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의 외침에도 묵묵부답인 그들
18년의 외침에도 묵묵부답인 그들
  • 차진세 기자
  • 승인 2010.03.06
  • 호수 13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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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돼야 할 법적 배상… 피해자들의 고령화가 문제

지난달 10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점례 할머니가 별세했다. 이로써 현재 한국에 생존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87명으로 줄었다. 최초 조사 당시 243명이었던 피해자 수는 점차 줄어가고 남은 이들에게도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볼 수 없다. 경술국치 100주기를 맞아 사회 곳곳에서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바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해결은 요원하다.

위안부 문제제기의 시작과 성과
위안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1990년대의 일이다.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위안부 피해자들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1992년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가 결성되면서 일본 대사관 앞 수요 시위와 같은 조직적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수요 시위는 지난 3일 907회를 기록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시위기도 하다. 초기 정대협이 주도하던 수요 시위는 이후 참가단체가 36곳까지 늘어나 매회 30명 이상이 참가하고 있다.

지난 900회 시위에 참여했다는 박은서 <고려대ㆍ사학과 04> 씨는 “900회가 넘었는데도 일본 측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 시위가 효과를 보고 빨리 종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요시위는 일본 당국을 제외한 국내외에서 위안부문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명숙<한국 정신대 연구소> 연구원은 “수요 시위는 여러 국제기구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위안부에 대한 배상을 권고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미국, 네덜란드, 필리핀을 비롯해 유엔까지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권고 이상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직 위안부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윤 연구원은 “최근 근로 정신대 피해자들의 연금 요구에 일본 정부가 단 99엔(약 1천300원)을 지급한 사건은 일본이 아직도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인정할 생각이 없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법적 논란과 일본의 배상 의무
한편 위안부 피해자 보상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 등에 의해 이뤄져 법적으로 일본 정부에 책임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가 정부의 관여 하에 이뤄졌다는 점을 이미 지난 1992년에 인정했으나, 국가적인 보상 대신 ‘보상에 대신하는 조치’로 민간기금기구인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을 발족했다.

강현주 교수<서강대ㆍ법학전문대학원>는 “이 기금은 ‘위안부가 되셨던 분들에 대한 배상과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관련된 오늘날 여성문제의 해결’을 목적으로 했지만 국민기금이라는 형태는 일본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에게 공식사죄와 보상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정대협에서도 앰네스티 한국지부와 더불어 지난 2005년에 펴낸 종군위안부 보고서 「60년이 넘도록 계속되는 기다림」에서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을 비판했다.

김동일<정대협ㆍ사무국> 국장도 “이 기금이 국제적ㆍ법적 책임을 교묘하게 피해가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법적 책임을 지고 가능한 모든 행정수단을 동원하여 할머니들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일청구권협정과 별개로 위안부 피해자 개인이 사과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강 교수는 “일본 정부는 위안부 여성의 본질적인 신체와 성적 자유권을 비인도적으로 대량 박탈했다”며 “위안부 여성들의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하기 위한 청구권 제청을 국가 권력이 처분할 수 있는지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인간을 성적으로 폭행한 고도의 특수 인권 유린 사례로 국가적 배상과 별개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배상 청구권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호주와 뉴질랜드, 홍콩 등지의 위안부 피해자들은 실제로 이를 통해 사과와 배상을 받아낸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최근 진행되는 위안부 관련 운동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잇따른 별세로 시민운동의 추세가 변화하고 있다. 점차 떨어지는 할머니들의 활동력을 감안해 할머니들의 직접 증언 및 직접적인 사죄요구를 줄이고 시민운동의 개념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문제를 넘어 평화ㆍ인권ㆍ여성 운동으로 넓혀 자료교육관 건립을 추진해온 것 등이 그러한 예다.

김 국장은 “과거 한국정부가 한일 간 과거 청산 문제를 감정적으로 여겨 일본인들의 망언에 분노해 사죄를 요구하는 방식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며 “입법활동 등 실질적인 움직임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죄 요구에 집중했던 과거를 넘어 정대협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이제 입법 요구 등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활동에 나서고 있다. 정대협과 일본 시민단체 연합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정복 2010>은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위안부 문제 해결 관련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이들 단체는 한국과 일본 양국 국민의 1%인 50만 명, 120만 명의 서명을 각각 목표로 하고 있다. 김 국장은 “위안부 관련 입법이 통과된다면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이 머지 않아 될 것”이라 전망했다.

대학생 단체의 활동도 활발하다. 지난달 24일 수요시위와 더불어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고통을 체험하고 위안부 문제를 토론하는 프로그램인 ‘피스로드’(Peace road) 행사에는 일본인과 한국인을 통틀어 3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등 높은 호응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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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8-01 14:12:47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해결이 요원한 상황이지만,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민운동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할머니들의 노고와 희생을 기억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정대협 등 단체들이 입법 요구 등 구체적인 활동을 추진하며 해결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노력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정의를 가져다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