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회 한대신문 문예상 비평 부분 심사평
제39회 한대신문 문예상 비평 부분 심사평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12.07
  • 호수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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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수<국문대 문화콘텐츠 학과> 교수
비평언어 탐구가 지속되길 바라며

비평은 가장 적극적인 대화다. 그것은 비평이 텍스트를 섬세하게 읽음으로써 시작되고, 느끼고, 생각하고, 이해하고, 판단하는 일련의 과정인 체험을 통해 확장되며, 적실한 언어로 구조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까닭으로 비평가는 좋은 텍스트를 만나면 그것을 비평하고 싶은 욕망에 신열을 앓는다.

늘 심사는 아쉬움과 기대 사이에 있다. 아쉬움이 일부 응모작의 분량과 질적인 수준에 대한 것이라면, 기대는 지금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루겠다는 뜨거운 열정에 기인한 것이다. 우수작품으로 「소설 「수족관」의 기호학적 해석」을 선정하였다. 비평이 갖추어야할 치열한 텍스트 읽기의 성실함과 다소 난해한 텍스트를 집요하게 분석하고 평가하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다만, 모든 것을 이야기하려는 욕심이 비평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가작으로는 「「내 아들의 연인」에서 나타나는 시선의 네트워크」를 선정하였다. 자신만의 관점으로 텍스트를 분석하고 구조화하려는 시도가 좋았다. 샤르트르나 푸코의 관점을 비평에 녹이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좀더 유기적인 상관을 보여주지 못한 한계를 지녔다. 역시 가작으로 「소통과 단절의 모르스 부호, 그 사랑의 위험성」을 선정하였다. 이는 최근의 추세를 반영하는 영화 비평이다. 영화는 멀티미디어의 각 요소가 다양한 말하기 방식을 구축해낼 수 있는 매력적인 장르이며 동시에 장르 접근성과 용이성이 탁월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 작품은 「렛미인」을 아주 침착하게 읽어내고 있지만 분석이 발전적인 깊이를 확보하지 못했다. 비록 수상작으로 선택되지는 못했으나 「일렉트로닉 음악적 방법론으로 본 롤라런」은  일렉트로닉 음악적 방법론을 견지하면서 텍스트를 읽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니크한 시도였다. 다만, 정보와 분석이 유기적인 전체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분석의 깊이가 다소 아쉬웠다. 기타 수상작 이외의 응모작들은 수상작과 상당한 편차를 보였다. 비평에 대한 뚜렷한 의식이나 고민 없다는 점이 무엇보다 아쉬우며, 더구나 우리 대학에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상에 성의없이 응모하는 것은 선배들이 만들어온 권위를 훼손시키는 일임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비평가의 이름을 가려도 누구의 글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관점과 언어를 발견하는 일, 리터러시 결과를 논리화하고 그것을 통해 텍스트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 자기만의 논리를 다수 대중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일, 비평만으로도 미적체험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일,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긴장과 고민으로 스스로를 곧추세우는 일, 그런 일들이 비평의 중심이 되길 희망한다.

수상자 모두 축하하며, 비평은 읽기에서 시작해서 쓰기로 끝난다는 점을 잊지 말아주기를 당부한다. 비평의 정체와 비평 언어에 대한 탐구가 지속되길 바란다. 대화의 신열 속에서 타자를 이해하고 세계와 긴장하는 근력 있는 비평의 등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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