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회 한대신문 문예상 소설 부분 심사평
제39회 한대신문 문예상 소설 부분 심사평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12.06
  • 호수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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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작들, 20대의 일상을

 

차혜영<국문대ㆍ한국언어문학과> 교수

이번 문예상에 응모된 소설작품은 총 19편이었다. 대상으로 선정한 「종이상자를 열다」는 깜짝 놀랄 만큼의 수작이다. 미스테리를 유지하면서 독자의 호기심을 끌고 나가는 솜씨가 훌륭하다. 비현실적 환상성을 현실 속에 녹여내는 방식도 진지하면서 자연스럽다. 무엇보다 이런 기법적인 차원보다, 인간의 기억과 이야기, 책, 소통의 문제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진지하게 사유한 흔적이 보인다. 또한 그 주제에 대한 사유가 관념적 표백이나 넋두리에 머물지 않고, 교차 시점, 미스테리, 환상성 등의 다양한 기법 속에 어우러져 있어 소설로서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마지막 반전이랄까 초심자들이 결말에서 흔히 쓰는 방식인데, 영한과 영준의 관계의 작위성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발상, 주제를 밀고나가는 힘 등 많은 점에서 훌륭한 작품이다. 「나나는 진짜야」는 구성과 발랄하고 속도감 있는 문체가 좋은 작품이다. 짧은 분량 속에 두 남녀의 만남, 소통의 부재, 각 캐릭터의 내력들을 군더더기 없이 버무린 솜씨가 매력적이다. 「chisel」은 발상이 신선한 작품이다. 지금 현재 20대 대학생의 일상과 정체성을 핸드폰, 엿보기, 건조한 관찰적 문체를 통해 접근한 것이다.

신선한 발상이, 20대 청년의 일상과 정체성 자체에 대한 보다 진지한 주제적 탐색과 결합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영감이 필요해」는 따듯하고 유머러스한 문체, 그 문체 속에 생활인의 정서와 일상을 녹여내는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외에도 「물망초」는 지역적 배경과 인물의 심리를 교차 진전시키는 방식이 돋보이고, 「다시, 사랑을 이야기하며」는 스토리가 분명한 점이 좋은 작품이다. 감상성을 배제하고 명료하게 진행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보물섬」은 관념적 주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돋보인다. 관념적 성찰을 ‘이야기’로 구성해내는 힘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번 응모작의 상당수가 지금 현재 20대 청년의 대학생의 일상에서 소재를 찾아 쓴 것들이다. 친밀한 소재가 초심자들에게는 안전한 출발이 되지만, 그 소재 속에서 무엇을 고민했는지, 고민한 주제를 어떻게 매력적인 이야기로 구성하는지는 좀 더 기량과 수련이 필요한 것일 터이다. 응모작을 낸 모든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감사를, 수상자들께는 마음깊이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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