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올랐다, 학생들 뿔났다
등록금 올랐다, 학생들 뿔났다
  • 김상혁 기자
  • 승인 2010.02.19
  • 호수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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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인상 일방 통보

▲ 등록금 인상 계획에 반대하는 교대위와 중운위를 비롯한 학생들이 지난달 29일 총장실을 방문했다. 그 이후 본관 점거에 나섰지만 결국 등록금 2.8% 인상이 확정됐다. 최서현 기자
우리학교가 등록금 2.8% 인상을 확정했다. 학교 측은 온라인을 통해 해당 인상률이 반영된 고지서를 지난 1일 학생들에게 발부했다. 이는 등록금협상위원회(이하 등협위)와 협의 후 이사회를 열어 예산안을 확정 지은 뒤 인상안을 진행해야 하는 기존 절차를 생략한 채 진행된 것이다.

서울배움터 교대위원장(준) 안승순<법대ㆍ법학과 07> 군은 “등록금협상위원회와 협의 중 일방적으로 강행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기획처장 한정화<경영대ㆍ경영학과> 교수는 “올해 장학금 규모를 한국장학재단 측에 보고하기 위해 등록금을 정해야 했고 협의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인상된 등록금을 고지했다”고 해명했다.

그 후 교육대책위원회(이하 교대위)와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가 지난 1일부터 2일 간 본관 점거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진전이 없다. 중운위원장 김광수<인문대ㆍ독어독문학과 08> 군은 “작년 등록금 동결을 했음에도 80여억원의 적립금을 마련한 학교가 등록금 인상에 매달리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군은 “등록금에만 재정을 의존하려는 학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학교는 2009년도 기준 전체 사립대학교 중 등록금 의존율 7위에 올랐으며 작년까지 최소 710억원 정도의 적립금이 모금된 것으로 조사됐다.
덧붙여 안 군은 “등록금 인상을 요구하기 전 수입예산을 최대한 늘리려는 학교 측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기 위해 △재단수익구조 다변화 △적립금액 인출 증가 △정부에 대한 교육재정 확보 요구 등을 요구했다.

<등록금 인상률과 물가 상승률 비교>
등록금 인상 과정
등록금 관련 논의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12월 중순 교대위에서 학교 측에 2010학년도 등록금에 대한 질의서를 보내자 학교 측은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답변했다. 지난달 등협위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다. 지난달 13일 개최된 1차 회담에서 학교 측은 △전체 운영비 상승 △경쟁대학 등록금과의 격차 △New Hanyang 2020 계획 재원 확보 등을 등록금 인상의 근거로 제시했다. 연세대가 지난달 27일 등록금을 2.5% 인상하면서 28일 3차 등협위가 소집됐고 학교 대표 위원들은 “타 대학과 비교해 적정 수준을 정하겠다”며 2.5~5%의 인상률 폭을 구체적으로 시사했다.

그 뒤 4차 회담이 진행됐던 29일 총장ㆍ처장단 내부 회의에서 2.8% 인상이 잠정 결정됐다. 같은 날 학생 대표단의 총장실 항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지난 1일 인상된 등록금이 고지됐다.

학교 측 주장, 무엇이 잘못됐나
1차 등협위 회담에서 학교 측이 제시한 근거 중 전체 운영비 상승은 물가 상승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등록금이 물가상승률보다 높게 배정된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등록금 대책을 위한 사회단체 <등록금넷> 관계자는 “등록금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책정됐는데 지금 운영비를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안 군은 “운영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직원 임금이 동결된 것으로 아는데 어느 부분에서 운영비가 높아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쟁대학 등록금과의 격차 근거도 논란이 됐다. 우선 타 대학과 비교해 행정ㆍ교육의 질적인 면에 대해 상세히 비교한 근거 자료가 없다. 안 군은 “단순 서열 비교에 지나지 않는다”며 “등록금이 인상됐을 때 소위 말하는 최상위 대학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New Hanyang 2020 예산안 결정의 경우 초기 계획 단계에서부터 학생과의 논의가 배제된 채 진행됐다. 특히 투자재원 중 학교 기금인 전입금과 등록금이 포함된 교비의 할당 비율이 다른 것도 문제다. 학교 측이 처음 해당 프로그램을 발표했을 때 투자 재원으로 매년 최소 550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시 교비와 재단 전입금이 각각 100억원으로 동일한 비율이었지만 곧 재단 전입금 배정액이 변경됐다. 안 군은 “약대 신설에 필요한 돈으로 40억원을 배정한 후 전입금은 50억원으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약대 유치에 실패할 경우 40억원이 다시 재단 기금으로 회수되니 실질적으로 학교 부담금은 절반으로 감소한 셈이다. 그러나 학생 측은 여전히 약 1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안 군은 “적어도 학생이 부담하는 만큼은 학교 측도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등록금 인상 고지 후 대책은
현재 ERICA배움터 총학생회에서는 △1인 시위 △등록금 납부 연기 운동 등을 통해 계속해서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총학생회장 유예슬<공학대ㆍ화학공학과 06> 양은 “개강 후 3월 총회때 등록금 동결안과 수입구조 개선안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배움터 교대위와 중운위 역시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우선 등협위를 재개하고 학생제출 요구안 검토 협의회(가칭)를 조직해 대대적으로 캠페인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등록금 인상을 인정하고 학교 측에게서 인상된 등록금에 상응하는 혜택을 요구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허정웅<공대ㆍ산업공학과 09> 군은 “기획처장이 등록금 인상을 제시하면서 장학금 관련 비중을 늘리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안다”며 “인상이 확실시 됐다면 실질적인 보상을 요구해야 하는 단계인 것 같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최일용<기획처ㆍ예산팀> 팀장은 “총 인상액 80여억원 중 13억원 이상이 학비 감면에 쓰일 예정”이라며 “인상된 금액 만큼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대위는 동결 요구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다. 안 군은 “등록금 동결이 된 후에도 학생들이 원하는 사안들을 충분히 요구할 수 있다”며 “등록금 인상액이 지출예산과 수입예산의 차로 결정되는 만큼 지출예산은 충분히 감축하고, 수입예산은 충분히 늘린 후 등록금 인상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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