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균형성장의 최종 대안인가
세종시는 균형성장의 최종 대안인가
  • 이시담 기자
  • 승인 2009.11.08
  • 호수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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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달이 본 세종시 논란

▲ 구너 미르달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 한 아파트 광고에 나오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어떤 집에 사는가 뿐만 아니라 어떤 지역에 사는가가 그의 부를 말해준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문화적, 행정적 기반시설 뿐 아니라 경제력까지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산업시설ㆍ행정시설은 점점 서울에 집중되고 노동력과 자본을 잃은 지방의 지역들은 더욱 낙후되고 있다. 세종시 논란은 이러한 불균등 성장에 대한 문제의식이 널리 퍼지면서 대두됐다고 볼 수 있다.
세종시는 참여정부가 내세웠던 행정수도 이전이 그 모태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신행정수도 건설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리자 이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로 계획이 수정됐다. 그러나 착공 28일만에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음으로써 세종시는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현재는 세종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세종시 추진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원안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경제활동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산업화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특정지역에만 인구가 편중되기 시작하면서 지역 격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도권처럼 생산요소가 집중돼 있고 접근성이 좋은 지역은 경제활동의 중심지가 된다. 이미 자리잡은 산업은 또 다른 산업을 끌어들여 중심지역은 더욱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경제활동이 집중된 중심지에 비해 낙후지역은 생산 이점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집중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화된다. 한국의 농ㆍ산ㆍ어촌지역은 도시로 인구가 유출돼 인구가 급감했다. 이로 인해 기본적인 공공서비스의 제공 기반마저 붕괴돼 삶의 터전으로서의 기반마저 위태롭게 됐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성장지역이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가 서로 상쇄돼 안정된 균형화가 나타날 것이라 예측했지만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낙후지역의 숙련된 노동력은 중심지역으로 이동한다. 낙후지역의 투자자본 역시 성장지역으로 빠져 나간다. 생산요소의 이동은 낙후지역에 남아 있는 소규모의 전통적인 산업기반을 무너뜨리게 돼 성장지역과 낙후지역 간의 격차는 더욱 커진다. 한 지역의 지속적인 성장은 다른 지역의 희생에 의한 결과인 것이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지역 격차는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한국정부는 지역격차의 심화를 막기 위해 새마을운동, 도서종합개발, 오지종합개발, 관광 산업 육성 등  지역의 경제 기반을 확충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농ㆍ산ㆍ어촌에 65세 이상의 고령자만이 남아있는 현실은 이 정책들이 역부족이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가 갖고 있는 자본 또한 한정적이다. 이 자본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세종시처럼 거대한 계획보다 더 작은 계획 여러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편이 나을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세종시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심화되고 있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 격차 흐름을 바꿔보기 위해서 일 것이다.

원안대로든 수정안대로든 정부의 의도는 비수도권의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러나 세종시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고 해도 지역균형개발의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세종시는 또 하나의 중심으로 서울의 독주 팽창을 저지할 수는 있겠지만 주변 도시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세종시가 주변 도시의 경제를 부흥시키는 효과가 주변 도시의 자본과 노동력을 빼앗는 부정적인 효과보다 강하게 작용할 것인지 어떨지 여부를 알 수 없다.

세종시 논란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이미 자본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지도부의 의견이 혼선을 빚어서는 안된다. 최대한 빠르게 그 허와 실을 따져 결론을 내려야 한다. 경제학은 이러한 전환기의 경제상황이나 발전과정에서 정책을 작성하고 분석하는데 적합한 대안적 개념을 도출해낼 수 있다. 정 총리가 부디 자신의 전공을 현명하게 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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