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민요와 함께 하는 삶을 꿈꾸다
평생 민요와 함께 하는 삶을 꿈꾸다
  • 박효은 기자
  • 승인 2009.11.08
  • 호수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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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나라 국악경연대회 민요부문 금상을 차지한 양슬기<음대ㆍ국악과 08> 양

딱 보기에도 여리고 수줍음이 많아 보이던 양슬기<음대ㆍ국악과 08> 양과의 만남을 가졌다. 민요에 대한 열정만은 남달랐던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민요와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낯설게만 느껴지는 민요에 그녀가 푹 빠졌듯이, 수줍게만 보이는 그녀에게 푹 빠져보자.


들려오는 선율에 단번에 매료되다

그녀가 민요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일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장구소리가 좋아 그녀를 데리고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향했다. 소리를 따라간 곳이 민요를 가르치는 곳이었다고. 딸의 재능을 키워주고자 마음먹었던 어머니는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

“생소한 음악과 가락에 마음을 빼앗겼었어요. 그곳에서 연습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작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지금 생각하면 저의 재능을 발견해주신 어머니께 참 감사해요”

그때 그녀가 우연히 들은 장구소리와 함께 시작한 국악과의 인연이 올해로 어느새 12년째다. 초등학교 때 시작한 민요가 좋아 중학교도 국악중학교로 진학해야겠다고 쉽게 마음먹었다. 중학교에서는 국악의 가락을 더 익히고 싶은 마음에 가야금을 전공했다. 그리고 그녀는 국악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다시 민요를 전공하게 됐다.

“잠시나마 전공을 바꿨지만 그때에도 물론 꾸준히 민요를 연습했어요. 그때 배운 가야금 덕분에 한 층 더 깊은 국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요”


남들이 걷지 않는 민요의 길을 걷다

“국악을 한다고 하면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뉘어요. 신기한 분야를 전공한다고 신기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왜 저런걸 할까 하고 무시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어요.”

옛 노래를 부르는 장르이다 보니 일반인들에게 민요는 낯설다. 판소리야 영화의 소재로도 많이 다뤄졌다지만 민요는 현대가요에 비해 사람들의 관심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려니 그녀에게도 어려움이 많았다.

“가끔은 민요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어요. 이 길이 옳은 길인가 싶기도 했고요. 주변사람들도 실력을 인정해주고 제가 계속 걸어온 길이니까 쉽게 그만둘 수가 없었죠. 쉽게 그만둬 버리면 제 뒤를 따라 걷고 있는 후배들에게 미안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당당하고 힘이 돼주는 선배가 돼야겠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곤 했어요. 다시 민요를 할 힘을 얻었죠.”

국악을 전공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입시였다. 국악중학교를 들어갈 때도, 국악고등학교를 들어갈 때도, 그리고 대학입시까지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다. 우리학교의 경우 현재 민요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 단 4명밖에 되지 않는다. 한 학년에 한 명씩 밖에 뽑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보니 입시경쟁이 치열해 어려움을 겪었다.


첫 금상 수상의 영예를 안다

양 양은 지난달에 국립국악원에서 주최한 ‘온나라 국악경연대회’에서 민요부문에서 금상을 받았다. 문화부장관상, 경기도 교육감상, MBC사장상까지 그녀의 수상경력은 화려하다. 이번 상은 그녀가 입학 후 처음 받은 상이기에 더 의미가 크다. 상을 목적으로 했다기보다 부족한 경험을 쌓아보고자 나갔던 대회에서 우연찮게 상을 받았다.

“처음에는 대학원생도 많이 오시고 잘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걱정을 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부담을 갖지 않고 편하게 경연에 참여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상까지 받게 돼서 기뻐요. 실력만큼이나 운도 따라야 하는데 상복이 많았던 것 같아요(웃음).”

온나라 국악경연대회는 예선과 본선에서 막을 쳐놓고 경연이 진행됐다. 심사위원과 참가자가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소리로만 평가되는 방식이었다. 예선에서는 경기12좌창을 불렀고, 본선에서는 5개의 지정곡 중에 2곡을 무작위로 추첨해 즉석에서 바로 부르는 방식이었다. 12년 동안 해온 민요라지만 경연 때마다 매번 떨리기는 마찬가지다.

“본선이 끝나고는 대상을 뽑는 경연이 또 있었어요. 그때는 옷도 다 갖춰 입고 머리도 했죠. 떨렸지만 좋은 결과가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덕분에 문화부장관상을 받게 됐는데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해서 대통령상도 받아보고 싶어요.”


이제 민요도 종합예술이다

민요는 목으로 하는 것이기에 목소리에 적잖은 신경을 써야 된다. 목 관리를 위해 수시로 오미자차를 마신다는 그녀에게 민요는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한부분이 된 듯했다. 옛 노래를 부르는 민요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민요는 듣는 것이기도 하지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기에 표정과 몸짓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야 한다. 더군다나 요즘은 관객들의 눈도 높아졌고 의상에도 신경을 써야 해서 유명 디자이너의 한복을 주로 입는다.

“한복으로써 외향적인 면을 갖춘다면 내면적인 면은 감정 표현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로 갖춰지는 거예요. 소리극도 하니까 연기를 배워두거나 한국무용을 배워두면 공연할 때 유용해요. 민요도 이제는 종합예술이니까요.”

이제 민요도 종합예술로 발전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대중의 관심이 부족한 분야지만 욕심 많은 그녀가 있기에 그 미래는 밝다. 더 관심 받는 민요를 만들려는 그녀의 꿈을 들어봤다.

“졸업하고 나서는 후배 양성에도 관심을 두고 싶고, 연주단체에 들어가서 연주도 많이 하고 싶어요. 민요의 미래를 짊어질 꿈나무를 키우며 관중들과 함께 호흡하고 공감할 수 있는 국악인이 되고 싶거든요. 그리고 관객을 직접 찾아가는 문화행사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싶어요.”

이런 꿈을 가진 그녀에게 롤모델이 되고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57호이자 현재 사단법인 한국전통민요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춘희 선생이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이 선생은 그녀에게 곡을 하나 시켜보시고는 흔쾌히 그녀를 제자로 받아주셨다고.

그것이 중학교를 들어가던 해 2월의 일이었다. 민요를 잘 하는 비법이 뭐냐고 묻자 그녀는 수줍게 선생님이 시키신 대로 했을 뿐이라며 웃는다.

아직은 우리에게 낯선 민요지만 평생 국악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싶다는 그녀. 그녀의 노력 끝에는 스승인 이춘희 선생을 넘어서 청출어람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12년 전 그녀를 단번에 매료시켰던 민요가 이제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를 매료시키길 기대해본다. 

사진 최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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