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 질주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자동차 시장 질주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 이시담 기자
  • 승인 2009.12.06
  • 호수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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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연비ㆍ공해 감소로 소비자 마음 사로잡아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숫자가 점차 도로 위에 증가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확산 추세다. 일본의 9월 자동차 판매량을 보면 1위 도요타 프리우스, 7위 혼다 인사이트 등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이 올라 있다. 이는 심상치 않은 유가 오름세와 각국 정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장려 정책, 주요 자동차 회사의 경쟁적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출시 등이 맞물려 만들어낸 결과다.

두 개의 동력 어우러져 ‘최적의 연비’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서로 다른 2종류 이상의 동력원과 변환기를 사용하는 자동차다. 정의에 따르면 어떤 동력이 든지 서로 다른 2종류 이상의 동력을 사용하기만 하면 하이브리드 자동차라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연료를 사용해 동력을 얻는 엔진과 전기로 구동시키는 전기모터로 구성된 시스템을 갖고 있다.

전기를 이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주목받는 이유는 전기가 다른 동력원을 보조해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솔린, LPG 등의 연료는 연소되기만 할 뿐 재생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기는 충ㆍ방전이 자유로워 자동차 운행 중에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다. 또한 전기모터가  엔진을 보조해 일반 자동차보다 엔진에 걸리는 부하가 줄어든다. 이로 인해 배기가스와 소음이 감소하며 차량의 수명이 증가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중요한 부품은 엔진과 배터리다. 엔진과 배터리는 제조사마다 제각각이며 구동 구조 또한 다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구동 구조에 따라 직렬형, 병렬형, 동력분할형의 세가지로 나뉜다. 직렬형은 엔진으로 발전기를 구동해 그 전력으로 모터를 돌리는 형태다. 엔진, 발전기, 모터를 지나 구동이 되기 때문에 엔진 자체의 효율은 타 엔진에 비해 높으나 전체적 시스템 효율은 타 시스템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또한 부품이 크기 때문에 트럭, 버스, 기중기 등의 대형차에 쓰인다.

승용차에 사용되는 엔진은 병렬형과 동력분할형이다. 직렬형에 비해 감속과 가속이 자연스럽다. 병렬형은 엔진을 모터가 조력하는 형태로 엔진의 부담을 경감시킨다. 도요타의 프리우스, 현대ㆍ기아차의 아반떼와 포르테가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동력분할형은 병렬형과 비슷하지만 연비가 더 좋고 기계적 변환이 없어 효율이 좋다. 포드의 이스케이프, GM의 타호와 뷰가 이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최대 장점은 높은 연비다. 미 환경보호국과 미 에너지성은 매년 2010년형 모델 중 소형SUV, 픽업, 미니밴의 연비를 책자로 발간하고 있다. 이 연비 가이드에 따르면 2010년형 모델 중 연비 상위 10위는 모두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다. 도요타 프리우스가 1위이며 그 뒤를 포드 퓨전 하이브리드와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가 따르고 있다. 연비 1위인 도요타 프리우스와 연비가 가장 나쁜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의 연비는 약 6배 차이가 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연비 개선 원리는 총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신호대기 등으로 잠깐 정차할 때는 엔진이 자동으로 정지돼 연료소모량을 줄인다. 출발하거나 가속할 때는 전기모터가 동력의 일부분을 전달해 엔진의 연료소모량을 줄인다. 속도를 줄일 때는 배터리를 자동으로 충전해 전기에너지를 재생시킨다.

에너지 관리 공단은 국내에 시판중인 자동차 연비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체들이 공개한 연비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연비는 차이가 있어 직접 이를 비교해 블로그 등에 결과를 공개하는 소비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의 실제 연비를 비교한 자료를 공개한 기관은 없다. 김한용<경향일보> 기자는 “현재 국내 여건상 실연비 비교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현재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08년 통계에 따르면 가장 수출이 활발한 나라는 일본으로 도요타, 혼다를 선두로 미국의 하이브리드 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그 뒤를 중국, 독일, 미국, 한국이 순서대로 뒤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은 2020년에 1천400만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고유가와 각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올해 2월 19일 배럴당 40.1달러였던 유가는 현재 70달러에서 80달러 사이를 드나들고 있다. 국제유가전문가 협의회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석유 수요가 증가하고 달러화 약세로 인해 투기자금이 유입돼 내년에도 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75~80달러 수준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작년까지 시판중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에게 보조금을 지급했다.  안연섭<환경부ㆍ교통환경과> 사무관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이산화탄소 등 유해가스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차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라 귀띔했다. 현재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개별소비세, 취득세 등의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또 정부는 지난 3일부터 현대ㆍ기아 자동차의 아반떼 및 포르테 하이브리드 LPi로 운영하는 택시를 지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원책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보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도요타 프리우스, 혼다 캠리, 현대ㆍ기아 자동차 포르테 LPi 등이 있다. 캠리는 지난달 451대가 판매되며 수입차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였다. 하이브리드 연구가 가장 활발하며 가장 많은 종류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출시한 곳은 일본의다. 일본이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이 뛰어난 이유는 각국의 연비절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유럽은 디젤 엔진의 개선을 통해 연비 절감을 이끌었다. 디젤 엔진은 일반 자동차보다 연비가 20%에서 30%가량 높다. 그러나 디젤엔진은 공해물질의 배출량이 가솔린엔진보다 많다. 따라서 유럽보다 3배 높은 질소탄화물 유해물질 기준을 만족할 수 없었다.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던 일본은 연비절감의 해답을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찾았다.

도요타는 ‘프리우스’로 열풍을 일으켰으며 올해 8월말까지 전세계적으로 판매된 하이브리드 차량의 누적 판매대수가 약 201만대로, 200만대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혼다 또한 인사이트, 캠리 등의 모델로 프리우스와 주도권을 다투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역시 이와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포드는 이스케이프로 GM은 시보레 볼트로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하이브리드 자동차 분야 과제는
기아자동차는 올해 7월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포르테 하이브리드 LPi를 출시했고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아반떼 하이브리드 LPi를 시장에 선보였다. 혼다와 도요타가 1990년대 후반에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늦은 시작이다. 두 모델은 LPG를 이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가솔린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소나타 YF는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개발하면서 배터리와 모터, 인버터, 직류변환장치 등 핵심 부품의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특히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에 탑재한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는 LG화학과 현대모비스가 공동개발한 배터리다. 두 회사는 지난달 2일 친환경 자동차용 배터리팩 합작 계약서 조인식을 했다.

이처럼 기존의 자동차 핵심 부품이였던 엔진의 중요성이 감소하고 전기 제어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또한 네비게이션, 안전 장치 등도 전기를 이용해 제어되는 경우가 증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에는 기계공학을 전공한 사람에 비해 전기공학 전공자의 비율이 해외에 비해 높다. 이는 우리나라는 전자산업 분야가 발달해 대부분의 전기공학 인재가 전자산업 분야로 진출하기 때문이다.

이형철<공대ㆍ전기공학전공> 교수는 “정부나 산업체는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 인력, 특히 전기 분야의 인재가 부족하다”며 “앞으로 자동차에서 전기 제어 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우수한 전기공학자가 자동차 분야로 많이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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