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엔 대화가 필요하다
상아탑엔 대화가 필요하다
  • 한양대학보
  • 승인 2010.02.26
  • 호수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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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이명박 대통령의 ERICA캠퍼스 방문 관련 글이 임의로 삭제돼 물의를 빚은 일이 있었다. 또 이 대통령이 방문하는 기간 동안 캠퍼스 곳곳에 붙어있던 등록금 인상 항의 대자보와 현수막도 무단으로 철거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학교에 관한 민감한 글이 올라오면 무단으로 삭제되는 건 물론이고 심할 경우 이에 동참한 학생들의 ID가 접근이 금지되기도 한다.

비단 우리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행정조교 100여명을 불법으로 해고하고 이들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학내 언로를 모두 차단해버린 명지대나 ‘주의’를 요하는 학생들의 개인정보 파일을 따로 만들어 관리해온 숙명여대 등 대학사회 전반에 걸쳐 표현의 자유가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 침해는 이제 학내언론에까지 칼을 들이밀고 있다. 얼마 전 중앙대는 교지인 「중앙문화」와 「녹지」발행에 대한 교비 지원을 중단해 해당 교지를 사실상 강제 폐간시켰다. 더욱이 학교가 지원 중단을 선언한 시기가 재단의 학교운영 비판기사를 실었던 「중앙문화」 제58호 교지의 발행 직후였다는 사실을 비추어 볼 때, 이는 자교를 비판한 교내언론에 대한 징벌적 조치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오보를 핑계로 교내신문인 「한신학보」 발행을 3개월동안 보류한 한신대 역시 마찬가지다. 신축기사에 대한 잘못된 내용 때문에 학교 및 총장의 명예가 실추됐다는 게 학교측이 내세운 이유였지만 그렇다 쳐도 이를 재취재하겠다는 기자들의 항의도 뿌리치고 몇 개월동안 신문 발행을 못하게 막은 것은 지나친 처사다. 차라리 얼마 뒤 있을 총장선거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더 타당해 보인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전제되는 가장 기본적인 자유권이다. 헌법에서는 언론 및 출판뿐만 아니라 집회와 결사, 종교와 사상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권리를 보장하고 독려해야 할 대학이 오히려 학생들의 자유권을 침해한다면 대학 본연의 자세에서 벗어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학교당국도 근거는 있다. ‘일부’ 학생 및 학내언론의 잘못된 발언으로 인해 ‘다수’ 학생들이나 학교당국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물론 학내언론이나 일부 학생들의 발언이 전체 학교 구성원을 호도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학교는 구성원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무조건 안된다는 식의 태도보다는 왜 이런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는지, 학교 스스로 잘못한 점은 무엇인지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대화가 대학 본연의 자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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