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능력시험과 국가 및 대학 간의 역학관계
수학능력시험과 국가 및 대학 간의 역학관계
  • 취재부
  • 승인 2005.11.27
  • 호수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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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희<사범대·교육학> 교수
금년에는 유독 대학본고사 부활 시비와 관련하여 대학과 정부간의 긴장이 높았던 해인 것 같다. 대학본고사 금지는 이른바 3불정책의 하나로서 교육부가 지침까지 만들어 대학마다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심층면접시험이나 학업적성시험이 ‘대학 본고사’인가의 여부를 심사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본고사 부활론의 배경은 수능시험이 사실상 변별력을 상실함으로써 우수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상위권 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이 의미 있는 전형요소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렸기 때문인 것이다. 자격기준 정도로 밖에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대학으로서는 출구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대학 본고사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이의 부활론을 제기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고도의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을 측정하기 위한 심층면접시험은 과거의 국·영·수 중심의 암기위주의 시험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지침을 따라야 하는 등 대학으로서는 자율권을 많이 제약 받고 있다.

그러나 이제 많은 대학들은 그간의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하여 학생선발의 다양화, 전문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자율 역량을 갖추어 왔음을 인정해야 한다.   

학생선발과 관련하여 대학과 국가 간에 합리적인 역할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선발권은 대학에 전적으로 일임되어야 하며, 국가는 대학의 자율적 전형유형이나 방법을 일방적으로 제약하거나 간섭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대학 본고사 금지’라는 대학의 자율성을 금지하는 강압적 함의가 내포된 용어를 사용하기 보다는 수능의 제도개선과 변별기능의 복원을 통해서 대학 본고사를 불필요하게 만드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는 입시제도의 한 축인 수학능력시험을 어떻게 질 높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서 미래지향적 접근을 시도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전문화·과학화·효율화함으로써 대학이 이를 믿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능시험이 적정한 난이도를 유지해야 하고 동시에 질 높은 문제를 출제하기 위해서는 문제출제 방식을 문제은행식(item-bank)으로 전환하는 것을 포함하여 이것이 가능하도록 인적, 물적 조건과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획기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우리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정도를 투자되고 있는 미국의 ETS, 영국의 AQA,  일본의 대학입시센터의 인력과 예산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고질적인 대학입시문제도 해방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크게는 13번에 걸친 개선에 개선이 이어졌지만 아직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있는바 새로운 입시 인프라의 구축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없이는 이의 해법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우리의 입시변천사가 극명하게 말해 주고 있다.  

  또한 IT 강국답게 수능시험을 CBT 토풀 시험처럼 컴퓨터상에서 치룰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는 경우 수능 횟수의 문제, 입시부정의 문제, 현행과 같은 출제위원을 감금(?)하여 출제하는 폐쇄적 출제방식의 문제 등이 동시에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사고전환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더욱이 제7차 교육과정에 따라 금년부터 51개 시험과목에 500여 명의 출제관련 위원이 참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제 수능시험은 현행과 같은 원시적 출제 및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위해 연구하고 준비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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