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정규직법,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 차진세 기자
  • 승인 2009.11.28
  • 호수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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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문제 해결 위한 대학생의 사회적 의식 필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비정규직법 개악 저지’를 핵심 의제 중 하나로 정하고 12년 만의 연대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하지만 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당시 계약을 맺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올해 7월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대신 대거 계약 해지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비정규직 고용기간 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지난 9일 처리가 미뤄진 상태다.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변화
통계청에서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2007년 8월 조사부터 작년 8월 조사까지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는 꾸준히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 3월 조사를 기점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이병훈<중앙대ㆍ사회학과> 교수는 “작년 8월까지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가 감소한 것은 비정규직 중 일부가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일부는 기간제 노동자에서 호출직 노동자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또한 올해 3월의 증가는 정부가 고용기간 제한을 4년으로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돌아 계약 해지를 유예했기 때문이며 9월의 증가는 경제위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비정규직법이 시행되자 여러 기업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러한 고용 불안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부르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랜드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이랜드 사태는 비정규직법이 시행되자 3개월, 6개월 등의 단기 계약으로 근무하던 이랜드 노동자들이 줄줄이 해고돼 지난 2007년 7월 노동자들이 이랜드 측에 고용보장을 요구한 사건이다. 이외에도 KBS와 코스콤에서도 계약 해지를 우려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회사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명규<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이랜드, KBS, 코스콤 사태는 비정규직법 문제가 노사간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라며 “고용 안정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비정규직법이 시행되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를 우려해 투쟁에 나섰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의견들
사용자측에서는 비정규직 보호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김열규<전국경제인연합ㆍ기업정책팀> 과장은 “비정규직법을 폐지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이 올해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300인 미만 중ㆍ소기업에서 93.9%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중 40.2%는 자발적으로 비정규직 일자리를 선택한다.

특히 300인 이상의 대기업만을 기준으로 하면 이 비율은 74.1%가 된다.

김 과장은 “비정규직은 기업과 노동자 간의 필요에 의해 생겨난 산물”이라며 “이런 현실을 외면하면 영세 기업들은 인력난에 계속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성회<전국경제인연합ㆍ경쟁력강화팀> 과장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사용기한 제한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고용의 안정을 위해선 역설적으로 기업에게 임금과 해고의 자율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사용자측에서는 다양한 근로 형태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 과장은 “최근 임시직ㆍ시간직ㆍ호출직 등을 필요로 하는 업종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규직만을 채용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노동자측에서는 현행법을 개정해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를 정규직으로 강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상훈<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ㆍ정책실> 국장은 “현행 2년 기간 제한법의 맹점은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강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2년에서 4년으로 기간 제한을 연장하는 개정안은 악법을 유예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올해 경제위기 전까지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꾸준한 감소추세였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비정규직법이 시행되자 이랜드, KBS 등에서 비정규직들의 반발과 투쟁이 일어났다”며 “이러한 투쟁의 결과와 비정규직법 시행 이전에 5년 이상 장기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법 시행을 기점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이 비정규직 감소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생과 직결되는 비정규직법
비정규직 문제는 ‘예비 실업자’인 대학생들에게 남의 일이 아니다.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성이 낮아지게 되면 전체 노동시장에도 그 여파가 미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노동 시장의 고용 안정성과 유연성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에게 따로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다만 일반적으로 비정규직의 사회적 지위가 낮기 때문에 그 여파가 특히 크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한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사회를 바꾸기보다 혼자라도 살아야 한다는 태도가 강하다”며 “대학생들 중 상당수가 ‘우리가 나선다고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는 패배주의, 냉소주의에 빠진 듯하다”고 지적했다.

에세이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연세대ㆍ문화인류학과> 강사는 “정치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정책을 지지해야 이득이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선 오히려 보수를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정규직은 일종의 사회적 낙인이기 때문에 자신이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인정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 강사는 또한 “비정규직 문제를 비롯한 노동 문제와 대학생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며  “대학생들이 스스로 나서서 노동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의 활동을 보여주는 예로 작년 4월 서울대 학생들이 시간강사의 교원지위 획득을 위한 1인 시위를  들 수 있다. 이 학생들은 자신의 학교도 아닌 다른 학교의 시간강사가 자살한 사건을 우연히 알게된 후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 주목을 받았다. 이 교수는 “여태껏 대학생의 취업이 수월했던 적은 별로 없었다”며 “취업난을 개인적으로 바라보기보다 사회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
자료 제공 : 통계청, 전국경제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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