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작은 주먹들을 풀자
이제 작은 주먹들을 풀자
  • 김규범 편집국장
  • 승인 2009.12.30
  • 호수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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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새해를 맞이합시다!’ 요즘 주위에서 이런 새해 인사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어느새 ‘희망찬 새해’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희미해질 정도로 사회는 팍팍해졌다. 이젠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취업난이나 양극화 확대 혹은 심심찮게 들려오는 강력범죄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방법조차 생각하지 않은 채 다툼에만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해를 넘기는 예산 의결은 이젠 연례행사처럼 돼버렸으며 논쟁이 아닌 육탄전의 현장이 돼버린 국회는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게 돼 버렸다. 그리고 비판이 아닌 비난 구호만 가득한 국회 밖까지 언제나 다투는 사람들뿐이다.

물론 논쟁과 갈등은 민주주의 사회가 꼭 거쳐야 할 과정이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이에 대한 다양한 입장들이 어우러진 의사결정과정의 마찰은 어찌 보면 민주주의의 필연적 과정이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다툼들을 그 범주에 넣기에는 무리가 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그들의 목표의식과 당위성 없는 갈등은 사회를 혼란 속에 머물게 한다. 단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그들의 갈등은 사회를 발전시키기는커녕 후퇴시킨다. 이 갈등들의 동심원은 사회 전체에 퍼져 국론 분열과 분쟁의 불씨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세종시를 둘러싼 정치권의 분열은 국민들을 양극으로 나눠 갈등과 혼란 속에 몰아넣고 있다. 끝을 모르는 이 갈등은 국론 통합 대신 지루한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수 에픽하이의 「The future」라는 곡의 가사 중 ‘작은 주먹이 풀릴 때 더 큰 주먹이 뭉친대’라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작은 주먹들만 넘쳐난다. 밀어붙이기 식으로 정책을 결정하려는 여당과 이젠 본회의장 점거를 일상처럼 되풀이하는 야당 그리고 이런 정쟁의 불씨만 제공한 채 뒷짐만 지고 있는 청와대, 이들을 따라 각자 의견을 개진하고 갈등하는 사람들까지. 작은 주먹들이 넘치니 사회가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 못하고 머물러있다.

이들은 자신의 주먹이 더 크고 올바르며 다른 의견들은 불필요한 요소로만 보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의견이 관철된다면 국민들도 수긍할 것이며 이는 곧 정론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주먹을 쥔 이유조차 잃어버린 듯하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너무 흔한 말이 돼서 이젠 진정성마저 잃어버린 ‘국익이나 국민의 뜻’ 때문인가. 단순한 집단의 이익 때문인가. 그마저도 아니면 국가를 위한 ‘역사적 소명’때문인가. 당신이 알량한 주먹을 쥐기 전에,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목표의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었는지 지금이라도 한번 되돌아봐야한다.

철저한 성찰을 한 뒤 당신의 목표의식이 진정으로 올바른 것이라고 판단되면 이제 그 작은 주먹을 풀자. 그 주먹은 당신이 약하기 때문에 푸는 게 아니다. 스스로에게 떳떳한 사람만이 작은 주먹을 풀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이 올바른 목표의식으로 무장했다면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당신 곁으로 모일 것이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당신이 더 큰 주먹을 쥘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자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바탕이다. 이제 작은 주먹을 풀고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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