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든 학교를 떠나렵니다
이제 정든 학교를 떠나렵니다
  • 박효목 기자
  • 승인 2010.02.26
  • 호수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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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부답 학교에 지쳐 결국 포기

오늘도 아침 10시에 집에서 나와 10년 동안 일했던 한양대학교로 향했다. 33명이 해고 통보를 받고 24명이 합심해 시작한 재고용 요구 시위다. 하지만 이제 남은 사람은 나를 포함한 6명뿐이다. 지치고 힘이 든다. 대화조차 거부하는 학교가 무섭다.

본인도 몰랐던 해고 통보
작년 12월 31일 아침 8시. 여느 때처럼 동료들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출근했다. 그런데 동료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청소를 하던 중 학교 직원들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들은 “아주머니는 어제 해고 됐으니 더 이상 나오시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나처럼 해고된 동료들이 33명이었다. 해고된 이유가 무엇인지, 언제 해고가 됐는지 아무도 몰랐다. 내가 일하기 시작한 지난 1999년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이라 무섭고 두려웠다.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50대 중반인 내가 다른 직장을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동료들과 합심해 시위를 시작했다.

너무나도 추웠던 지난 설
내가 해고 당한 후 우리 집은 수입이 없다. 남편은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자녀들도 비정규직이라 손 내밀기가 미안하다.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는 상황에서 지난 설은 너무나도 혹독했다. 큰집인 우리는 많은 시동생들을 초대했지만 아무 선물도 주지 못했다. 예전 같았으면 양말 한 켤레씩이라도 나눠줄 수 있었건만 지금은 그럴 형편조차 되지 못한다. 식구들의 안부 인사를 어물쩍 넘겼다. 도저히 해고 당했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식구들에게 선물 준비를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 한 채 방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힘든 싸움 그리고 포기
학교의 배신이 너무 괴롭지만 나는 학교에 무리한 걸 요구하지 않았다. 새로 고용한 인원은 우리가 일했던 인원보다 12명이 적다. 지금 거리에 남은 사람 6명만이라도 재고용 시켜줬으면 하는 게 우리의 바람이다.
작년보다 12명의 인원이 적어졌으니 그 자리에 우리 6명을 채워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는 우리와의 대화를 전면 거부했고 아무런 이야기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동료 4명은 재고용을 시켜줬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더욱 힘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성실히 일했고 한양대학교와 정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버틸 힘이 없다. 아무리 외쳐도 들어주지 않는 학교 앞에 우리의 마지막 희망은 사라졌다. 결국 우리는 이제 힘든 싸움을 접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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