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법조인이 되기 위한 절박함 속 간절함
진정한 법조인이 되기 위한 절박함 속 간절함
  • 박효목 기자
  • 승인 2010.02.19
  • 호수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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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사시ㆍ행시 유일한 동시 합격자 박상현<법학과 01> 동문


작년 사법고시와 행정고시를 동시 합격한 사람은 박상현 동문 단 한 명뿐이다. 그래서 박 동문은 공부밖에 모르는 괴물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박 동문은 춥지 않냐며 따뜻한 커피를 건넬 줄 아는, 진정으로 약자 편에 서는 법조인을 꿈꾸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1학년 때의 어설펐던 고시 공부
“사실 고시준비를 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법대에 들어왔으니까 당연히 고시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아무런 준비 없이 1학년 때부터 막무가내로 시작했어요. 정보도 없었고 방법도 몰랐죠. 그냥 부딪쳤어요.”

전라남도 광주에서 상경한 그는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고시공부를 시작했다. 사법고시에 합격해 훌륭한 검사가 되겠다는 꿈을 그리며 시작한 고시공부였다. 그러나 박 동문은 고시공부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1학년 때는 시간이 많다고 느껴졌어요. 또 고시합격에 대한 절박함이 덜해서 그런지 주변 유혹에 쉽게 넘어갔어요. 지방에서 올라왔으니 서울 구경도 해야했죠. 또 이성친구도 사귀고 친구들 모임에도 많이 나갔어요.”

신입생 때부터 모든 것을 포기하며 고시공부에만 매진했던 박 동문은 아니었다. 여느 신입생들처럼 대학생활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변 유혹들도 문제였지만 고시공부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박 동문을 가장 힘들게 했다.

“그 당시 고시준비를 하며 가장 컸던 문제가 공부 방법을 몰랐다는 거예요. 어느 부분이 중요하고 시험에 많이 나오는지 감을 못 잡았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본격적으로 시험공부를 시작한 건 3학년 때부터였다. 더 이상 이렇게 공부를 흐지부지 해선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동안의 실패를 거울삼아 공부 방법을 익혀간 박 동문은 그동안의 어설펐던 연습이 아닌 진짜 공부를 시작했다.

행시까지 도전한 절박한 바람
어설픈 연습을 끝내고 진짜 공부를 시작한지 2년 만에 박 동문은 사법고시 1차를 통과했다. 처음으로 맛보는 노력의 단맛이었다. 그러나 이 기쁨이 그리 오래가지만은 않았다. 

“2006년에 처음으로 사법고시 1차를 통과했어요. 그런데 2차 시험에서만 3번을 낙방했죠. 처음 치는 2차 시험을 초시, 두 번째를 재시라고 하는데 재시에서 떨어졌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1차에 붙으면 그 다음 해 1차 시험은 면제되는데 재시에서 떨어지면 다시 1차 시험부터 봐야하기 때문이죠.”

막막했다. 계속되는 낙방 속에서 군입대 연장에 대한 스트레스도 컸다. 힘들어하는 아들을 보며 어머니도 눈물을 많이 훔치셨단다. 결국 박 동문은 절박한 마음에 행시에까지 도전장을 내밀게 된다.

“사법고시에만 매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절박했기 때문이죠. 사법고시와 성격이 비슷한 시험을 찾던 중 행정고시 검찰 사무 직렬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어요. 2차 시험이 1과목 빼고는 사법고시 과목과 겹쳤거든요.”

절박함 속에서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했다. 간절히 바래서일까. 2008년 박 동문은 사법고시 1차에 통과하고 행정고시는 최종 면접까지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당연히 붙을 거라 기대했던 행정고시 최종 면접에서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사실 최종 면접은 붙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어요. 떨어진 것을 알고는 충격이 꽤 컸어요. 정말 힘든 시기였죠. 하지만 군입대 연장 문제, 미래에 대한 막막함 등을 생각하니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더라고요. 실망을 느낄 틈조차 없었죠. 그래서 불합격 소식을 듣고도 거의 자동적으로 의자에 다시 앉아 공부했죠.”

불합격에 대한 충격은 컸지만 오히려 담담하게 다시 공부에 매진한 박 동문은 면접에서 낙방한 이유를 생각하며 체계적으로 면접을 준비했다.

“면접에서 떨어진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았어요. 생각해보니 면접 당시 제가 너무 겸손하지 못했던 것 같았어요. 면접관 의견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제 할 말을 다했거든요(웃음). 면접관의 지적을 웃으며 넘겨야 할 때, 너무 제 의견만 말한 것이 불합격의 원인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시험에 임한 결과 박 동문은 결국 해냈다. 2009년 사법고시와 행정고시 검찰 사무 직렬의 유일한 동시 합격자가 된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이룬 꿈
고시촌, 고시반 생활을 접고 세 번째 시험부터는 집에서 준비했다는 박 동문. 그는 주변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계획대로 공부했다.

“대부분의 고시생들은 7시에 기상하고 11시에 취침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해요. 세븐일레븐이라고 부르죠(웃음). 저는 워낙 아침잠이 많아 일찍 일어나면 공부에 집중이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만의 생활 계획표를 짰죠. 전 조용한 밤이 공부가 더 잘되는 편이라 아침에는 조금 느긋하게 일어나되 밤 늦게까지 집중해서 공부했어요.”

박 동문은 충분한 수면이 힘든 고시 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가끔 집중이 안 될 때면 낮잠을 자면서 심신의 피로를 풀었다.

“하루에 보통 8시간을 공부했어요. 8시간이 적어보일 수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아요. 일주일, 한달, 일년동안 하루에 꾸준히 8시간씩 공부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거든요. 하루에 최소 7시간에서 최대 10시간이 공부시간으로 적당한 것 같아요.”

박 동문은 결코 무리한 계획을 짜지 않았다. 양보다는 질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했다. 다음달 사법 연수원에 들어가는 박 동문은 열심히 공부해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검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제 꿈은 어렸을 때부터 한결같았어요. 검사가 되는 것이죠. 너무나 당연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법조인이 되고 싶어요. 사회에 물들지 않고 초심을 잃지 않는 검사 말이에요. 사법 연수원에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과 경쟁을 해야 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제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할 거에요.”

박 동문은 사법 연수원에서 연수를 받은 후 3년 동안 군법무관을 수료하게 된다. 그 뒤에는 그가 그토록 바라던 법조인으로 인정받게 된다.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자신의 꿈을 이룬 그는 고시공부를 하는 후배들을 위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꼭 합격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고시 공부에 임하면 좋겠어요. 내가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합격할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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