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책 도둑질 하는 지식인
스타벅스 책 도둑질 하는 지식인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12.30
  • 호수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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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유미<신문방송학과 04> 동문

네이버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식인의 서재’는 이  시대의 지식인들이 추천하는 좋은 책으로 지식을 나누는 문화공간이다. 또 지식인의 서재는 이들이 직접 선택한 책들만을 모아 온·오프라인 상에서도 함께 나누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오프라인 상에서 이들이 추천하는 많은 책들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지난 2006년부터 32군데 스타벅스에서는 매장에 다양한 분양의 지식인들이 기증한 책들을 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 성인 남녀 독서량이 월평균 0.8권, 연평균 11.9권인 것을 감안할 때 턱없이 낮은 독서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이러한 독서환경 제공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좋은 취지와 목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훔쳐가고 손상시키는 등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는 독자들의 모습이 종종 보이기도 해 안타깝다. 실제로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 간 스타벅스 매장 내 지식인 도서 분실률을 조사한 결과 평균 57% 이라는 높은 수치가 나왔다.

이는 전체 32개 매장 당 15권의 책이 매달 비치된다는 것을 감안해 볼 때 총 480권의 책중 약 274권이 월별로 도난당하는 의미가 된다. 또 6개월 간 전체 매장에 비치된 지식인 도서를 살펴보면 총 2880권이며 이 중 약 1642권의 도서가 도난을 당했다는 얘기도 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명문대학생들이 많이 오가는 대학가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 도서 분실률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이다.

H대점의 경우 전국 스타벅스 매장 중 매출이 거의 바닥이라는 추측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난률은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71%에 달한다. H대 뿐만 아니다. H대 정문점은 86%, Y정문 84%, S여대점 65%, S'대 64%, S대 50% 순으로 지식인이라고 자부하는 대학생들의 문화공간이 비양심적인 공간으로 전락했다고 여겨질 정도다. 유동인구가 많은 신촌점이 86%가 나왔다는 점은 이해가 가지만 그 외 유동인구가 적고 스타벅스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 중 대학생이 대부분인 대학가에서 조사된 수치는 지나치게 높다. 반면 K대 구내점이 32%, P대점 23%로 낮은 경우도 간혹 있지만 이는 일부분의 경우라 예외 사항이라고 판단이 될 정도다. 좋은 의도로 마련된 스타벅스 지식인의 서재 공간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비치된 책들이 대중적이지 못한 점도 있기는 하지만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도난률로 인해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앞서 언급한 스타벅스는 지식인의 도서서비스 뿐 아니라 저조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독서량 향상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독서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문화공간이 선진 공중문화가 형성되지 않아 본래의 목적이 상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터넷 강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이지만 정작 제대로 된 인터넷 문화가 형성되지 않아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듯 독서에 대한 의식 수준도 마찬가지다. 독서 강국 대한민국으로 불리기 이전에 양심적인 개인 윤리의식부터 돌아보고 그 후에 스스로의 자발적 관심과 호응으로 이어져 선진 독서 문화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선진 문화가 형성된 다음 독서환경을 조성해 독서를 널리 이야기하고 권장하는 사회가 되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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