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갈등, 생각보다 우리와 가깝다
노사갈등, 생각보다 우리와 가깝다
  • 차진세 기자
  • 승인 2009.11.14
  • 호수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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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체에 영향… 구성원의 전반적 이해 필요

부도 위기에 몰린 쌍용자동차가 노동자들을 대거 정리해고하며 한동안 우리 사회를 들끓게 했던 쌍용자동차 사태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노동자측과 사용자측 간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정부의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제도 시행에 반대하는 대규모 노동자 집회를 각각 지난 7일과 8일 여의도에서 개최했다. 이에 전국경제인연합,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의 사용자 단체는 ‘노조 전임자의 임금은 노조에서 맡아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 노동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인수범<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은 “노사갈등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라며 “노사갈등은 더 이상 단순히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또 인 연구원은 “따라서 대학생을 비롯한 사회구성원 모두가 노사갈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노사갈등의 역사
인 연구원은 “노사갈등은 건국 직후부터 지금까지 계속돼 온 우리나라의 주요 문제”라며 “이것은 단순히 ‘강성노조’나 ‘강경진압’과 같이 이분법적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인 연구원은 “이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나라 노사갈등의 역사를 검토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 노동관계법이 최초로 제정된 시기는 1950년대지만 이때의 법은 현실과 괴리가 커 제정 당시에도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6ㆍ70년대의 산업화 시대를 거쳐 80년대 초반까지 많은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 하에서 일했으나 노사갈등의 발생 빈도는 낮았다.

이에 대해 인 연구원은 “전태일 열사 분신사건이나 YH 무역농성 사건 등에서 나타나듯이 노사갈등과 노동법을 둘러싼 갈등이 표출된 적도 있다”면서도 “당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에 대한 권리 의식도 낮고 노동조합 조직률도 높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시기에 들어서면서 노동자의 권리 의식이 성장해 노동운동이 활성화되면서 노사갈등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권리가 인정됐으며 노사 간의 대등한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시기의 노사갈등 형태는 논리적인 설득보다 힘에 의한 대결에 치중했으며, 교섭이 결렬됐을 때도 쟁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파업에 돌입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노동자들의 소득수준이 증가하기 시작한 1990년대 노사갈등의 중심은 복지향상, 환경문제 등으로 옮겨갔다. 또한 이 시기에는 과거의 과격성에 대한 반성으로 노사협력을 긍정적으로 모색하는 과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인 연구원은 “이 시기에 들어와 전체 파업 중 불법 파업의 비율이 현저히 낮아졌다”며 “이것은 노동운동의 성과를 보여주는 동시에 노조들이 스스로 법의 테두리 하에서 활동하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노사관계를 둘러싼 각 계의 입장
우리나라 노사문화는 노동자측과 사용자측의 계속되는 대립관계로 형성돼왔다. 노동자측에서는 사용자측이 일방적으로 노사관계를 설정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사용자 측에서는 노동자측이 이익단체화돼 경영의 비효율을 증대시킨다는 입장이다.

이상훈<민주노총ㆍ정책국> 국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아직까지 노동조합에 대해 적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당연한 노동권의 행사를 ‘강성 노조’라는 말로 폄하시키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한 노동계에서는 일부 기업인들이 갖고 있는 노사협력에 대한 인식이 왜곡돼 있다고 말한다. 노사협력은 사용자와 노동자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이나 일부에서는 노동자들이 사용자의 요구에 자진해서 협력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손훈정<전국경제인연합ㆍ노사정책팀> 과장은 “노동조합의 결성이 신고제인 관계로 공무원을 제외하고는 어떤 노동자든지 제약없이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다”며 “한국의 노동조합은 그 조직과 활동 면에서 법적 보호를 강하게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용자측은 강성 노조가 노동생산성 저하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한 예로 작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임금이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 비해 약 1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원<경상대ㆍ경제학부> 교수는 “노사간의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항상 서로에 대한 일방적인 책임전가가 행해졌다”며 “정부는 건설적인 제도 정착보다는 정치적 이익에 따라 노사 각자의 입장을 강화할 수 있는 예외조항들을 만들기에 급급했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복수노조 허용과 사용자의 노조간부 임금지급 문제도 지난 13년간 뚜렷한 해결책 없이 계속 미뤄져 곪아왔던 문제”라고 덧붙였다.

기존 노사갈등 해결시스템의 대안
현재 존재하는 노사갈등 해결시스템은 단체교섭, 노사협의회를 비롯한 내부적인 방법이 있고 이외에 노동위원회를 비롯한 정부기관이나 민주노총ㆍ한국노총 등의 상위 노조에 의뢰하는 외부적 해결 방법이 있다.

단체교섭은 노동자의 노동조건의 유지·개선에 대한 교섭권을 말하며, 노사협의회는 생산성 향상이나 노동자의 복지증진에 관해 사용자와 노동자가 함께 협의하는 기구다.

김 교수는 “현재 노조 혹은 조합원과 사용자간에는 일상적인 마찰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번거로움이 많은 단체교섭 등의 방법을 제외하고는 이를 상시적으로 처리할 절차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박현미<한국노총ㆍ중앙연구원> 연구원은 이러한 현 노사갈등 해결시스템의 대안으로 ‘갈등 사안 처리 절차’를 제안했다. 이는 개별 노동자가 사용자 측과 갈등이 발생했을 시 △문제제기 당사자와 담당 현장 감독자와의 면담 △노조 간부와 중간관리자간의 면담 △노조위원장과 회사대표와의 면담 △외부의 중재 등의 순서로 순차적인 해결절차를 밟아나가는 방식이다.

이는 미국의 ‘고충처리절차’를 모방한 것으로 미국의 제도는 노동자가 제기한 문제에 명확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반면 박 연구원이 제안하는 갈등사안처리절차는 권리규정 존재 유무와 관련 없이 노사합의하에 문제를 다루도록 하는 점이 다르다.

박 연구원은 “이 방식은 갈등의 직접 당사자인 개별 노동자가 직접 문제를 제기해 해결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아직까지 개별 노동자가 사용자에게 직접 문제를 제기하기 힘든 우리나라의 현실상 당사자에 대한 노조 간부의 지원을 확대해야 하고 이를 원활히 하기 위해 간부의 역량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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