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사회의 입을 막는 교과부
열린사회의 입을 막는 교과부
  • 유현지 기자
  • 승인 2009.11.28
  • 호수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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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포퍼 입장에서 본 시국선언 전교조 징계처분
▲ 칼 포퍼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 접근법이 있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 하나하나의 관점에서 사회를 고찰하는 개체주의적 방법과 사회를 크게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전체주의적 방법이다. 나는 전 세계를 폐허로 만든 제1차 세계 대전부터 동유럽 대부분의 국가를 휩쓴 공산주의 혁명, 이에 대항한 파시즘의 등장을 차례차례 목격하며 성장했다. 이 혹독한 시련의 이면에는 전체주의 사상의 비인간성이 있었다. 때문에 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무시하는 전체주의적 관점에 공감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같은 경험에서 나는 문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인물 또는 하나의 사상에 맹종하는 습관을 타파해야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저서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집필했다.

문명의 발전은 ‘열린사회’에서 비로소 가능하다. 과학의 발전과정을 살펴보자. 과학은 가설을 설정한 뒤 실험을 하면서 오류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면서 발전한다. 과학이론은 검증될 수는 없지만 반증될 수 있기 때문에 진보가 가능한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오류를 찾는 과정이다. 이 원리를 사회ㆍ정치ㆍ철학의 분야까지 확장해 적용해 본다면 문명의 진보 역시 오류를 발견하고 보완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뤄짐을 알 수 있다. ‘열린사회’에서는 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든지 오류를 찾아내고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의 시국선언에 대해 교과부가 징계 처분을 내린 사건은 열린사회로의 이행을 막고 닫힌사회로 뒷걸음질 한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교조의 주요 교사들을 징계조치했고 교사 16명이 연행됐다. 그 어떤 이유로든 현 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강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플라톤은 현명한 자는 무지한 자를 통치해야하며 무지한자는 그에 복종하는 습관을 길러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모든 사회적 변화를 타락이나 부패로 간주해 사회의 변화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그의 논리에 입각한 사회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문명의 발전이 정체된 닫힌 사회가 된다. 따라서 사회의 변화를 차단한 정부의 조치는 국가 발전을 해치는 역설적 행위다.

열린사회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가져야할 두 가지 요건이 있다. 자유와 권리다. 자유란 다수의 의견의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것이고 권리란 자신의 지배자를 비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충족할 수 있다. 자유와 권리가 개인에게 충족될 때 사회구성원으로서 개인 스스로가 판단하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열린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

나는 이번 교과부의 전교조의 시국선언에 대한 대응을 바라보며 열린사회를 막는 적들의 후예들을 확인했고,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언제든 금수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인간으로 남고자 한다면 오직 하나의 길 열린사회로의 길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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