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믿고 싶습니다
당신을 믿고 싶습니다
  • 김규범 편집국장
  • 승인 2010.03.13
  • 호수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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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입니다. 대학에선 새 학기도 2주가 넘었으니 본격적인 학사 일정이 시작됐지요. 대학생은 준 사회인이지만 그래도 아직 학생이라 지금이 실질적인 새해의 시작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새해계획의 시작을 3월로 맞춘 분들도 많을 겁니다. 특히 얼마 전 대학에 발을 들여놓은 새내기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그럼 다들 새해계획은 잘 실천하고 계신가요.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맞춰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실행하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옛 습관에 익숙해진 몸과 마음을 추슬러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일이니까요. 계획 실패의 이유 중에는 의지박약도 있겠지만 계획 자체에 무리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너무 쉽거나 불가능에 가까운 계획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지요. 그래서 알맞은 계획을 세우면 목표에 절반만큼 도달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잘 세운 계획과 더불어 중요한 게 바로 초심을 지키는 겁니다. 새 학기를 맞아 뭔가 이루겠다는 의지로 가득 찼던 그 마음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죠. 하지만 계획을 잘 세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게 바로 이 초심 지키기입니다. 목표 설정의 필요성을 잊어버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물론 계획은 개인에게만 중요하진 않습니다. 한 국가를 이끄는 사람들에게 계획은 더없이 중요하며 그 밑바탕에 꼭 필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철학입니다. 철학이 없다면 올바른 목표설정은 물론이고 계획수립도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일관성 있는 정책의 진행도 어렵습니다. 철학이 없는 권력은 기초가 부실한 건물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죠. 밑바탕이 부실하다보니 건물 이곳저곳이 허물어져 가는데 이를 메우기에만 급급하게 됩니다. 포퓰리즘에 빠지는 게 그 특징이죠. 그러다보면 점점 건물은 기형적으로 세워져 붕괴되고 맙니다. 지금껏 애써 만들어왔던 튼실한 건물마저 허물어져버리는 사태가 돼버리는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그 건물 꼴이 되는 게 아닌지 우려한다면 기우일까요. 지금 권력의 모습을 보면 벽이 금가는 걸 덮기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능력은 한계를 드러내며 애써 감춰왔던 치부만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토록 강조했던 높은 경제성장은 목표달성이 어려워 보이고 지방부터 중앙까지 모두 장악한 사상 초유의 권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타개할 방법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비대해진 권력이 늘 그랬듯 부정부패까지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럼 철학은 있되 잘못됐다면 어떨까요. 어쨌든 철학이 존재하니 계획수립은 가능할지 모릅니다. 오히려 더 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됩니다.

잘못된 철학을 가진 채 추진력만 강한 지도자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돼온 사실이며 지금도 곳곳에서 그런 일들이 재현될 기미가 보이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 모든 게 지나친 우려라고 하기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걱정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당신이 더 잘 알고 계시겠지요. 이 권력의 시작과 그 밑바탕은 본인이 스스로 만들어간 거니까요. 당신이 철학은 없더라도 초심만은 있다고 믿겠습니다.

또 지지율이 상승중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만 믿고 안주하고 계실 거란 생각까진 하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당신을 믿고 싶은 게 국민의 마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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