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를 움직이는 ‘유쾌한’ 그녀들
한양대를 움직이는 ‘유쾌한’ 그녀들
  • 김상혁 기자
  • 승인 2009.12.05
  • 호수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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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학년도 서울배움터 총여학생회 당선 선본 「Action ON」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총여학생회 선거, 공약 실효성에 대한 수많은 논란, 여성 평등에 대한 끊임없는 반론. 여러모로 힘들었던 선거 환경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당선된 ‘유쾌한’ 그녀들, 정영은<사회대ㆍ행정학전공 06> 양과 이수정<법대ㆍ법학과 07> 양. 그녀들은 벌써 한양대를 바꾸기 위한 꿈을 꾸고 있었다.

총여학생회에 도전한 이유

▲ 제18대 총여학생회장 정영은 양
남자가 많은 우리학교에서 총여학생회에 출마하기도, 총여학생회를 운영하기도 쉽지 않다. 심지어 총여학생회 존재 자체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까지. 총여학생회의 일년 반의 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 필요했을 터다. 하지만 이들이 총여학생회 출마를 결정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총여학생회장 당선자 정 양은 과학생회장 생활을 하며 총여학생회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됐다. “대부분의 학생회는 아직도 남성 위주로 운영돼요. 남녀간의 차이는 직책을 맡았을 때 특히 잘 느낄 수 있죠. 제가 행정학과 학생회장을 맡았을 때에도 ‘남자들이 군대를 가니 여자가 학생회장을 맡는구나’, ‘여자가 학생회장을 하니 학생회가 제대로 굴러가겠어?’라는 말들을 많이 들었어요. 남녀간의 차별을 직접 경험했던 순간들이 제가 총여학생회에 출마를 결심한 이유에요.”

정 양이 일부 학생들의 태도에 실망했다면 부총여학생회장 당선자 이 양은 학교 측이 여학생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법대 학생회장으로 있으면서 여학생 휴게실 관리 때문에 학교 측에 문의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법대 하나의 단대만 관리해 줄 수는 없다는 이유로 전체 단대의 관리 실태 보고서를 요구했죠. 총여학생회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느꼈던 순간이었어요.”

사회대생과 법대생. 언뜻 생각하기에 공통 분모가 크지 않은 구성원들의 만남이다. 이 둘은 어떠한 계기로 총여학생회를 함께 꾸려가기로 마음먹었을까.

“사실 1학년 때부터 영은언니와는 알고 지내던 사이였어요. 그러다가 소모임을 통해 친해지게 됐죠. 올해 중간고사가 끝난 후 언니가 함께 총여학생회 해보지 않겠냐는 거에요. 몇주 간 고민하고, 알겠다고 말했어요.”
평소 소모임 속에서도 뜻이 잘 통했던 그들은 이렇게 총여학생회 선본으로 출마하게 됐다. 학교와 주변 인식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돼 행동으로 이어진 결과다.

힘든 만큼 힘을 얻은 선거기간
우리학교 전체 여학생의 55.38% 투표율 중 찬성률 82.52%의 압도적 차이로 당선된 선본 「Action ON」. 톡톡 튀는 이색 공약을 내걸었던 만큼 그 실효성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이 불거졌다. 총여학생회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산을 넘어야했다. 하지만 당선된 본인들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정 양과 이 양은 입을 모아 “아직 얼떨떨하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들에게는 당선되기까지 어떤 점이 제일 힘들었을까. 무엇보다 자유게시판의 여론이 좋지 않았던 것이 가장 힘들었단다. “자유게시판이 온라인이다보니 빨리 답변하는 것이 중요한데 생각을 정리하고 서로의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답변이 지체돼 학생들에게 죄송한 마음이었죠. 사실 답답한 부분도 있었어요. 속으로 ‘이분과 직접 얘기한다면 오해 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텐데’라고 생각했죠.”

또 총여학생회가 운동권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도 큰 걱정이었다. “어떤 사상을 가져야 운동권인지 그 기준이 정말 애매한 것 같아요. 자유게시판의 글들을 살펴보면 한총련이면 운동권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 같아요. 영은언니와 저 모두 학생회 활동을 했지만 한총련에 가입한 적은 없어요. 또 설령 제가 운동권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총여학생회를 수단으로  이용할 생각은 없습니다. ”

온라인에서의 부정적인 여론과 달리 오프라인에서 이뤄졌던 선거유세는 원활하게 이뤄졌다. “여학생이 많은 학과에서는 많은 지지를 해주셨어요. 음대와 인문대, 사범대에서의 유세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선거유세 활동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한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호응을 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많은 학생들과 직접 대하며 소통했던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여학생 비율이 적은 공대는 유세 활동을 하기 힘들었다고.

“학생들 모두 경청을 잘 해주시고, 홍보전단지도 잘 받아주셔서 크게 힘든 점은 없었지만 특히 공대 선거유세를 할 때는 ‘우리학교에 정말 여학생이 없구나’란 생각을 많이 했죠. 한 강의실에 여학생분들이 한 명만 있었던 경우도 있었어요.”

▲ 제18대 부총여학생회장 이수정 양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총여학생회 존재 이유
일년 반만에 총여학생회가 생겼다. 실효성 논란도 거셌지만 82.52%의 높은 찬성률은 총여의 필요성에 대해 여학생들이 공감한다는 의미다. 이번 총여학생회는 어떻게 학교를 변화시킬 것인가. 질문에 대답하는 그녀들의 얼굴이 사뭇 진지해진다.

“1년간 가장 중점을 둘 부분은 교육과 안전이에요. 교육 문제는 학교에서 가장 중심이 돼야 할 부분입니다. 생리공결제 역시 교육 부분의 갈래에서 나온 공약이고요. 안전 관련 공약은 교내 스쿨버스 도입, CCTV설치가 있겠죠.”

또 그들은 선거 기간동안 학생들의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 부분에 힘쓸 것이라고 말한다.
“총여학생회의 공약을 다룬 신문을 발행하고 동시에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보는 설문지를 배포할 생각이에요. 학생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공약은 다시 고민해봐야죠.”

총여학생회의 공약은 자궁경부암 백신가격 할인, 스쿨버스 도입, 생리공결제 등 굵직굵직한 공약이 많다. 어떤 공약을 중점적으로 실행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주요 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겠지만, 아무래도 생리공결제 공약을 우선 준비할 것 같아요. 정책자문단 구성도 빨리 해야하고요. 생리공결제 대안책이 쉽게 나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멀리 보고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백남학술정보관 슬리퍼 제공같은 경우도 빨리 시행해야 하고요.” 이제 시작하는 그들에겐 해야할 일도, 해내고 싶은 일도 많다.

앞으로의 각오를 묻는 질문에 그녀들의 눈빛이 빛난다. 그들은 공약이행이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일부 단대가 아닌 우리학교 여학생을 대표하는 기구로서, 모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게 그들의 각오다.

“총여학생회가 왜 필요한가라고 의구심을 가지시는 분들에게 열심히 노력해서 ‘총여학생회가 꼭 필요한 이유’를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우리의 존재 이유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여학생 뿐 아니라 남학생의 목소리까지, 모두의 의견을 듣는 총여학생회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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