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가볍지 않은 투표용지의 무게
결코 가볍지 않은 투표용지의 무게
  • 김규범 편집국장
  • 승인 2010.03.21
  • 호수 13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끔 세상에 묻고 싶습니다. 지금 역사는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고 있을까요. 물론 각자 생각하고 있는 역사의 방향은 이념이나 가치관에 따라 무수히 많을 겁니다. 누군가에게는 발전중인 역사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후퇴하고 있다고 볼 테지요. 수많은 생각이 있을 테지만 역사가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다들 동의 할 겁니다. 다양한 방향들이 있겠지만 적어도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키려고 노력했던 가치라면 역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역사가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로 말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가치 중 하나가 바로 인간의 권리 보장입니다. 신분이나 인종 혹은 성별에 따라 권리를 제한받고 때론 박해까지 받았던 지난 시대였습니다. 물론 아직 불평등이 남아있고 이젠 계층이라는 새로운 차별기준으로 권리를 제한하고 있지만 인류의 역사 전체로 봤을 때 꽤 큰 발전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만 봐도 이 같은 사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불과 20여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젠 국민이 직접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때에 따라선 대통령 후보까지 국민이 직접 선택하기도 합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토론을 합니다. 그 옛날 최루탄이 난무했던 집회나 시위가 이젠 촛불 물결로 변했습니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복지예산도 점점 증가하고 있어 국민 삶의 질이 높아지는 중입니다. 복지 정책은 이념에 따라 찬반이 극렬한 게 사실이지만 생존권이라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그 취지에 대해선 모두가 동의하는 바입니다.

이런 제도 개선보다 더 중요한 발전은 우리 사회의 의식이 조금씩 높아져가고 있다는 겁니다. 이제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뜻을 모아 행동으로 옮기기도 합니다. 때론 그 과정이 너무 과해 오히려 권리를 침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지나치게 목소리를 억눌렀던 과거 정치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세상과 역사는 전진해 왔습니다. 지금도 끊임없이 전진하는 중입니다. 사회 각계에서 끊임없이 제기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과 대안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과거 무시당했던 국민의 권리가 보장되고 진전되고 있는 점만 봐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습니까. 역사와 세상은 쉴 틈 없이 나아가고 있는데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지금 우리의 권리는 하늘에서 내려준 것도 권력자의 순순한 이양도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때론 그들의 피로 찾아온 겁니다. 그런데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최소한 새로운 권리는 찾지 못하더라도 확보한 권리는 행사해야 합니다. 당장 밖으로 뛰쳐나가 촛불을 손에 쥐라는 게 아니며 서명운동에 동참하라는 것도 물론 아닙니다. 그것들도 당연한 권리이지만 그보다 더 쉬운 일이 있습니다.

투표. 당신의 손에 쥐어진 가장 간단한 권리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마저도 저버리고 있습니다. 학생회 선거가 투표율 미달로 파행을 겪는 게 이젠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니게 됐습니다. 물론 마땅한 후보가 없다는 의견도 일리 있습니다. 투표용지에 ‘없음’이라는 칸을 넣으라는 주장이 나오며 때론 선거 보이콧 운동이 일어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모두 그런 이유로 투표권 포기를 했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선거 자체에 무관심한 학생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제 또다시 선거가 돌아왔습니다. 투표를 포기하기 전에 한번 쯤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기권이 지나온 역사에 대한 배반이 아닌지, 역사의 전진을 막는 걸림돌은 아닌지 말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