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 올리기 급급한 청년인턴제
취업률 올리기 급급한 청년인턴제
  • 안원경 기자
  • 승인 2009.11.28
  • 호수 13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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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일자리 생산 위한 제도 마련돼야

정부는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고용추가대책을 올해 3월 발표했다. 청년고용추가대책의 가장 큰 사안은 1조2천198억원의 예산투자를 통해 시행하는 ‘청년인턴제’였다. 청년인턴제는 대학졸업예정자나 졸업한 사람 중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만 30세미만 청년에게 인턴 자격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청년인턴제란 중소기업에 청년인턴으로 취직하고자 하는 구직자를 연계해주는 ‘중소기업 청년인턴제’와 중앙부처 및 공공 기관 등에서 고용하는 ‘행정인턴제’로 나뉜다. 정부는 청년인턴을 고용한 기업 및 공공기관에 6개월 동안 청년인턴 임금의 50%, 즉 50만원에서 80만원을 지원하고, 계약기간이 만료된 후 기업에서 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했을 시 6개월간 임금의 50%를 지원하게 된다.

김선희<노동부ㆍ청년고용대책과> 직원은 “청년인턴제 시행을 통해 현재 같은 경기 불황상황에 취업 준비생들의 취업능력을 높일 수 있다”며 “이들의 직업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장래 경기 회복 시 대비할 수 있는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우리학교 졸업생 A는 청년인턴으로 한국주택공사와 6개월간 계약을 맺었다. 처음엔 공기업에서 일하면서 실질적인 업무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입사의 A의 업무는 파일 정리하기, 상사가 시키는 잔심부름이었다. A는 “문서 한 장을 복사하더라도 왜 복사해야 하는지,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회사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었지만 단지 상사가 시키는 일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A는 올해 7월 중순부터 6명의 청년인턴과 함께 일을 시작했지만 지금 남은 사람은 A를 포함해 2명이다. A 역시 도중에 그만 두고 싶었지만 그만두더라도 당장 구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었다. 현재 A는 계약이 만료되는 12월만을 기다리고 있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취업준비생’이 되는 A에게 청년인턴이라는 경험은 일부회사에서 약간의 가산점으로밖에 인정되지 못한다. 더욱이 몇 개월간 몸담았던 한국주택공사는 청년인턴에 대한 가산점조차 인정하지 않으며 지난해부터 신입정규직 직원을 뽑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A는 “정규직 채용 계획 없이 무분별하게 시행된 청년인턴제는 젊은이들이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며 비정규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악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청년인턴제가 오히려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위원장 이병훈<중앙대ㆍ사회학과> 교수는 “인턴제는 본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직장을 체험하고 자기 적성을 알아보는 제도였다”며 “하지만 현재 단기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일시적으로 취업률을 낮추기 위해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청년실업자 중 84%가 대학생”이라며 “단기 비정규직이 아닌 질 좋은 일자리를 생산해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가 제시한 대안은 △벨기에에서 시행되고 있는 로제타 플랜 도입 △영국ㆍ독일 형태의 인턴제 실시 △국민들에게 직결될 수 있는 복지ㆍ보건 분야의 투자다.

로제타 플랜이란 ‘청년 고용 의무 할당제’를 의미한다. 벨기에서 최초로 시행한 제도로 공공부분의 사업장과 50인 이상 기업체에선 전체 근로자의 3%이상을 청년실업자로 고용해야한다. 이를 어긴 사업장은 고용하지 않는 청년실업자 1명당 매일 74유로의 벌금을 내야한다.

이 교수가 대안으로 제시한 영국과 독일의 경우 대학 예비졸업생이 직업상담사와 함께 어떤 분야의 인턴이 학생에게 적합한지 판단한 후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인턴생활을 한다. 이들은 인턴생활이 끝나면 본인의 의사에 따라 정규직 채용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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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8-01 14:17:14
이 글을 읽으면서 청년인턴제의 현실과 문제점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청년인턴제는 단기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그치지만 실질적인 직무 경험이 부족하고 불안정한 취업 상황을 야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안으로 제시된 벨기에의 로제타 플랜과 영국ㆍ독일의 인턴제는 청년들의 적성과 취업 기회를 고려한 방안으로 보완적인 해결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청년들의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과 질 좋은 취업 기회가 더욱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