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열풍과 한국사회
걷기 열풍과 한국사회
  • 한양대학보
  • 승인 2010.03.22
  • 호수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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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여행하는 도보여행이 유행하고 있다. 제주 올레 탐방길에는 2009년 약 22만 명이 방문했으며, 2015년까지 1백 70만 명으로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국내여행 중 도보여행이 2009년에는 4.6%를 차지했지만, 점차 그 비중이 증가해 2015년에는 약 12%로 5천 5백 9만 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전국적으로 지리산 둘레길, 강원권 바우길과 대관령 옛길, 전라권 질마재길과 마실길 등 도보 여행길을 정비하고 있다.

걷기는 생각하기 위한 방법이다. 장 자크 루소는 걷기를 통해 영혼을 자유롭게 해주고, 사고를 더 대담하게 만들며, 공포나 억압을 느끼지 않은 채 생각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걷기는 도시생활의 긴장과 각박함으로부터 벗어나 자연과 나에게 돌아가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또 위협적인 자동차에 대로를 내주고 조심스럽게 좁은 인도를 걷던 우리 삶에서 한껏 한가함을 느끼며 주체인 나를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걷기는 웰빙을 누리고 자연을 느끼기 위한 행위이다. 도보여행자들의 약 32%는 건강관리와 자연환경을 가까이 접하고 싶어서 참여한다고 응답하고 있다. 빠름과 편리함이라는 문명에서 벗어나 불편하지만 자연과 인간다움을 체험하려는 회귀행위다. 걷기는 기존 여행의 식상함을 체험적 활동으로 전환하여 기분 좋게 땀 흘릴 수 있는 건강 활동이다.

또 걷기는 치열한 현실에서 한 발 물러나는 여유로움을 준다. 에스키모 사람들도 분노를 해소하는데 걷기를 이용했다고 한다. 화가 난 사람은 자연풍경을 바라보며 직선으로 걸으면서 나쁜 감정을 몰아낸다. 그리고 화가 풀린 지점을 표시함으로써 노여움의 강도를 측정했다고 한다.

한국사회도 여러 혼돈과 논쟁에 쌓여있다. 정치권의 세종시 논란, 청년실업의 문제, 학교무상급식에 대한 이념논쟁까지 다양한 논의에 휩싸여 있다. 그리고 대화보다는 분노로 서로를 몰아붙이는 형상이다.

긴장감과 치열함만 존재할 뿐 여유나 상대에 대한 깊은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것도 지혜다. 이제 봄꽃이 피는 계절에는 국회의사당이나 청와대의 집무실에서 벗어나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걸으면서 상대를 만나고, 듣고, 소통하며 생각하는 ‘인간적인 정치’, ‘여유로운 정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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