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국제결혼, 제도적 뒷바침 아쉬워
늘어나는 국제결혼, 제도적 뒷바침 아쉬워
  • 최혜윤 객원기자
  • 승인 2005.11.27
  • 호수 12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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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총각 4명중 1명 국제결혼
지난 7월 27일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혼인건수<1만9백44건> 중 국제결혼건수<3만5천4백47건>는 11.4%로 10쌍 가운데 한 쌍 이상이 국제결혼을 했다. 이 중 농어촌지역은 27.4%인 1814건으로 지난해 결혼한 농어촌남성 4명 중 1명이 외국여성과 결혼한 셈이다.

한국농촌총각과 외국여성의 국제결혼은 이제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보편화되고 있지만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에서 터를 잡고 살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이주여성 관련단체의 전문가들은 외국인신부의 국적취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비자는 일년마다 갱신하고 국적도 결혼 후 2년이 지나고 남편이 동행해야만 가능하다. 정기선<경기도가족여성개발원> 정책개발실장은 지난 20일 동아일보에서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외국여성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면서 “생계유지가 곤란한 여성이민자가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폭력이나 외국여성의 도주도 큰 문제이다. 대개의 국제결혼이 ‘매매혼’의 형태로 이뤄지다보니 그 과정에서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필리핀에서 온 C(23) 씨의 40대 남편은 “필리핀 여자는 거짓말을 잘한다. 위장 결혼한 것 아니냐”며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주먹을 휘두른다. C 씨는 “‘한국에서 농부는 가장 존경 받는 직업이고 결혼하면 친정에 매달 300달러씩 보내 주겠다’는 중개인의 말을 믿고 결혼했다”며 후회했다. 보건복지부의 첫 실태조사에서 농촌지역에서 국제결혼한 외국여성 4명 중 1명은 남편에게 구타를 당한 적이 있고 이 중 17%는 상담할 곳이 전혀 없다고 응답했다.

외국여성의 한국말이 익숙치 않다보니 외국인자녀들의 가정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남성과 동남아여성의 혼혈자녀를 뜻하는 코시안<Kosian>들은 언어미숙 등 성장 장애와 함께 외국인 엄마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내 초중고에서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2세는 모두 6052명이다. 90년 부터 지난해까지 국제결혼한 20만쌍 중 99년 이후에 결혼한 11만5천여쌍의 자녀들이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정규학교를 입학하는 코시안의 수는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아직 외국인 주부와 아이들의 언어 수준에 대한 객관적인 기초자료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정부의 지원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22일 국제결혼부부에게 한국문화와 한글을 가르치고, 자녀의 학교생활을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 국가별 언어로 ‘전북교육과 초등학교입학안내서’라는 책자를 만들어 내년 봄 취학을 앞둔 국제결혼부부에게 보내기로 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0월 11일 중국어판 국제결혼부부교육 자료집을 냈으며 결혼이민자에 대한 언어교육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 20여개의 ‘결혼이민자 지원센터’를 지정할 계획이다. 늘어나는 국제결혼에 따른 외국여성과 자녀를 위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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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8-02 23:17:48
이 글을 통해 국제결혼과 결혼이민자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이해했습니다. 외국여성의 국적취득 문제, 가정폭력, 언어 및 교육 어려움 등이 주요 문제로 보입니다. 정부의 지원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체계적인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주여성의 삶을 보다 존중하고 안정적인 사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