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회 한대신문 문예상 시 부분 당선후기
제39회 한대신문 문예상 시 부분 당선후기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12.07
  • 호수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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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범근<사범대 국어교육학과 04>
색의 변화 통해 기다림과 그리움의 정서 표현 하고파

언젠가 1월 어느 날 할아버지 댁에 혼자서 여행 겸사 찾아뵈었던 적이 있습니다. 한 겨울 폭설도 싸리눈도 아닌 소복하게 함박눈이 사뿐히 내려앉던 그 날은, 농촌이라서 더 그랬는지 논도 밭도 산도 그리고 기와 지붕들 모두 하얀 색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유일하게 흰갈색으로 그 모습이 튀는 부분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찍히는 곳과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길들 뿐이더군요. 눈은 계속 오고 결국 그 색깔은 하룻밤을 넘기면 사라지고 다시 온 세상은 흰색으로 변했습니다.

사람사이의 떠남과 기다림 그리고 색깔들의 변화를 통해 누군가를 기다리고 혹은 그리워하는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소멸과 생성의 반복을 통해 발자국의 갈색을 그리워하는 눈의 심정은 곧 우리들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 마음가짐과 비슷하지 않나라는 생각에서, 저 자신도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기에 쓰여진 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눈이 사라지듯, 안 그런척 그리움을 숨기고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그 가슴속 깊은 곳에는 근원의 그리움과 기다림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시를 특별히 배운 적도 없고 그냥 문학작품을 읽는 것만 좋아했던 제가 이런 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시인으로서 자신의 감성을 노래할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삶의 단편들을 모아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작업은 저의 건축 작업의 밑바탕이기도 하며, 시 작업의 밑바탕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상으로 도와주신 한양대학보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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