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전력망이 바꾸는 지구의 미래
초록빛 전력망이 바꾸는 지구의 미래
  • 유현지 기자
  • 승인 2009.11.23
  • 호수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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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ㆍ공급 소통하는 신개념 전력망 스마트그리드

직장인 K씨는 집에 돌아와 통신업체 S사에서 나온 전기요금을 확인했다. 지난달까지 한전의 전기요금제를 사용하다가 이번 달에 통신업체 S사의 전기요금제로 바꿨더니 전기요금이 3분의 1정도로 적게 나왔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시설을 만들어 사용하는 회사 동료는 자체 발전이 요금제보다 에너지 비용을 훨씬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한동안 새로운 요금제로 사용하다가 풍력발전기를 설치해볼 생각이다. K씨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전기 자동차 플러그를 꽂아놓고 잠들었다. 밤에는 전기 값이 더 싸기 때문에 미리 충전해 놓는 것이다. 이것이 2030년 이후 똑똑한 전기, 스마트그리드가 실현된 미래의 모습이다.

전력 + IT = 스마트그리드
스마트그리드란 소비자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인 공급위주였던 전력망에 IT기술을 더해 전기 소비자와 공급자가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전기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신개념 차세대 전력망을 말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전력망의 체계는 각지의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고 소비자에게 가까운 지역으로 송전을 한 뒤에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각 개인에게 전기를 분배한다. 하지만 이 체계는 공급자가 수요자의 전기수요를 파악할 수 없고 일괄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에너지가 손실된다. 손실되는 에너지를 막기 위해 전기 소비자와 전기 공급자가 소통할 수 있게 한 전력망이 스마트그리드다.

스마트그리드가 상용화되면 전기 사용자는 변동되는 전기요금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기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전기 요금이 주가처럼 변동되기 때문에 같은 전력량을 사용하더라도 전기요금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변동하는 전기 요금에 따라 사용자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전기 사용량을 조절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를 서비스 상품으로 내놓을 중간 업자들이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독점적으로 전기 분배를 했지만 스마트그리드 전력시장에서는 더 이상 독점은 있을 수 없다. 수많은 전기 배분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보다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한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선택하고 일방적인 하나의 공급자가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일방적인 공급을 하는 전기 낭비를 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스마트그리드가 상용화되면 소비자들의 절약정신도 높일 수 있다. 박만근<전력거래소ㆍ스마트그리드실증단지사업추진TF> 과장은 “전력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전기요금은 실제 연료 값이 아닌 한전의 요금”이라며 “크게 변동하지 않는 전기요금 때문에 전기를 아껴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민들이 내는 전기요금은 ‘빚쟁이 한전’의 요금구조에 따른 전기 값이다. △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심야전기용 △가로등용으로 나뉘는 한전의 전기요금은  일반용은 111.16원, 산업용은 80.5원과 같이 종별로 다른 전기사용료를 청구하기 때문에 시민들은 전기사용료에 대한 체감도가 낮다. 자연히 전기 값의 변동을 체감하지 못하는 일반 사람들은 전기를 쉽게 낭비한다. 따라서 여러 배분업자들은 효율적인 전기사용으로 이익을 얻기위해 노력함으로써 전기거래의 효율성을 증대시킨다.

한국이 선도하는 스마트그리드산업
이명박 정부는 ‘그린에너지 기술혁신을 통한 신성장 동력과 저탄소 녹색사회 구현’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3가지 달성방향을 발표했다. 첫째는 화석에너지의 의존도를 낮추고 그에 따라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이는 것, 둘째는 현재 사용 중인 화석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이고 신재생 에너지의 사용을 늘림으로써 에너지 위기 대처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산업에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수출항목을 육성하는 것이다.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세 가지 달성방향에 정확히 합치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스마트그리드를 2030년까지 진행할 중장기적 국책과제로 선정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8월 22일 스마트그리드에 관련한 총체적 사안을 담당할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을 출범시켰다.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은 지난 8월 31일부터 제주실증단지 사업 착공에 들어갔다. 제주실증단지 사업은 도시에 스마트그리드를 적용하는 사업으로 전기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는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스마트그리드를 실현시킨다. 정부는  제주실증단지 사업을 비즈니스 모델로 해 수출 산업화까지 꾀하고 있다. 박 과장은 “스마트그리드 산업을 적용한 도시를 만드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며 “스마트그리드산업에 있어서는 한국이 선도국”이라고 말했다. 미국 또한 스마트그리드 연구에 힘쓰고 있지만 전기사용의 역사가 우리나라보다 길어 이미 낡은 전기 인프라를 조금 더 사용하고 스마트그리드로 교체할 예정이다.

성공적 스마트그리드를 위한 과제
기술과 정책면에서 다른 국가들보다 앞서 나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스마트그리드산업, 상용화에 앞서 짚어봐야 할 문제점들은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한전이 놓지 않으려는 독점 시장의 기득권을 꼽는다. 스마트그리드가 실현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환경은 전기배분회사들의 경쟁적 시장이다. 하지만 한전이 지금까지의 기득권을 놓지 않아 자유로운 시장경쟁의 효율성을 살릴 수가 없다.

또 미래의 스마트그리드 사회의 초석이 될 제주실증단지 사업을 위해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은 3가지를 제시했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정부의 정책 △산ㆍ학ㆍ연ㆍ관의 전 국민적인 유기적인 협조체제 △기업과 소비자의 관심과 참여다. 김민섭<한국스마트그리드ㆍ사업단정책지원팀> 주임은 “스마트그리드는 다양한 업계들의 융합이 핵심인 사업”이라며 “국민이 모두 함께 공유하고 키워나가야 할 미래를 위한 자산이자 과제”라고 밝혔다.


자료제공 : 삼성S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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