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논란 헌재 넘어 다시 국회로
미디어법 논란 헌재 넘어 다시 국회로
  • 심재환 기자
  • 승인 2009.10.31
  • 호수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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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얼마 전 미디어법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미디어법은 법안 처리 과정에서 대리투표와 재투표 등의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헌재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법안 자체는 유효하고 판단했다.

미디어법 유효 판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는 “음주는 했으나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등 이를 비꼬는 말들이 유행하고 있다.

헌재의 판결에 따르면 국회가 미디어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권, 표결권을 침해했다고 했다. 이에 야당은 미디어 개정법 가결 무효처리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부 재판관의 말에 따르면 “표결권이 침해된 경우 권한침해 행위의 효과를 제거하기 위해 가결선포행위의 무효를 확인 또는 취소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즉 표결권 침해를 불법으로 인정하면서도 무효 판결을 회피하는 것은 헌재의 사명을 포기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무엇인가. 한 국가 내에서 최고의 실정법 규범인 헌법에 관한 분쟁이나 의의를 사법적 절차에 따라 해결하는 특별재판소이다. 허나 이번 같은 결정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판단했으며 헌법에 관한 분쟁에 대해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두루뭉술한 판결로 결국 미디어법 해결의 열쇠는 국회로 돌아가 버렸다. 다시 원점이다.

이날 헌재의 결정과 관련해 민주당 등 야당은 ‘권한 침해’ 판단을 근거로 미디어법 재협상을 요구한 반면 한나라당은 개정법이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세워 공세를 차단하는 등 정치적 논란이 더해졌다. 또 다시 싸움은 시작됐다.

이제 소모적인 논쟁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미디어법은 헌재에서도 판결했듯이 분명 과정상에 문제가 있었다. 때문에 여당은 이를 인정하고 국회에서 정당한 절차를 통해 논란의 여지를 잠재워야 한다. 즉 날치기 법안 통과라는 절차상의 불법성을 국회 재심의를 통해 버려야 한다. 과연 입법절차에 하자가 있는 법안을 헌재의 우스꽝스러운 결정의 힘을 빌려 재심의 하지 않는다면 입법부 스스로 부정을 저지르는 일이며 나아가 국가적 망신이다.

앞으로 헌재는 외부의 눈치는 이제 그만 살펴야 하겠다. 언제까지 여기저기 눈치 보며 사법부의 위신과 책무를 포기할 것인가. 헌재의 목적은 결국 분쟁의 해결이다. 이번과 같이 헌재의 사법 심사 권한을 국회의 자율권의 핑계를 대며 포기하려 한다면 존재의 이유마저 포기하는 것이다.

과연 헌재는 이번 판결을 통해 존재 이유 중 하나인 헌법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볼 수 있을까. 아마 헌재는 다시 한 번 ‘정치적’이라는 평가를 면할 길이 없게 된 것일 지도 모른다. 이처럼 헌재가 정치적인 판결로 오히려 논란을 자초한다면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

그나저나 “처리 과정은 위법했으나 미디어법은 유효하다”와 “음주는 했으나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도대체 무슨 차이인가.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헌재의 재판관들은 이것의 차이점을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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