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새로운 패러다임 요구될 때
페미니즘, 새로운 패러다임 요구될 때
  • 취재부
  • 승인 2005.12.04
  • 호수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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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리엘의 웨딩”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이 영화는 한 여성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나로 하여금 진정한 여성으로서의 삶이란 무엇인지를 되묻게 하였다.

외모에서 오는 콤플렉스와 가족들에게서 받는 고통. 아버지와 형제들,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 못하던 뮤리엘이 한 친구와의 진정한 우정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한다는 내용으로 이 영화에서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는 ABBA의 노래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흔히 페미니즘 영화 또는 여성영화라고 불리는 이런 종류의 영화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 아니 우리 모두에게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여성문제의 모습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 동안 여성이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사회구조는 여성의 사회참여를 약화시켜 왔으며, 그로 인한 여성의 인권이 상당 부분 침해당해 왔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그런 까닭에 이의 회복을 위해 많은 여성단체가 설립됐으며 적극적인 활동으로 많은 법률들이 제정되고 권익이 신장되고 있음은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신장은 더욱 많이 필요하며 더욱 적극적인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해방 후 30여 년 동안 우리 여성단체들은 여성의 보다 나은 처지, 밝은 한국사회를 위하여 많은 수고와 활동을 해왔고, 나름대로의 성과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재고해 보아야 할 사항이 아직 남아있다. 그것은 즉 한국 여성이 문제시하고 전개해야 할 운동의 기반인 철학이 무엇이었던가, 여성문제 해결을 위한 정열과 신조는 어떠하였던가 하는 것 등이다. 또한 재정 기금의 확보 없이 단체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사업이 ‘순간적’, 그리고 ‘단편적’이었던 것이 많지 않았나 하는 점 등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되짚어봐야 한다.

여성문제는 사회문화, 이데올로기, 정치 법, 경제 등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이며 구체적으로는 가정과 직업, 사랑과 성 등의 문제로 남녀관계, 가족관계, 사회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즉 인간의 삶에 있어 근본적인 문제이며 사회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여성 문제의 해결은 궁극적으로 사회문제의 해결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또한 이제는 단지 남녀 간의 성의 대결의 차원에서 여성문제를 다루지 말아야 하며 우리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이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논의하고 있는 여러 문제는 단지 여성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며 사회구성원 모두가 고민하고 의논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하다면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사회구성원 전체의 공동논의의 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먼저 여성들의 주장을 직접 공감적 이해의 차원에서 들어보고 생각해보아야 하며 이해의 바탕위에서,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논의할 자리를 하루빨리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또한 여성문제의 해결방안이 단순히 여성의 불이익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성질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전체 사회구조의 새로운 모델을 찾는 노력들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김병희<법대·법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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