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개구리,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다
외계인 개구리,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다
  • 차진세 기자
  • 승인 2010.02.26
  • 호수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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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물로서 「케로로」의 가치 재해석

커다란 눈에 2등신도 채 안 되는 깜찍한 개구리가 있다. 그 깜찍한 외모 속에 지구정복이라는 무시무시한 야욕을 품고 머나먼 우주에서 왔다. 그러나 중학생 우주와 한별 남매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킨 후부터는 그 야심이 조금씩 빗나가고 용감무쌍한 군인에서 집안의 식모로 전락하게 된다. 게다가 지구를 침략하려는 다른 외계인들에 맞서 싸우기까지 한다. 만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작품인 「개구리 중사 케로로」(이하 「케로로」)의 주인공인 케로로 중사 얘기다.

「케로로」의 문화적 영향력
일본의 만화가 요시자키 미네가 1999년 4월부터 「케로로 중사」라는 이름으로 연재를 시작한 이 작품은 단행본으로 국내 현재 18권까지 발간된 상태며,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는 작년 4월 개봉한 「케로로 더 무비: 드래곤 워리어」까지 현재 4편이 나온 상태다. 황상태<서울문화사ㆍ만화부> 과장은 “「케로로」는 원래 아동용 만화가 아니다”며 “귀여운 캐릭터의 모습이 「케로로」를 아동용 작품으로 보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케로로의 영향은 만화나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그치지 않는다. 피규어, 게임 등 각종 캐릭터 상품 시장에서 케로로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국내 한 제과업체의 케로로 빵은 케로로 스티커를 모으려는 아이들로 인해 기존 빵의 소비행태를 바꿨다. 아이들이 빵을 먹으면서 포장지 안에 들어 있는 케로로 스티커를 얻는 것이 아니라, 케로로 스티커를 갖기 위해 빵을 먹는다는 것인데 이는 과거 「포켓몬스터」가 유행하던 시기에도 일어났던 현상이다. 가상의 캐릭터가 빵의 소비기호를 뒤집어놓은 것이다. 이는 대중적 흡입력을 가진 캐릭터가 모든 장르에서 다양한 형태의 소비를 가능케 하는 블랙홀 효과로 설명된다.

「케로로」에서 드러나는 각종 패러디
애초에 패러디물로 제작된 「케로로」는 거의 매 화마다 패러디한 장면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작품을 차용하고 있다. 「드래곤볼」ㆍ「신세기 에반게리온」ㆍ「슬램덩크」ㆍ「마징가Z」ㆍ「기동전사 건담」 등 타 애니메이션은 물론 「성냥팔이 소녀」와 같은 동화, 「매트릭스」ㆍ「쥬라기 공원」ㆍ「소림축구」 등의 영화까지 모두 「케로로」의 패러디 영역에 들어있다. 심지어 맥도날드 햄버거ㆍ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같은 상품들 또한 패러디의 대상이 된다.

<그림 1>은 케로로에게 충치가 생기자 소대원들이 케로로의 몸속에 들어가 충치균과 싸우는 장면이다. 출동부터 격투 장면까지 캐릭터만 건담에서 기로로(케로로의 동료)로 바뀌었을 뿐, 「기동전사건담」과 움직임 및 무기가 동일하다.

<그림 2>는 유명한 「매트릭스」의 총알 피하는 장면을 패러디한 장면으로, 피하는 대상이 총알이 아니라 눈뭉치라는 것만 바뀌었다.

<그림 3>은 애플 사의 유명한 엠피쓰리 플레이어 모델의 디자인을 케로로 소대에서 폭탄 장치 리모컨으로 만들어 상품에 대한 패러디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림 4>는 우주 닌자로 등장하는 도로로에게 케로로 소대 4명의 기를 모은 공을 던져주자 패스를 받은 도로로가 공을 적에게 던지는 장면이다.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의 행동과 대사를 패러디하는 장면으로, 일본에선 두 캐릭터의 성우가 같아 화제가 된 장면이기도 하다.

패러디를 통해 보는 「케로로」의 가치
때로 패러디는 창조가 아니라는 이유로 격하되기도 한다. 하지만 「케로로」의 패러디는 과거의 풍자 코드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데 의의가 있다. 만화평론가 이명석 씨는 “「케로로」의 패러디 전략은 낯선 과거와 익숙한 현재를 조화시키는 것”이라며 “만화의 주 시청 층인 아동 층에게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전했다.

「케로로」는 1970년대 소년만화의 정형인 「도라에몽」의 전략을 따라가며 1990년대 애니메이션인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방향을 받아들였다. 즉 미래에서 날아온 선진 과학문명의 로봇이 평범한 주인공의 친구가 되는 「도라에몽」과 유사하게, 「케로로」는 선진 외계문명의 개구리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려다 실패하고 주인공과 친구가 되는 서사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도라에몽」과 유사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는 동시에 「신세기 에반게리온」 이후 등장한 애니메이션 기법을 차용하고 있다. 이 씨는 “화면 중간마다 소대, 침략 등의 군사용어를 활자로 크게 집어넣고, 감정의 변화를 크게 드러내기 위해 불연속적인 연출을 하는 방법들이 「신세기 에반게리온」 이후 등장한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융합된 패러디는 구세대와 신세대를 연결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삼촌과 조카가 서로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셈이다. 과거와 현재의 문화코드를 잇고 재창조한다는 점에서 「케로로」의 패러디 가치는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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