의 정체성을 결정해준다. 매일 술을 마시면 알코올 중독자가 되거나 위스키 감별사가 된다. 알콜 중독자와 위스키 감별사의 차이는 전자는 술을 대책 없이 마시는 사람이지만 후자는 술의 맛과 향을 음미하면서 그 미묘한 차이를 구별하는 사람이다. 매일 쇼핑을 하면 쇼핑 중독자가 되지만 매일 쇼핑을 도와주면 쇼핑 호스트가 된다. 쇼핑 중독자는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사람이지만 쇼핑 호스트는 “나는 쇼핑을 도와준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쇼핑 중독자는 하루라도 쇼핑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허전한 사람이지만 쇼핑 호스트는 하루라도 쇼퍼(shopper)들을 만나지 않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은 사람이다. 똑같이 매일하지만 어떤 사람은 중독돼 있지만 어떤 사람은 지독한 승부근성으로 그 일을 자신의 필생의 업으로 삼는다. ‘중독’과 ‘지독’의 차이다. 뭔가에 ‘중독’된 사람은 그 일을 습관적으로 반복한다. ‘중독’은 ‘중증’을 일으킨다. 뭔가를 지독한 열정으로 매일같이 반복하는 사람은 어제와 다른 방법으로 남다른 의미와 가치를 추구한다. 지독함은 “지성이면 감천”을 불러온다. 지독한 열정만이 지극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유일한 원동력이다.

매일 책을 보면 책벌레가 되지만 매일 책을 읽지 않으면 책과 담쌓고 그럭저럭 살아가는 사람이 된다. 책은 음식과 같아서 하루라도 읽지 않으면 생각의 허기가 진다. 좋은 음식을 골라 먹어야 하듯이 좋은 책을 골라서 읽어야 된다. 책벌레는 책이 없으면 하루도 살아가기 어렵다. 책의 정신의 음식이다. 정신의 음식을 매일 먹으면 정신을 차릴 수 있지만 정신의 음식을 가끔 또는 아예 먹지 않으면 정신이 나간다. 책을 읽고 메일매일 글을 쓰면 작가가 된다. 작가는 매일 책을 읽으면서도 동시에 글을 쓴다. 책을 매일 읽지만 글을 쓰지 않으면 작가가 될 수 없다. 책만 읽는 사람과 책을 읽고 동시에 글을 쓰는 사람의 차이다. 책을 반복해서 읽고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을 반복해서 쓰다보면 어느 날 갑자기 글눈이 트인다. 그리고 글발이 생긴다. 책을 읽고 말로만 하는 사람,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으로 정리하지 않는 사람은 말발은 좋을지 몰라도 글은 좋지 않다. 글발은 자신의 생각으로 정리돼 술술 나올 때까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독하게 써보려는 사람에게만 생긴다. ‘글발’은 그래서 ‘끝발’이 만들어 준다. 하루도 쉬지 않고 글을 끝까지 쓰면 글발이 생긴다. 반복해서 글을 쓰면 어느 순간 글눈이 트이고 위대한 반전이 일어난다. 

전문가가 되는 유일한 길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루도 쉬지 않고 꾸준히 반복하는 방법이다.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 위대함은 작은 실천을 진지하게 반복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한 걸음이 먼 길을 가게 만들고, 1m의 작은 차이가 100m의 먼 거리를 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모든 위대함은 작은 차이의 반복으로 탄생한 성취다. 반복이 완벽을 만든다. 반복하면 어느 순간 반등이 일어나고 반전이 시작되는 전환점에 이른다. 나의 하루 일과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내가 지금 반복하고 있는 일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 준다. 내가 누구인지는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앞으로 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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