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인간의 힘을 사랑한 작가
괴테, 인간의 힘을 사랑한 작가
  • 차진세 기자
  • 승인 2009.12.07
  • 호수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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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사상으로 보는 괴테와 근대 계몽주의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연애소설로 칭송받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출간 후 2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 이유는 시대와 상관없이 괴테가 인간의 감성을 자극해 독자가 책 속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잘 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괴테는 인간의 심성을 이해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일화로 보는 괴테
괴테의 대표작으로는 청년기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중년기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노년기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청년기부터 노년기까지 60년에 걸쳐 쓴 「파우스트」등이 있다. 젊은 시절 괴테는 혈기 왕성한 청년이었다. 그런 혈기가 표출된 작품이 바로 괴테가 처음으로 발표한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이 작품은 괴테 자신이 친구의 약혼자를 짝사랑하다 실연당한 경험과 괴테의 또 다른 친구가 한 유부녀에게 실연당해 자살한 사건을 소재로 해 쓴 작품이다. 괴테가 25살 때 쓴 이 작품은 연애소설의 시초로서 발표되자마자 당대의 젊은이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오늘날까지 유명인의 자살이 일반인의 모방 자살을 부른다는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이 이어질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프랑스 혁명을 거쳐 중년이 된 괴테는 혈기 왕성하고 급진적인 변화를 바랐던 청년 시절의 모습 대신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게 됐다. 당시 나폴레옹이 유럽의 과격한 혁명주의를 잠재우고 안정적인 진보를 이루게 했다고 믿은 괴테는 나폴레옹을 ‘세계정신의 발현’이라고 부른 헤겔과 더불어 나폴레옹을 ‘나의 황제’라고 칭하기까지 했다.

한국괴테학회장 장희창<동의대ㆍ독어독문학과> 교수는 “나폴레옹을 찬양했다는 점에서 괴테는 간혹 전제주의자라는 오해를 사지만 사실 괴테는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진보를 믿은 계몽주의자”라며 “당시 낙후 상태에 빠져 있던 독일의 지식인들 대부분은 나폴레옹의 활동을 반겼다”고 설명했다.

괴테는 평생 동안 여러 여인들에게 구애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처럼 몇몇 경우는 자신의 작품에 그 여성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파우스트」 1부의 ‘그레트헨 비극’ 또한 괴테가 소년 시절에 잠시 짝사랑한 주막집 처녀를 소재로 삼은 것이다. 심지어 괴테는 74세 때 19세의 소녀에게 구혼한 적도 있을 정도로 어린 여성에게 매력을 느꼈다.

장 교수는 “괴테는 끊임없이 완전한 아름다움을 갈구했다”며 “그렇지만 괴테는 방탕한 생활을 했던 당시 예술가들과는 달리 깨끗한 사랑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괴테의 문학과 계몽주의
하지만 이러한 괴테의 사랑방식이 여성을 소극적인 존재로 만든다는 해석도 있다. 교양 강의 ‘유럽문학 속의 여성들’을 강의한 신지영<인문대ㆍ독어독문학과> 교수는 “괴테의 작품에서 여성은 남성을 끌어들이는 마력을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로테와 「파우스트」 1부 ‘그레트헨 비극’의 여주인공 그레트헨 모두 마력을 갖고 있지만 결국은 남자에게 의존하는 존재로 나타난다”고 전했다.

여성성을 단순히 아름다움 자체로 보는 것은 18~19세기에 유행했던 근대적 이성 중심 사고의 영향이다. 하지만 괴테는 ‘이성중심’을 내세운 계몽주의 작가는 아니었다. 오히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쓸 당시의 괴테는 ‘반 이성주의’를 외치며 독일 문단의 ‘질풍노도시기’를 이끈 대표적 작가였다. 이를 두고 신 교수는 “괴테는 획일적 이성주의에서의 해방을 외친 작가인 것은 분명하나 여성에게는 그것이 해당되지 않았다”며 “괴테 시대에 여성은 이성적 능력이 근본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생각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초기 ‘질풍노도시기’의 작품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달리 후기 작품인 「파우스트」에서는 인간 이성과 계몽주의를 강조했다. 「파우스트」는 괴테의 계몽주의 철학을 가장 핵심적으로 드러낸 역작으로 사람은 언제 어떤 실패를 겪고 유혹에 빠지더라도 인간으로서 노력하는 것을 계속한다면 마지막에는 구원을 받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을 완전한 존재로 놓은 「파우스트」는 신이 지배하는 봉건주의 세계관을 무너뜨리고 인간을 신과 동격의 존재로 놓았다. 「파우스트」의 주인공 파우스트 박사는 스스로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에 자괴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이에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 박사를 완전한 인간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유혹하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신 교수는 “메피스토펠레스는 신의 것인 ‘완전함’을 인간이 차지하려는 것을 통해 파우스트 박사를 파멸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나 파우스트 박사는 ‘완전함’을 인간이 당연히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며 “인간을 나약한 존재로 보는 메피스토펠레스는 중세 봉건주의를 상징하며 오로지 ‘완전함’만을 갈구하는 파우스트 박사는 근대 계몽주의를 상징한다”고 전했다.

또 신 교수는 “괴테의 「파우스트」는 19세기 유럽의 정신을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며 “그러나 이런 이성 절대주의는 후에 제국주의로 변질되는 악영향을 부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괴테가 꾸준히 인기를 끄는 이유
괴테의 작품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꾸준히 읽히며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특히 대중들에게 가장 유명한 작품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가 대표적이다.

하남문화예술회관에서 지난 10월에 공연된 오페라 「베르테르」의 연출가 장수동 씨는 “우리나라에서 괴테의 작품은 모차르트나 푸치니의 작품에 비해 오페라로 공연되는 비중은 적으나 막상 공연을 하면 관객들의 호응도가 좋다”며 “뮤지컬, 오페라 등으로 재창조된 괴테 작품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에 덜 알려져 있는 사실이 아쉽다”고 전했다.

오페라 「베르테르」에서 여주인공 ‘샬롯’ 역을 맡은 배우 서윤진 씨는 괴테의 매력에 대해 “괴테는 인간의 정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작가”라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는 젊은이의 감성을, 「파우스트」에서는 인간 자체의 고뇌를 자극한다”고 밝혔다. 최근 공연을 마친 오페라 「베르테르」외에도 뮤지컬 「파우스트」가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괴테는 르네상기의 예술가처럼 문학ㆍ미술ㆍ음악ㆍ정치ㆍ철학ㆍ법학ㆍ과학 등 방대한 학문을 섭렵했다. 실제로 변호사로 출발한 괴테는 십 수년간 바이마르 공국의 재상을 지냈으며 과학 논문도 상당수 펴냈다.

이 때문에 19세기의 인물인 괴테는 ‘르네상스형 인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괴테가 인간의 가능성을 무한히 믿고 그에 따른 노력을 했기에 가능했다. 흔히 “부정을 상징하는 위인으로 니체가 있다면, 긍정을 상징하는 위인으로는 괴테가 있다”고 말한다. 세계문학론을 주장했던 괴테의 이상향은 지금 보면 순진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았기에 우리도 아직까지 긍정성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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