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국 인터넷 변화 엿보기
2010년 한국 인터넷 변화 엿보기
  • 이시담 기자
  • 승인 2009.11.28
  • 호수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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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일상과 밀착하는 인터넷

대화와 미니홈피의 일기 중에서 친구의 속마음을 더 정확하게 읽는 방법은 무엇일까. 2009년 대한민국에서는 미니홈피 일기가 정답일 확률이 높다. 현실에서 사귄 친구와 인터넷에서 만나고 인터넷에서 사귄 친구와 점심을 함께하는 세상. 인터넷과 현실세계의 경계는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2010년의 인터넷은 흐름을 따라 흘러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흐름을 만들 것인가.

마이크로블로그 붐…트위터, 미투데이 왜 떴을까
2010년에는 2009년의 기세를 타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하 SNS)가 붐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SNS는 참가자가 서로에게 친구를 소개하면서 인맥을 확장하는 커뮤니티형 웹사이트다. 싸이월드, 마이스페이스, 미투데이, 트위터 등이 대표적이며 사진, 글 등으로 일상을 공유함으로써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준다.
웹2.0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웹 환경을 블로그가 이끌어왔다면 앞으로의 웹을 주도하는 것은 SNS, 특히 마이크로블로그다.

마이크로블로그는 140자 내외의 짧은 글로 의사소통을 하는 SNS로 트위터가 붐을 일으키면서 국내에도 미투데이, 톡픽, 야그 등과 같은 유사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트위터는 전체 회원의 3분의 2가 올해 신규 가입자일 정도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는 넷북과 스마트폰의 보급이 증가하며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하게 된 공이 크며 내년에도 이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의 강점은 편리함과 높은 자유도다. 1

40자 내의 짧은 글을 컴퓨터, 모바일을 이용해 쉽게 올릴 수 있으며 기능 또한 글 올리기(tweet), 올려진 글 보기(view), 메세지 보내기(mention),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retweet), 친구맺기(follow)의 네가지로 간단하다. 편리한 사용법과 국내 도입 초기에 사업 도구 혹은 해외 이슈를 접하는 창구로서 소개됐다는 특징 때문에 트위터는 10대와 20대가 주역인 타 서비스와는 다르게 40대 사용자의 비율이 가장 높다.

일반적으로 트위터에는 사진과 140자 이상의 장문을 올릴 수 없지만 소스를 개방했기 때문에 사용자가 입맛에 맞게 변형해 사용할 수 있다. 다른 사이트를 링크함으로써 사진을 공유하거나 블로그의 글을 링크하는 등 사용자에게 주어진 자유는 무한하다. 글만 쓰면 휑한 느낌이 드는 넓은 공간의 블로그와 다르게 짧은 글 만을 올려도 어색하지 않다는 점도 트위터의 장점이다. 양승훈<공대ㆍ정보시스템학과 09> 군은 “블로그는 포스팅을 할 때 사진을 넣어 잘 꾸며야 하는 부담감이 들지만 트위터는 내 생각을 형식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10대와 20대가 주로 이용하는 마이크로블로그는 무엇일까. 미투데이는 트위터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투애니원의 산다라박, 빅뱅의 권지용 등을 내세워 10대와 20대를 겨냥한 스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미투데이의 사용자들은 좋아하는 스타 등의 화제를  공유하며 그들만의 관심대를 형성했다.

