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의 루저사건
인터넷 시대의 루저사건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11.22
  • 호수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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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루저 사건’이 우리 사회를 흔들고 지나갔다. 한 번 웃어버리고 지나치기 어려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사건이다.

발단은 지난 9일 방송된 토크쇼에 출연한 한 여대생이 “남자 키가 180은 돼야 한다.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었다. 그러자 인터넷에 여대생의 신상정보, 학교생활, 과거사 등 개인 신상과 관련되는 것들이 잇따라 폭로됐고 비난하는 글이 빗발쳤다. 문제가 커지자 방송국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고 프로그램 제작진을 교체했다. 이 방송 때문에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78명의 남성이 언론중재위원회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까지 했다.

이 사건은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외모를 하나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실력이나 인격을 제쳐두고, 외모가 유일한 기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지성인을 자처하는 대학인은 껍데기에 치우치기보다 내실 있는 삶이 되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번 사건을 보며 또 한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인터넷이 사생활 폭로의 장소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인터넷은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다양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참여자들이 스스로 자유롭게 정보를 생산하고 다른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공론장이 될 것으로 기대돼 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인터넷은 불법적인 행위가 넘쳐나는 ‘불법의 바다’가 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익명성 때문에 인터넷은 명예훼손 등의 불법행위가 일어날 소지가 많다. 특히 개인의 학교ㆍ주소 등 신상정보를 순식간에 낱낱이 인터넷에 공개하는 ‘신상털기’는 디지털 시대의 마녀사냥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의 이런 행위는 사이버 폭력이다. 사이버 폭력은 ‘디지털 위험’의 한 요소로 꼽힐 정도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인터넷 강국을 자처하는 한국에서 사이버 폭력이 난무하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네티즌들의 윤리의식이 필수다. 네티즌이 도덕적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루저사건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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