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자부심으로,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일에 대한 자부심으로,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 차진세 기자
  • 승인 2010.03.22
  • 호수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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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의제총괄국장 최희남<경제학과 80> 동문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주요 20개국들의 모임인 ‘G20 정상회의’가 내년 11월 서울에서 열린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프랑스, 독일 등 20개 국가의 정상들과 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수장들이 한꺼번에 우리나라를 방문하게 되는 셈이다. 이 회의를 우리나라에 유치하고 준비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뛰어온 사람이 있다. 20년이 넘게 경제관련 공무원으로 일해 온 최 동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 동문이 행정고시에 합격한 것은 1985년,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시기였다. ‘몇년 동안 방에 틀어박혀 공부한 기억밖에 없다’던 그는 상당히 젊은 나이에 합격한 것은 물론 재정경제직(이하 재경직) 수석을 차지했다.
“일반 사기업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급여와 상관없이 국가 경제정책에 참여하고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공무원이 된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죠. 오래된 일이지만 아직도 그 때의 마음가짐으로 일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차근차근 공무원으로서의 경력을 쌓아나가던 그는 공무원 국비유학제도를 통해 미국 피츠버그대로 2년간 유학을 가게 된다. 이는 나중에 세계은행 등 최 동문이 국제금융전문가로 발돋움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피츠버그 대학에서 ‘외환시장의 효율성’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죠. 아무래도 현지인급의 영어를 구사할 수 없기 때문에 조금 힘든 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학위를 따고나니 외국에서 활동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죠.”

외환위기 당시에는 국제통화기금(이하 IMF)의 구제금융 협상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G20에서 세계 금융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해 세계 정상들의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최 동문은 세계은행이사보좌관으로 3년간 근무하는 등 국제금융업무 활동을 하게 된다. 이렇듯 국제시장이 주 무대인 그는 해외로 나간 경험 또한 많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외국은 어딘지, 만나본 유명인사는 누군지 궁금해 물었다.

“사실 해외에 나가면 보좌관 신분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아 유명인사들과 직접적으로 만나지는 못해요. 물론 먼발치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라던지, 메르켈 독일 총리같은 사람들을 보기는 하죠. 그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는 건 아니지만요(웃음).”

최 동문은 세계은행 업무차 아프리카 말리를 방문했던 경험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마치 우리나라의 낙후된 시절이 겹쳐보였다고 한다.

“경제 분야를 전공하고 일하면서 아프리카 지역이 얼마나 낙후된 지는 수치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걸 실제로 보니 감회가 남다르더라고요. 우리나라의 1950년대, 아니 그보다도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앞으로 빈곤 문제의 해결을 위해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 동문은 오는 11월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의 준비를 위해 현재 의제총괄국장을 맡고 있다. G20이 유치되기 전에는 G20 기획단장을 맡아 유치를 위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기획단이 처음 만들어진 작년 12월만 해도 제대로 된 사무실이 없어 직원들이 한 달 넘게 작은 사무실에서 추위에 떨며 일해야 했죠. G20 정상회의 차기 개최지로 우리나라가 선정됐을 때의 감격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G20 정상회의를 유치한 효과를 서울올림픽 유치와 비슷하게 보기도 한다. 그만큼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이 회의에 최 동문 역시 기대가 크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아시아의 변방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국가가 될 계기를 맞았다고 봐요. 남들이 짜놓은 국제질서 속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주도적으로 새로운 판을 짜는 나라가 된 거죠.”

최 동문의 목표를 묻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후진국 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바뀌었고 외환위기와 지난해 글로벌 금융경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이런 경험들이 다른나라에게 교훈이 됐으면 해요.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이 되려면 그만큼 책임과 의무도 커진다는 것을 의식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너무 축제분위기에 젖어서만은 안되겠죠.”

그는 IMF나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들이 선진국 위주의 운영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개발도상국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경제현실에 맞는 지배구조의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 동문은 이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단다. 그 일에 가장 열정적이면서 가장 적임자로 꼽히는 최 동문에게 거는 우리의 기대도 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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