마이크로블로그는 친구의 근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며 사람을 사귈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인맥을 확장ㆍ강화하는 수단으로도 각광받는다. 구글, 빙이 트위터와 연동한데 이어 NHN은 올해 미투데이를 인수했으며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올해 안에 10~20대를 대상으로 마이크로블로그를 오픈할 예정이다. 블랙베리, 아이폰, 엑스페리아, 블랙잭 등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인프라를 갖추게 된 통신 회사들 역시 마이크로블로그를 비롯한 SNS에 욕심을 내고 있다. SKT는 하루라는 모바일 SNS를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이 같은 서비스 제공 추세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이희욱<블로터뉴스> 기자는 “2010년에는 스마트 폰의 확산, 40대와 50대 사용자의 증가로 올해보다 더 풍성한 트위터 생태계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국내서도 파괴적 영향력 발휘할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인터넷 보급률이 가장 높으며 평균 인터넷 속도 역시 가장 빠르다. 그러나 우수한 인프라에 비해 서비스 개발과 활용은 타국보다 더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SNS가 먼저 개발되고 보급된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때 트위터 등의 SNS가 큰 영향력을 발휘했으며 ‘허드슨강 비행기 추락사건’과 ‘마이클잭슨 사망사건’을 기성 언론보다 훨씬 신속하게 전달했다. 일본에서도 모바일에 기반한 SNS 서비스인 믹시가 2005년에 돌풍을 일으키며 보편화된지 오래다.

한국에서의 마이크로블로그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나라의 유저들은 정보의 생산에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트위터는 정보의 전달, 소비만으로는 유지되지 않는다. 또한 모바일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트위터의 특성상 하루에 수백 건의 문자 메시지가 오가지만 현재와 같은 데이터 요금제에서는 이 비용을 사용자들이 감당하기 어렵다. 때문에 정보 생산 문화에 익숙한 일부의 정보 공유 창구로 이용될 뿐 현재의 붐은 사그라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존재한다.

그러나 강학주<eStoryLABㆍ웹서비스전략연구소> 팀장은 블로그와 트위터의 상호보완으로 인한 웹서비스 진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강 팀장은 “트위터는 비록 단문이지만 빠르게 콘텐츠를 유통시킬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며 “블로그가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산된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배포할 수 있는 도구들이 필요한데 현재로썬 트위터가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는 실제로 시도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는 티스토리라는 서비스를 통해 블로그를 트위터로 배포할 수 있는 플러그인을 제공했다. 미투데이, 스타플 등의 마이크로블로그에서는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서 글을 불러올 수 있다.

트위터는 정치 영역에서도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 기자는 “2002년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 후보의 지지를 철회했을 때 문자서비스는 이 소식을 알리고 노무현 후보 투표를 독려하는데 큰 위력을 발휘했다”며 “트위터는 친구연결을 통해 문자서비스보다 빠른 속도로 정보를 확산시켜 2010년 국회의원 선거와 2012년 대선 때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 말했다.

 

가공되지 않은 정보의 범람, 정확한 검색이 관건
스마트폰 속에는 정보가 넘쳐난다. 지도, 뉴스, TV, 이메일, 증권, 날씨, 사전, 환율, 달력, 부동산 등 현재 제공되는 정보 뿐 아니라 모바일로 제공되는 SNS 서비스가 제공하는 정보는 더욱 넓어지고 빨라질 전망이다. A식당을 검색하면 어제의 음식 이야기가 나오던 블로그와 달리 마이크로블로그에서 실시간으로 정보가 제공된다. A식당의 김치알밥은 맛있었는데 초밥은 재료가 오래된 것 같다는 등 검색하는 사람이 알고 싶은 ‘현재’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프로와 엘리트에 의해 독점되던 고급 정보를 개방해 지식의 양적, 질적 팽창을 추구하는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다. 다음세대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오픈노하우’는 한국판 위키피디아와 비슷한 프로젝트로 공익적 가치를 위한 정보들을 집단 지혜를 모아 만든다.

구글과 위키피디아를 더하면 리포트가 나온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 현재 구글에는 대학 도서관 하나보다 더 많은 정보가 공개돼 있다. 여기서 정보의 확산을 막는 장애물은 언어와 용어의 장벽이다. 세계 정보의 80% 이상은 영어로 제공되지만 영어를 실시간으로 번역하는 프로그램은 완벽하지 않다. 2010년에는 언어 번역 프로그램 또한 언어 사용자의 의도를 분석한 데이터 축적을 기반으로 더욱 정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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